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1 21:41
오랜만에 연달아 글을 쓰게 되네요.
티비가 없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포털도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그럭저럭 다행입니다.
선거이후부터 틈틈이 게시판을 들어와보았는데 음 뭐랄까,
지금의 우리들이 꼭 어쩔줄 모르고 울부짖는 고아들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인을 분석하고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글들을 수십개 수백개를 읽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잡히지 않는것은,
우리끼리 공감하고 날선 토론을 하는 것으로는 채울 수 없는 어느 한켠이 있기 때문이 아닐지.
티비를 켜면 백분토론에 김근태 선생님(이분은 왠지 이렇게 부르고 싶어요)이 나오시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뉴스에 김수환 추기경님이 가끔 나오실때도 있었지요. 그때야 뭐 그럭저럭 평화로울때였으니 그냥 성탄절이라든지 신년인사 뭐 그런식으로 잠깐씩.
그러고보니 박원순 시장, 그분을 좀 닮은것 같기도..
동교동에는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살고 계셨습니다.
그동네 사는 친구가 가끔 자랑을 했었어요. 여기서 몇블럭 더가면 김대중영감님 집이다 하핫. 하고.
- 그러고보니 나는 티비에서 배가 볼록한 남북 정상이 활짝 웃으며 양손을 맞잡는 광경을 생방송으로 보기도 했었네요. 아하하.
리영희 선생께서 새 책을 내시고 인터뷰도 곧잘 하시곤 했었지요.
그런데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마음 한구석 기댈 수 있는 어르신이 없는겁니다.
물론 지금도 '원로'라고 할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합리적이고 명석하게 일을 처리하고 날선 강연을 하는 분들말고,
존재만으로 든든해지는 '어른'이요. 가끔 우리편을 들어주기도 하고, 가끔은 그건 옳지 않다고 따끔하게 한마디할때도 있는 그런 어른.
어떻게든 우리끼리 악다구니를 써가며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윤여준씨를 이번 선거 전까지만 해도 잘 몰랐어요.
민주당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분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알게 되었지요.
윤여준씨의 찬조연설에 많은 '이쪽'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던건 조금은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분을 보면서 '어른'의 부재가 조금은 채워지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