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먹도록

2010.06.03 00:27

Koudelka 조회 수:6541

태어나서 투표라곤 오늘 처음 해봤습니다.

나라가 흥하건 망하건 나랑 상관없고 당장 죽어도 여한없다고 건방 떨면서 사느라...

사실은 투표하러 가는 최소한의 (행정)절차도 움직임조차도 다 귀찮아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작년 이후 어느 때부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서, 그러면 진짜 안 될 것 같아서

일시적 귀찮음과 방관이 앞으로 진짜 귀찮은 상황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엄습하여.

후보들에겐 죄송하지만 사실 몇 명 빼고는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도 

투표한 용지에 내가 찍은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 입학시험 답안지 확인하듯 보고 또 보고...

 

심정적으로 물리적으로 지원한 분들이 당선되어도 탈락되어도 그것도 다 운(명)이려니 할 테지만,

이번 한 번 바뀐다고 세상이 바뀔 거라 절대 믿지 않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요. 이 시간까지 세수도 샤워도 못하고

이 떨림, 이 긴장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노선이 같지 않으면 사랑도 할 수 없다는 쌍팔년도 같은 정서가 꿈틀거리는 이 동지의식이

한낱 일일천하도 끝날찌라도 지금은 쉽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저 잘 되기를 빕니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이기를 겸손하게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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