- 그러니까 그게 무려 1933년이라고 합니다. 런닝타임은 100분. 스포일러는 신경 안 쓰고 막 적어요. 다들 아시는 얘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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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 마지막에 올라가는 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닌 것이지요.) <- 좀 더 확인하고 글을 적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겠읍니다... ㅠㅜ



 - 도입부 설명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요.

 이런저런 티비 프로나 영상들에서 자료 화면은 많이 봤지만 영화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뭔가 본 기억이 있긴 한데 아마도 70년대 버전일 것 같기도 하구요. 아마 그게 맞을 겁니다. 그래서 그게 오리지널인 줄 알고 나이를 먹었죠. 그것도 올레티비에 있던데 조만간 다시 봐야겠다 싶구요.

 암튼 이 오리지널 버전은 그렇게 기억이 흐릿한 가운데 피터 잭슨 버전은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근래 영화여서 그렇기도 하고, 또 블루레이도 사서 집에서 몇 번을 더 봤거든요. 그렇게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오리지널을 보니... 그냥 한 마디로 이거죠. "우왕 피터 잭슨은 원작을 진짜진짜진짜진짜로좋아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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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런 게 다 이미 원작에 있었던 장면들이라는 거. 21세기에 엄청 파워업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영화도 바탕은 다 원작에서 가져왔습니다.)



 - 그러니까 피터 잭슨 버전 영화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이미 원작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메인 스토리는 거의 같다시피 하구요. 캐릭터들 쪽에 변형이 많긴 한데 그게 무슨 없던 걸 창조하는 게 아니라 원작에서 어색했던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또 원작에서 살짝 뉘앙스만 풍겼던 매력적인 부분들에 디테일을 팍팍 넣어서 살려내고... 다 이런 쪽이에요. 예를 들어 피터 잭슨 버전에서 꽤 감동적이었던 콩과 앤이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 같은 것도 영화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 괴상한 섬도 규모가 축소되었을 뿐 구조는 거의 같아 보이구요. 공룡과 킹콩의 격투씬도 그 시절의 모자란 특수 효과로나마 분명히 존재하고요. 암튼 뭐... 그렇습니다. 


 근데 그렇기 때문이 피터 잭슨 버전을 충분히 본 다음에 이 영화를 제대로 보는 것도 나름 독특한 재미가 있어요. 가끔은 스포일러를 접한 다음에 영화를 보는 것도 이것저것 뜯어 보고 분석하는 재미를 주기도 하잖아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그런 식으로 재미를 느끼고 있었네요. 아니 이 짧은 장면을 갖고 그렇게 부풀려서 의미를 부여한 거야? 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는데, 그게 또 억지가 아니거든요. 정말로 거의 100년 전 영화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이런저런 흥미로운 떡밥들이 많아요. 의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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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슨 버전과 다르게 계속 일방적으로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 앤 대로우씨입니다만. 그래도 보면 은근슬쩍 콩을 좀 덜 싫어하는 느낌이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 평가로요.)



 - 그리고 피터 잭슨 버전보단 원작이 더 좋은 부분도 있어요.

 그러니까 피터 잭슨 버전의 콩은 되게 성숙하고 어른스럽고 참으로 고차원적으로 지혜로운 짐승 같잖습니까. 그래서 정말 폼이 나고 멋지고 그렇긴 했는데... 뭔가 이야기가 되게 건전하고 얌전해지는 느낌이 있었죠. 그 난리에도 불구하구요.

 반면에 오리지널의 콩은 그냥 괴물이 맞습니다. ㅋㅋㅋ 상당히 변태스럽구요. 그나마 섬에 있을 땐 좀 불쌍해 보이는 면도 있었지만 뉴욕에서 날뛰는 콩은 진짜 흉악해요. 사람을 마구 죽이는데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꼭 입에 넣고 몇 번 씹은 다음에 바닥에 버립니다. ㅋㅋㅋ 자길 가로막는 사람만 해치는 식도 아니고 그냥 아무나 죽여대구요. 기차 탈선 장면 같은 걸 보면 콩이 거기에서 그런 짓을 할 이유가 하나도 없거든요? 근데 굳이 기차를 기다렸다가 레일을 부수고 기차를 넘어뜨려서 아비규환을 만들더라구요. 허허.


 콩이 이런 식으로 무자비하게 날뛰기 때문에 당연히 원작의 콩이 보여줬던 아련함(?)은 거의 사라집니다만. 대신 파괴의 쾌락이랄까... 그런 건 오히려 강해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거대 괴수물'이 갖춰야 할 핵심 미덕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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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씹어 삼키는 것도 아니고 꼭 한 두 입 정도 씹은 후 바닥에 던져 버리는 콩의 인성... ㅋㅋㅋ)



 - 이야기는 정말 대충이고 (전 그 작은 배에 어떻게 콩을 싣고 가나 궁금했는데, 영화가 그냥 과감한 스킵 & 점프를 택해버리는 걸 보고 깔깔 웃었습니다. ㅋㅋㅋ) 캐릭터들은 재미가 없구요. 1933년 헐리웃 영화이니 인종 차별적인 부분은 그냥 익스큐즈 해준다고 쳐도 절대로 '멀쩡한 방향'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공룡과 레슬링을 하다 뉴욕으로 와서 다 때려 부수는 거대 고릴라 영화... 를 보러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필요한 건 모두 들어가 있고 또 그걸 굉장히 성심 성의껏 하는 데다가 상당히 잘 했어요. 피터 잭슨 버전에 비교하면 당연히 부끄러워집니다만 공개 시기를 생각하면 그 섬에서의 콩의 액션들은 참 과감하면서 또 화끈한 면이 있구요. 뉴욕 난장판 장면에서 이 놈이 인간 세상을 마구 박살내는 장면들도 정말 부족한 특수 효과 기술들 갖고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은 장면 다 보여줘 버리겠다! 는 패기가 느껴져서 좋아요.


 게다가 이게 또 '원조'격의 영화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정도 특수 효과와 액션 연출로 이 정도 볼거리를 만들어냈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일세... 하고 감탄하면서 봤어요.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셨네요 이걸 만든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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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잭슨 버전의 유려한 장면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뭐, 잭슨이라고 해도 1933년에 이것보다 더 잘하긴 힘들지 않았을까요.)



 - 그래서 뭐...

 당연히도 21세기의 영화들에 비해 부족함이 팡팡 넘치는 영화입니다. 특수 효과는 조악하고 콩의 얼굴 표정은 너무 얼빵해서 웃음이 나오구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장면 편집도 괴상한 부분들이 많고 심지어 배우들 연기도 어색한 장면 투성이에요. ㅋㅋㅋ

 하지만 후대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근본'을 세운 영화라는 걸 확인하는 재미는 아주 좋았구요. 또 후반에 뉴욕에서 날뛰는 콩의 무자비한 활약은 피터 잭슨 버전보다도 오히려 재밌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못돼먹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솔직히 그 클라이막스의 만행들 때문에 아주 즐거웠네요. ㅋㅋ 재밌게 잘 봤어요. 




 + 근데 클라이막스의 그 극장에서, 콩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대넘은 콩을 갖고 뭘 하려고 했던 걸까요? 설마 그냥 보여주고 끝? 아님 콩 앞에서 한 시간짜리 공포의 섬 뮤지컬 공연이라도 하려고 했던 건가...



 ++ 아무리 1933년 영화라고 해도 자기가 스탭으로 끌고 간 사람들이 12명이 죽어서 송장도 못 찾게 만들고 돌아왔는데 아무도 대넘에게 시비를 안 거는 건 좀 과했죠. ㅋㅋ



 +++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지만 오리지널 영화에서도 콩은 킹콩이 아니라 그냥 콩이라고 불립니다. 섬의 '왕' 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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