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리지' 봤습니다.

2021.10.23 20:11

thoma 조회 수:692

Lizzie, 2018

ecb212505e2b451b88fdb763e46da42015438145

듀나님 리뷰도 있고, 아실 분들도 많은 사건이라 스포일러 생각없이 그냥 씁니다.

1892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부유한 집안의 두 딸 중 한 명인 리지가 아버지와 새엄마를 살해합니다.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고, 부유층 숙녀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도 조금은 영향을 주어 무죄로 풀려납니다. 저 여자가 손도끼로 그렇게 여러 번 내려쳐서 사람을 죽였을 리가, 라는 것이겠죠.

아버지는 소통의 여지없는 억압적인 사람입니다. 이 자에게 가정은 군림의 장소이고 자기 가족에게 가하는 폭력과 진배없는 정서적, 경제적 권력행사는 당연한 것입니다. 리지는 병까지 있어 조금만 더 눈밖에 나면 유산을 다 빼았기고 요양병원 같은 곳에 수용될지도 모르는 처지입니다. 이 가정에서 이런 비극적 사건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하녀인 브리짓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발작적으로 일어나서 자포자기의 형태, 공멸의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브리짓과의 만남과 서로가 당하는 일들에 대한 깨달음, 서로에 대한 희망 같은 것이 용의주도한 일처리를 계획하고 진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실상이 무엇이든 영화에서 이점을 생각한 것이 좋았습니다. 사실 영화 중반에 리지가 집안의 귀중품을 전당포에 들고 가서 도둑 든 걸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부분은 너무 충동적이고 일처리가 부실해서 그 미숙함이 못마땅했었거든요.

영화는 리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고 그 가정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게 시간을 들여요.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사건의 전말은 사실 어떤 것이었는지 재현해 보여 주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사건은 당시에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꼼꼼함으로 준비되고 진행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살인자 편에 서게 되어 시체 근처에 발자욱이 남을까 걱정하며 보았습니다. 리지는 재판 이후 언니도 브리짓도 관계가 끊어지고, 독신으로 살다가 67세에 죽었다고 합니다. 친구도 거의 없었으며 재산은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외로우면 어떻습니까. 누군들 안 그런가요. 요양소에 안 갇히고 마음대로 살았으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9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00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422
117766 Emi Wada 1937-2021 R.I.P. 조성용 2021.11.22 217
117765 [드라마바낭] 다들 지옥에서 고통받으실 때 전 재미난 듣보 드라마를... [4] 로이배티 2021.11.22 1047
117764 지옥 1화 후기 [3] 왜냐하면 2021.11.21 763
117763 아파트 209/베이츠 모텔 [3] daviddain 2021.11.21 289
117762 위도우즈(왓챠), 마나나의 가출(넷플릭스) 봤어요. [7] thoma 2021.11.21 511
117761 '올드하다'는 어쩌다 한국에선 '촌스럽다' '한물간'이 되었을까. [9] tom_of 2021.11.21 1108
117760 틱, 틱... 붐! 영화 좋네요. [6] LadyBird 2021.11.21 521
117759 [넷플릭스]야야와 마녀(2020) [5] Lunagazer 2021.11.21 588
117758 [넷플릭스] 지옥, 3화까지 보고....대단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스포없음) [13] S.S.S. 2021.11.21 1256
117757 Art LaFleur 1943-2021 R.I.P. 조성용 2021.11.21 209
117756 넷플릭스 지옥 1화 불만 [4] 풀빛 2021.11.21 991
117755 도저히 안되겠어서 퇴사하려 합니다... [2] 적당히살자 2021.11.21 778
117754 좋은 의도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지요 [4] skelington 2021.11.20 637
117753 흉기 난동 현장에 시민을 두고 도망친 경찰 [20] 삼겹살백반 2021.11.20 1276
117752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2] 적당히살자 2021.11.20 333
117751 바낭) 다이어트...그리고 천식? [2] 적당히살자 2021.11.20 277
117750 다큐영화 '너에게 가는길'이 그렇게 좋은 영화라는 얘기가 [1] 적당히살자 2021.11.20 314
117749 파워 오브 도그를 보고(올해의 영화감) [2] 예상수 2021.11.20 855
117748 '트랜스젠더도 마라탕을 좋아하나요?' 텀블벅 후원시작했습니다. 적당히살자 2021.11.20 336
117747 [넷플릭스바낭] '랑종' 감독의 과거 히트작 '셔터'를 봤어요 [6] 로이배티 2021.11.20 5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