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는 분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며칠전부터 창밖에 꼬맹이가 어슬렁거리는데 밥 챙겨주기는 망설여진다고 글 썼었드랬죠.

이를 악물고 밥주고 싶은 걸 참고 참고 그랬는데 하루에 두세번은 와서 무지무지 구슬프고 불쌍하고 가냘프게 한시간을 꼬박 울어요.

버틸 도리가 있겠냐고요, 으윽 날 악마로 만들지 마, 불쌍하게 구걸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결국 야금야금 애들 간식 다 털어주고

사료도 두 번 정도 주고...아래층 할머니는 밥 주면 자꾸 와버릇한다고 주지 말라시지만, 걔가 한번 나타나면 저희 집 두 남매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창가로 다가갑니다. 그 꼬맹이랑 똑같이 생긴 우리 첫째는 푼수빠지게도 응냥냥 우왕우왕 뭔가 대화도 해요. 두살짜리가

사오개월짜리 꼬맹이랑 뭐가 죽이 맞는지, 저 운동간 사이에 생전 안하던 방충망 열고 탈출 신공을 발휘해서 한번 뒤집어졌었죠.

애가 창가에서 알짱대니까 회가 동했겠지 싶어서, 꼬맹이 접근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글고 요즘은 애가 자꾸 방충망으로 점프해서

찰싹 달라붙곤 하는데, 방충망 뽕뽕 빵꾸나요ㅠ.ㅠ 오우 꼬맹아 이건 아니지...

그래서 맘 단단히 먹고 창을 삼중으로 닫아놨는데, 남격 볼때부터 지금까지 왔다갔다왔다갔다. 지금도 또 와서 울기 시작하는데,

푼수떼기 첫째는 안절부절, 생전 울지도 않는 녀석이 크게 울면서 너머의 꼬맹이한테 말을 거는겁니다. 한시가 다돼가는데!

화딱지가 나서 벌컥 창문을 열었죠. 쫓으려고.

 

..............근데 비오네요? 찬바람 훅 끼칩니다. 애는 난간에 앉아서 또랑또랑 그렁그렁 저랑 똑바로 눈을 맞춰요. 그리고 나즈막히

이용-야앙-하고 간헐적으로 웁니다. 소리쳐서 쫓아낼 작정이었는데, ......................아 진짜, 우라질, 쟤를, 어쩌냐 증말.

이러고 도로 창문을 닫았습니다. 계속 울어요. 손내밀면 도망가면서!!!!!!!!!!!!!!!!!!! 어쩌라고!!!!!!!!!!!!!!!!!!!

데려오고 싶죠, 비오고 춥고 애가 엄마도 없이 몇달째 돌아댕기는데, 돌봐주고 싶다고요. 그치만 그게 말이 쉽지 일시적인 동정으로

벌일 수 있는 일은 아니라구요T_T 그래서 힘들어도 야멸차게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쟤 왜저렇게 불쌍떠나요.........내 잘못 아닌데

왜 죄책감이 드는거냐고요, 완전 미치겠어요.

왜! 오늘은 이렇게 춥고 비가 오고, 지붕 없는 많은 냥이들이 사람에게 구걸하지 않고 추운 밤을 지새는데, 쟤는 으쩌라고 나한테

와서 엉엉엉엉

 

진짜 진짜 진짜, 속상해요. 쟤가 불쌍해서 속상해요. 제가 못 거둬서 속상해요. 날씨 추워서 비와서 청승맞아서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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