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페이지 뒤에 settler님께서 쓰신 글에 대한 피드백이 될 수도 있겠고, 조금 다른 내면의 고백 같은 …… 것일 리 없는 찌질한 제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턴가 settler님께서 올려주신 몇 개의 글들이 너무 눈에 들어오는 까닭은 제가 요즘 다분히 미자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링크참조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target=user_id&search_keyword=whatru&document_srl=1576250) 어쩌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 죽을 때까지. 이 얘긴 지금 하긴 너무 우울하니 생략하거나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

   

   전 상대방 면전에 대놓고 따박따박 할 말 못할 말 다하는, 입이 업보인 인간인 지라 가끔 최측근의 인간들도 일순 불구대천지로 만들어버리는 오만한 독설가요, 반면에 나에 대한 애정없는 타인의 얘기에 대해서는 벽이고, 소고 그렇습니다. 유시민이 들었다는 그 말, “조목조목 옳은 소리를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하는 법은 어디서 배웠냐!”는 게 저에 대한 중론이지요. 정말 실전에서의 제 화법은 너무 벼려져있어서 정이 떨어질 지경이라고들 하지요. 예전에 듀게의 혹자는 오프라인에서의 제 화법에 대한 긍정적인 호기심을 보여주시기도 했지만, 누구든 저를 실제로 안 만난 것이 다행일 지도.

 

    어쨌든 이랬던 제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칠 것처럼 울화가 치밀 때가 있어요. 단지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이건 수치심을 동반한 종류의 불면이지요. 누구에게 왜 그렇게 되었는가는 하는 김수한무 과정들은 생략하고, 쉽게 말하면 난 그 사람에게 당한 거에요. 철저하게. 그가 무슨 말을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는(사실은 말로 한 것도 아니고 메일로 받은 거였지만) 지금에 와선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아요. 특기할 만한 것도 아니었을지 몰라요. 그렇다고 흘려들을 수도 없었던 것이 난 그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것이든 호감이 있었거든요. 그 얘기를 접했던 당시 할 수만 있었다면 나는 그런 얘기를 한 당사자의 따귀를 올려붙이고 “니가 뭔데! 너 따위가 뭔데?” 라며 사납게 대들었을 거에요. 그런데 전 그러지 않았어요. 상황이 도무지 그럴 수 없었고, 그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정말로 극단적일 때 냉철해지는 성격임에도, 유독 ‘이 껀’에 대해서는 불치의 후유증을 남겼어요.

 

   이 일과 전혀 상관없이 우연찮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회사를 그만두게 됐을 때, 저는 그 사람의 환송회에 참석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됩니다. 도저히 전 가고 싶지 않았고, 갈 수도 없었기에 눈치 빠른 몇몇이 수군거리는 걸 알면서도 그냥 쌩까고 집에 가버렸어요. 퇴사한 뒤 얼마 후 지극히 업무적인 일로 보낸 메일, 그리고 무슨 태그 붙이듯 저의 거취에 관한 안부를 묻는 가증스러운 얘기에 저는 더더욱 건조하고 사무적인 짧은 답장을 보내는 것으로 갈음했지만 이미 저는 상처받았거든요. 과연 그럴 수 있었다면 따귀를 때린 후 그 사람의 가슴에 어퍼컷을 날림과 동시에 울었을지도 모를 만큼 위험한 상태였거든요. 그리고 그런 일은 다행히 벌어지지 않고 끝났습니다. 이후로 그 사람은 다시 만난 적 없어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처럼 뭔가 규정할 수 없는 증오심과 서운함의 기억으로만 남아있지요. 왜 그렇게 화가 나고 서운한가 분석해보니, 그 사람이 저를 파악하고 섣불리 충고했다는 사실보다…… 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했을 부분을 감히, 그만큼의 애정도 없는 사람이 주제넘게 제 정체성을 공격하고 함부로 건드렸다는 데서 오는 모욕감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에게 그나마 인간적인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다, 라고 했지만 그런 애정 따위는 없는 게 나았거든요. 그리고 세상 참 좁고 우습죠. 잊어버릴 수는 없지만 생각 안 하고 산 지 오래된 이 존재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누군가가 환기시켜주는 상황이 발생했지요. 몇 다리 건너면 다 안다고 따져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긴 한데 근 10년을 알아가도 여전히 서먹한 누군가가 환기시켜주는 그 증오의 대상이 묘하게 중첩되면서 상극까지는 아니라도 나랑 정서적 감정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란 이렇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모욕감과 수치심은 어떻게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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