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30 04:13
믿고보는 HBO..
레나 던햄이라는 어린 작가, 감독, 주연배우의 작품이라고 얼핏 들었는데요. (88년생이라던가요..)
처음엔 '20대 초반 버전의 섹스앤더시티'라고 시큰둥하게 보다가 에피소드 7~8 넘어갈때 상당히 빠져들었어요.
일단 섹스앤더시티를 재미있게 보지 못했던 터라 뉴요커 여자들 얘기에 별 기대가 없었고
어린 아이들(20대 초중반이지만..)이 나와서 자존감과 연애와 섹스 이야기를 할 때도 괜히 기분이 뭐랄까요
꼰대처럼..ㅉㅉㅉ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또 스스로 기분이 나빠지고요.
특히 영국식 영어 발음의 유러피안 '제사'가 극중에서 사만다와 캐리를 합쳐놓은 것같은 행각을 보여줄때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순순히 생각하게 되질 않는... 더더욱 꼰대같은 기분이 되었던 것같아요.
그런데 후반으로 가니 그저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벌려놓은 것 뿐만은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주인공인 한나만해도 남자친구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사실 재미있게 보게 된 부분은 그것인것 같아요. 단순히 자존감 낮은 여자의 망한 연애이야기가 아니라,
순수하고 몰입적인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
캐릭터의 입체성이 이야기를 전환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재미있어요.
한나는 사실 남자친구를 '아름다운 미스터리'로 여기고 있었고, 그래서 그가 종잡을 수 없는 사이코처럼 보였거나 행동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처럼.
뭐랄까 저는 그런게 좋더라구요. 캐릭터는 여전히 부담스럽게 강하고 과장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의 약점이거나 어떤 상황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라는것은
마치 인간을 꽤 깊이있게, 입체적으로 보게 된것같은 느낌을 주잖아요.
드라마가 줄만한 재미인것 같아요.
레나 던햄은 '자신의 세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라나, 이렇게 불리기도 하는것 같던데,
드라마 초반에 주인공 한나가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 지원 중단을 선고받는 장면에서
'내가 외동인데, 글쓰는 게 내 꿈이고 난 직업도 없는데' 라며 돈을 더 줄수 없냐고 징징대는 나약한 장면같은 것이
지독한 불황과 청년들의 불안감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라는 생각도 들게 했어요.
그래도 역시 저런 호칭?은 좀 우스워요. ㅎ 세대를 대표하든 시대를 대표하든,
그런 표현은 결국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서 팔리는 콘텐츠가 되는 과정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거창함이 있으니까요.
정말 두서없는 글이군요.. 시즌 1까지 나왔고 모두 10개의 에피소드. 볼만해요. 추천드립니다.
2012.12.30 10:53
2012.12.30 15:22
2012.12.30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