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관련 글 보태기

2021.10.08 18:34

은밀한 생 조회 수:765


저도 그냥 한번 써보려구요.

 

오징어게임은 기생충과 비슷한 느낌을 줘요. 장르물의 공식에 충실하지만, 캐릭터가 얄팍합니다. 전형적이구요. 물론 기생충에선 캐릭터별 MSG가 들어가서 언뜻 보면 입체적으로 보이지만 아뇨. 그건 마치 가난을 영화로만 배웠어요 하는 어떤 영화학도의 시선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기생충으로 그 인물에 대한 공감이나 고민 같은 건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집 구경하는 재미는 좀 있었죠. 한데 이게 해외 평론가나 해외 관람자들 눈에는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이는 지점도 이해됩니다. 사회비판적인 요소를 대변하는 인물이란 게, 그 나라 사정의 세부 요소를 모르는 이방인에겐 애초에 사회비판적 요소가 버무려져 있는 것 자체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는 거라고 봐요. 오징어게임도 비슷한 지점이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인물들의 상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정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전형적인 현실반영 캐릭터에 지쳐있지요. 한국 드라마는 늘 감동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우린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가 나오면 일단 피식하게 됩니다. 이젠 좀 저런 식으로 안 그려야 하지 않나? 왜 전처의 집에 저러고 쳐들어감?? 아니 엄마가 그리 불쌍하면 일을 해 경마 말고. 아 진짜 뭐 하냐아!!! 싶죠. 충분히 예상되는 반전에 할당된 서사도 코웃음이 날 뿐이구요. 우리는 우리나라 경찰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는 진짜 현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오징어게임의 현실반영 에피소드와 캐릭터에 대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란 반발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해외 평론가나 관람자들이 와 한국 현실 반영 제대로 했네 정말 이렇게 현실적인 데쓰게임 장르물은 처음이야. 개미들의 상황을 너무 리얼하게 그렸어. 하면서 감동을 받고 오징어게임이 특별한 드라마라고 여기는 것도 충분히 이해돼요.

 

그동안 우리가 봐온 소위 그 나라 현실반영 캐릭터가 있는 사회비판적 외국 영화에도 이런 지점이 있을 거 같거든요. 우린 너무 현실적이라며 이게 진짜라며 감동하는데 그 나라 현지인 중에 영화 좀 많이 본 사람들은 왠지 야야 그거 아냐 어휴 이거 우리나라 현실반영 아니야 진부해할 거 같단 말이지요..

 

오징어게임은 이 현실반영 부분에서 한국에선 실패했고 해외에선 성공한 거예요. 강점이자 약점인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시네필들과 자칭타칭 비평가들과 장르 오덕들은 오겜이 대체 왜... 이럴 거고 해외에선 정말 현실반영이 잘 된 드라마라고 회자되겠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99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96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269
117408 별게 다 성가시게 [5] 가끔영화 2021.10.11 375
117407 바낭 - 대통령 후보가 사퇴하고 민주당 재경선 [3] 예상수 2021.10.11 776
117406 가을인가요(feat. 부국제) [3] 예상수 2021.10.11 271
117405 이런저런 친정부-친민주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4] 메피스토 2021.10.11 801
117404 두근두근하네요 피파22 [2] 정해 2021.10.11 316
117403 민주당 경선 결과 이야기 [19] MELM 2021.10.11 1303
117402 (바낭) 아이를 키우면서 [5] 여름호빵 2021.10.11 501
117401 넷플릭스, 애틀랜틱스 [9] thoma 2021.10.10 592
117400 Bob & Carol & Ted & Alice (1969) [2] catgotmy 2021.10.10 226
117399 [KBS1 독립영화관] 나는 보리 [4] underground 2021.10.10 271
117398 바보사냥 누구 감독 영화일까요 [3] 가끔영화 2021.10.10 5098
117397 흠 인정하기 싫지만 [1] 적당히살자 2021.10.10 537
117396 오늘도 윤석열(주일 예배드리는 윤석열) [8] 왜냐하면 2021.10.10 873
117395 쇼팽 콩쿨 본선 2라운드 진행중 (유튜브 라이브) [2] tom_of 2021.10.10 2511
117394 이 사람 윤석렬을 찍을까? 안찍을까? [4] 사팍 2021.10.10 640
117393 [영화바낭] 서울에서 대괴수가 날뛰는 앤 해서웨이 영화, '콜로설'을 봤습니다 [11] 로이배티 2021.10.10 714
117392 내로남불 끝판왕(누가 포르세를 타는가?) [14] 사팍 2021.10.10 668
117391 영화제목 대지의 아이 대지 말고 다른 말은 없을까 [1] 가끔영화 2021.10.10 494
117390 미국에서 체감한 오징어 게임 인기 [5] MELM 2021.10.10 1117
117389 미드 엘리멘트리 소감 [4] 노리 2021.10.09 9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