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한민국입니다.

2012.04.10 21:12

마르세리안 조회 수:1010

1. 해방 이후 한국은 아직도 전쟁중입니다. 공식적인 전쟁은, 그러니까 몸과 몸이 부딪히고, 총알이 난무하는 그런 전쟁은 1953년에 끝났지만 사회적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는 격렬한 전쟁을, 단 한번 패배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런 전쟁을 매일 매일 치르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를 지금 이 글을 읽으려 하는 분들은 모두 다 직관적으로 이해할껍니다. 우리는 지금 사회적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2.그러다 보니 공동체적 의식은 희미해져 갑니다. 생존만이 중요한 시대이므로 나를 챙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다른 이를 챙기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한국사회의 고질 병인 강고한 가족주의와 지역주의가 여기서 근원합니다. 가족주의와 지역주의 모두 겉으로 보기엔 희생입니다. 장남의 성공을 위해 다른 자식들이 희생하고, 지역민들은 어김없이 우리가 남이가에 손을 들어줍니다. 하지만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다르게 느껴집니다. 저는 한국사회의 가족주의와 지역주의에서 '공동체'의 냄새를 느끼지 못합니다.  느낄수 있는건 이렇게 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본능입니다. 그 생존본능을 위해 우리는 연줄을 만들고, 유흥주점에서 노래와 춤을 배웁니다. 옹골찬 가족주의와 지겨운 지역주의에서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이 모두가 '생존본능'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호남의 연줄과 고려대의 학연에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없다는 본능이 그들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3.이것이 한국사회를 지금까지 끌어 올려온 추동력이었다는 것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생존본능이 우리를 지금 이렇게 키웠습니다. 잘못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공포가 우리를 아득바득해 여기에 올려놨습니다. 겉으로 본 지표와 수치에서 우리는 선진국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우리의 생존 본능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게 나쁘다 옳다를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되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형님 동생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회, 무슨 연줄이라도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는 공동체적 의식의 발현이 아니라. '내가 먹지 않으면 죽는다.' 라는 절박함이 빚어낸 결과인겁니다. 저는 이걸 '나의 시대'라고 명명하고자 합니다.  


4.그런데 막상 우리가 '나의 시대'를 위해 투쟁하는 동안 우리가 생산해 온 많은 것들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당연합니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승자독식의 구조입니다. 승자란 언제나 외로우니 단수고, 패자는 언제나 많습니다. 그런 구조가 계속되다 보면 파이를 가져가는 사람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 위주의 독점적 체제라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엔 재벌은 잘못이 없습니다. 기업은 언제나 이윤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들입니다. 그 이윤을 어느정도 제어해야 하는 건 공동체와 공공의 몫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동체도 없었고, 공공 또한 무기력했습니다. 군사정부때의 공공은 알면서 무시했고, 민주화 이후의 공공은 재벌과 결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생존본능은 나의 이익이 아닌, 타인의 이익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를 또 명명하자면 '너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해방이후의 한국 사회는 겉으로 보면 '나의 시대'지만 그 속살은 '너의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5.이또한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재벌만의 문제가 아니기때문입니다. 심지어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사회구조적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내내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어떻게 싸우는 지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김진숙 이전에 한 명의 노조위원장이 크레인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에 무심했고, 방조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던 노조들은 외주제작사들의 열악한 환경에 눈감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게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나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들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 누구의 탓이라고 딱 집어서 말할 수 없습니다. 


6.그런데 현 정부 이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의 시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평 불만을 제기합니다. 나의 시대가 옳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결국 다른 이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걸 우리가 막연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전에 여러번 있었던 '나의 시대'에 대한 투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조짐입니다.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킨 힘도, 현 정부를 탄생시켰던 힘과도 다른 문제입니다. 안철수 현상을 바로 이 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현 정부에 대한 반감에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정치 신인인 안철수를 아직까지도 무대에 머무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7.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안철수로 상징되는, '나와 너의 이익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10년전 우리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정의와 반칙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우린 그런 그에게 지지를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그후 5년 그는 그런 사회를 만들지 못했고, 우리는 그에게 이익을 받지 못해 버렸습니다. 지금은 비극적 삶으로 추앙받는 노무현 대통령이지만. 명백히 말해 그의 집권기간은 실패였습니다. 그는 나의 시대를 우리의 시대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대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8.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나 문재인같은 유력한 대선 후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 박근혜가 해당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 우리앞에 놓여져 있는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합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안철수도, 문재인도, 박근혜도 지금껏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나의 시대'를 대체할 만한 그 어떤 것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느 한 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해야 겠군요. 


9.'나의 시대'가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이가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체할 공동체적 정신이 향후 대세가 될 것임에도 우리 모두가 동의합니다. 저는 몇 차례에 걸쳐 이를 설명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건 우리의 공동체는 무엇을 지양하고, 무엇을 목표로 삼으며, 어떤 이까지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입니다. 즉 구체화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10. 내일의 총선은 우리가 그 작업을 위해 내딛는 첫 걸음 일것입니다.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비틀거릴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싸우고 눈을 부라리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지는 맙시다. 지금부터의 대한민국은 그 이전의 대한민국과 다를 것이라는 것을 상기합시다. 그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를 고민합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동의어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11.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첫 걸음, '나의 대한민국'이 아닌 '당신의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시기입니다. 우리 모두가 붓뚜껑을 들어 누군가에게 투표를 할 때 나만의 이익이 아닌. 나의 가족이나, 나의 연고의 이익이 아닌. 우리 아이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이익이 되는 그런 마음으로 누르는 것이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 결정할 것입니다. 분명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대한민국을 그 이전의 대한민국과 얼마만큼 다른가를 결정하게 할 것입니다.


12. 김용민의 막말 발언도, 민간인 사찰도, 현정권 심판도, 거대 야당 견제도. 모든 말들은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총선에서 그 이상의 것들을 결정할 것입니다.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지를 넘어서 어떤 공동체를 만들고, 그것이 어떻게 운영할 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새로운 사회 설계를 위해 밑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그런 일들을 할 것이며. 이나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결국 우리가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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