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9 14:01
몇년전에 새 CEO의 지시로 각 사업부/공장 별로 나뉘어져 있던 지원부서들이 통합되고 사업부장(임원) 자리 하나가 새로 생겼습니다.
일개 직원이 보기엔 이상하다 싶었지만 윗분들의 깊은 뜻이 있다나 뭐라나...
제가 일하던 파트도 (윗분들이 보기에 비슷한) 파트들끼리 합쳐져서 독립된 팀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윗분은 저거 비슷한 업무들이니까 묶어놓으면 서로서로 업무전환도 되고 인력운용도 좋아질거라고 생각을 한것 같아요.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나 비슷해 보이지 사실은 쉽게 협업하고 지원해주기 어려운 데다가 밥그릇 지키기까지 엮이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전혀 얻지 못했습니다.
얼마전부터 조직개편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돌긴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수요일에 사업부장이 저희 팀을 불러놓고서 블라블라 이야기를 하는데 결론은 너희 팀을 포함해 몇몇팀은 해체해서 다시 공장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이 났고, 금요일에 인사발령이 날것이라고 하더군요. 세부사항은 자기도 모른답니다.
하는 일은 바뀔거 없고, 근무지도 바뀔거 없고 어느 팀으로 가느냐에 따라 자리만 바뀔테지요.
수요일에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 부서 업무가 정지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업무만 빼고요. 결재를 받아야 하는 일은 새 팀장에게 받아야 하니까 올리지 못하고, 사후 결재 받는 예산사용부문도 새팀장에게 받아야 하니까 보류. 보고성 자료들도 새로 가는 팀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고 스톱.. 타부서에서 협업요청 들어오는 것도 검토만 하고 결재를 못 받으니까 스톱... 저뿐만이 아니라 팀원들이 다 기본적인 업무만 하고 대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금요일에 인사발령이 안났습니다. 주말에도 틈틈히 회사 그룹웨어 게시판을 확인해 봤지만 안났더군요. 오늘 출근해도 안났습니다. 대체 언제 나는 걸까요? 우리 부장은 지금도 회사 인사발령 게시판 새로고침만 하고 있습니다.
아래 해경 해체 관련 글을 보다가 이렇게 해경해체 한다고 터트리면 지금 구조작업은 어떻게 되냐는 댓글이 있고, 그 사람들은 그대로 국가안전처 소속이 될테니 상관없지 않겠냐는 댓글도 봤는데요... 저는 해경 해체되고 새로 국가안전처 조직 만들어지고 처장 임명되고 어쩌고 할때까지 비슷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결재를 받고 예산을 써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모든 과정은 올스톱 되고, 어제까지 결정되어 결재난 내용만 반복되다가 구조작업은 흐지부지 마무리 되고, 새로 국가안전처가 발족하겠죠.
요즘 보는 것마다, 듣는 것 마다 세월호 참사와 연관되어서 기분이 가라앉고 눈가가 촉촉해 지는데, 개인적인 환경 변화마저 또 해경 해체라는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를 떠올리게 하게 되니 깝깝하네요.
2014.05.19 14:06
2014.05.19 14:16
2014.05.19 15:14
해경 해체 발표 후, 해수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靑 “박 대통령, 해경 해체 동요 없이 업무 진행” 당부- 했다고 하네요.
'내부 혼란과 사기 저하로 작업을 소홀히 할 가능성을 우려해 이같이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동아일보).
'아, 맞다' 하고 전화했나봐요.
2014.05.19 16:12
발표한 다음에 전화를 했다고요. 무슨 김영삼이 하나회 해체하는 것도 아니고.
2014.05.19 16:14
사실 해경 해체가 당장 내일부터 진행되지는 않겠죠. 개정안을 내야 할 것이고, 그 개정안이 해수위와 안행위, 법사위 등을 거쳐가야 할 것이고, 본 회의도 통과한 후에 시작일이 또 따로 정해져서 그 때부터 시작하겠죠. 국정원 개정안 통과만큼이나 오래걸리진 않겠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지도 않아요. 다만, 기분 나쁜 점은 당장에 해양경찰청의 홈페이지가 당일 닫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그 기관의 공과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전에 정보 접근이 끊어질것만 같은 불안감이 업습한다는 겁니다. 아직 어째서 구조 진행에 그런 참담한 실패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고찰과 결과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해체가 진행되어버린다면, 사실 규명은 어떻게 되는 거랍니까. 행정과 절차에 문제가 없고 고위직이 문제였다란 결과가 나오면 고위직을 갈면 되고, 예산이 부족하여 담당 인원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사실 전파가 늦었다면 인원 충원을 해야 할 것이고, 뭐 그런 식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해결이 되어야 속이 편하고 이해가 되겠죠. 아직 검경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극단적인 해결책(무마책?)을 제시하는 것이 이해가 안될 뿐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32909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51962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62369 |
14 | [연애바낭] 전 사실 운명적인 사랑을 믿어요. [3] | Rockstar | 2013.10.10 | 2260 |
13 | (바낭바낭) 미술관에도 갔어요 >_</ (사진추가) [8] | Kovacs | 2013.10.10 | 1911 |
12 | (구관바낭) 인형옷도 샀어요 >_</ [2] | Kovacs | 2013.10.10 | 1515 |
11 | [잡담] 부모님 방문 + 어느날 듀게가 안들어가지면.. [4] | 가라 | 2013.10.16 | 1568 |
10 | [바낭] 안선생님, 메뉴얼이 타고 싶어요 [8] | 가라 | 2014.03.25 | 1516 |
9 | 무라카미 하루키 닮은 한국인 [32] | catgotmy | 2014.03.28 | 3859 |
» | [회사바낭] 조직해체 & 해경 구조작업 [5] | 가라 | 2014.05.19 | 2158 |
7 | 최근에 있었던 좋은일, '제자' 와 '학생' 의 차이, 괭이 사진 [5] | Q | 2014.06.15 | 2782 |
6 | 야관문 술 담그기, 연애의 밀당 [18] | 칼리토 | 2014.07.10 | 3007 |
5 | [바낭] 새삼 느끼는건데 '듀게'는 참 이뻐요. [15] | soboo | 2014.08.05 | 2401 |
4 | 탄산수 바낭, 이후 이야기 [3] | 칼리토 | 2015.04.08 | 1751 |
3 | (바낭) 사는게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 [28] | 푸른나무 | 2015.06.20 | 2619 |
2 | 날이 서늘하네요. [6] | 칼리토 | 2015.08.25 | 1703 |
1 | 드디어 돌아온 아가씨... ㅠ_ㅠ [8] | 샌드맨 | 2015.10.05 | 1630 |
옷닭은 조직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조직개편이 야기하는 일에 대해서는 까막눈인 거 같아요. 조직의 수장 업무가 벅차니 역시 자기 잘 하는 외국 나가서 패션쇼나 해야겠다 싶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