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영화를 안 보셨더라도 예고편만 봐도 블랙홀 근처에 들어갔다 나온다는 시놉시스 정도는 아실거라고 보기 때문에 크게 스포가 될거라고 보진 않지만 말입니다...

킵 쏜같은 저명한 과학자까지 고증에 동원했다고 해도 그런 양반도 영화가 성립하게 하기 위해서 한가지 커다란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네요.


인터스텔라를 과학적 시각으로 분석해서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강착원반이 있는 블랙홀은 방사선때문에 행성 궤도 정도의 거리까지 절대 근접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블랙홀은 왜인지 주변에 큰 항성도 없는데 가스가 빙빙 돌면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강착원반을 가지고 있죠. 문제는 이 강착원반이 블랙홀의 중력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가열되기 때문에 블랙홀 표면에서는 수만도에서 수십만도로 가열되고 가열된 가스는 감마선(X선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X선도 감마선의 파장 내에 들어감) 을 발산합니다.


가스가 적어서인지 회전축으로 제트를 내뿜는 모습은 없지만 (그리고 제트의 에너지의 대부분이 방사능이기 때문에 없는걸로 묘사했는지도 모르지만) 이 제트도 분출방향으로는 수백 수천광년(AU단위도 아니고 광년단위입니다!) 이내의 항성과 행성의 대기를 날려버리고 지면을 바짝 태워버릴 정도의 알파선(즉 헬륨의 핵) 과 베타선과 감마선을 발산합니다.


물론 블랙홀의 축 방향이 아니고 적도주위를 공전한다면 방사선량은 제트가 있는 쪽보다는 많이 덜 하겠지만, 그래도 블랙홀 몇천만 km 주변내에는 바퀴벌레라도 즉사시킬 정도의 방사선이 강착원반으로부터 방사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그쪽 방향으로 나가는 방사선은 축방향으로 나가는 알파선도 아니고 투과력이 강해서 차폐도 어려운 감마선...


한마디로 영화처럼 강착원반 위를 비행하다가는 DNA 사슬 해체정도가 아니고 방사선에 구워지다가 우주선째로 재가 된다는겁니다... 하물며 시간이 느려질 정도로 강한 블랙홀 중력권 안에 들어가는 행성에 대기와 물이 있다니요.


그래서 저는 인터스텔라는 하드SF를 표방하는 영화 치고는 너무 뻥이 심하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지구 궤도 주변을 도는 우주왕복선에서도 태양 코로나 활동이 활발해지면 치명적인 방사선이 발생하기 때문에 (1억 5천만 킬로미터 거리인데도!) 선외활동을 못 하고 우주선 안으로 피신해야 되는데, 블랙홀 주변을 별 방사선 대책도 없이 창문 너머로 중력렌즈를 바라보면서 날아가고, 가장 방사선량이 강할 지점인 사상의 지평선을 통과해서 들어갔다 살아나오고...


뭐 먼 미래에 중력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인류의 후손의 가호로 피부에 방사선을 튕겨내는 코팅을 해줬다면 모르지만 그런 언급이나 힌트는 전혀 나오지도 않죠. 방사선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언급하면 안 되는 금기라도 된 걸까요... 블랙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그 주변의 방사능이 어느정도로 어마무시한지 훤히 알 수 있을텐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3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681
465 [바낭] 카라 [15] 로이배티 2010.06.03 6770
464 루이와 오귀스트님의 "채널 예스-땡땡의 요주의 인물" <윤하> 편이 새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15] 몰락하는 우유 2010.06.10 3721
463 긴급번개~!!! 종로에서 만납시다 [13] 차가운 달 2010.07.10 3430
462 앙투라지 시즌7 에피소드2 엔딩송 eple 2010.07.13 2558
461 [포탈 바낭] 바닐라 크레이지 케이크 먹었어요. [6] 타보 2010.07.14 4886
460 여배우 발견..두근두근 시트콤과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6] 러브귤 2010.07.14 3049
459 떠도는 '4천 원 인생'들의 솔직담백 토크쇼 [1] 새벽 2시47분 2010.07.16 2985
458 <바낭낭낭> 오늘은 간짜장 [2] 유니스 2010.07.22 2482
457 실내 온도 30도 돌파 [5] 걍태공 2010.07.25 2405
456 GMF 1차 라인업이 떴어요. [7] 꽃개구리 2010.07.29 2394
455 노트북 메인보드가 나갔다는데... 하드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5] Carb 2010.07.30 1788
454 [금요일오후에바낭] 제주도 펜션 어디가 좋을까요? [9] 가라 2010.07.30 3604
453 오래된 영화 환상특급 있잖아요 [9] 가끔영화 2010.08.03 2888
452 1Q84..다 읽었어요. [내용누설 조금 포함] [2] 서리* 2010.08.03 2428
451 키스 해링전 보러 가실분 [10] Rpgman 2010.08.04 2898
450 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요 [4] run 2010.08.08 4755
449 비어있는집 6450만 가구....중국발 부동산버블이 주는 공포감 [5] soboo 2010.08.10 2929
448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7] 가끔영화 2010.08.12 4072
447 근래 눈물났던 소설과 영화들 [8] phylum 2010.08.12 2946
446 시크한 남매2 [4] 러브귤 2010.08.12 331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