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소개팅 해주겠다며 어떤 사람이 좋냐고 한마디로 말해 보라고 했어요.

전 골똘히 생각해보고 두 단어의 수식어가 붙은 문장으로 최대한 간략하게 압축해서 운을 띄웁니다.

"이러 이러한 사람"이 좋다.

 

그리고 다시 다른 친구들에게 물었죠.

넌 "이러 이러한 사람"이란 말을 들으면 연예인이나 극중 캐릭터 중에서 누가 떠오르니?

그랬더니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안 겹칠수가 있는지.. 심지어 제가 의도한 그림과 아주 동떨어지기도 하더란 말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맞는 사람을 달리 더 잘 표현할 말도 못찾겠더란 말이죠.

 

저한테 어떤 사람이 '잘 맞을지'는 어떻게 보면 저란 존재가 실제하니까, 그 사람의 존재도 너무 명확할텐데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백 개 정도의 단서를 붙여야만 얼추 완성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렇게 백개 정도의 단서로 만들어진 빈틈없는 그물을 통과해서 어찌어찌 만나게 된 사람과 말을 해보면

제가 생각한 그 사람도 저와 어울리는 사람 조차도 아니에요. 그냥 요소들이 겹칠 뿐이지.

 

세상에 100%의 인연이 없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저와 백퍼센트가 맞는 사람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엄청난 운이 따라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마침 그 둘이 대화가 통하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취향이나 가치관이 겹치며,

서로의 마음 깊은 곳을 터치하는 무엇인가가 있고, 사랑을 하고, 정이 들고, 일정 기간 서로의 인생을 함께 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죠.

 

 신기한 건 제가 사귀었던 사람을 돌이켜보면 그 말로 풀려면 백개쯤 되는 빈틈 없는 그물을 분명 통과하고도

 사랑에 빠졌고, 행복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습니다.

아니, 사랑이 운명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때가 아니면 얌전히 기다려야하는 거겠거니, 생각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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