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심사위원들에 대한 불만이나 그런건 거의 없는 편입니다.

 

떨어져서 아쉬운 밴드도 분명 존재하고 생존이 의아한 밴드도 없진 않습니다.

 

다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취향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건 아니니까요.

 

 

듀게분들도 많이 아시지 않을까 싶은 lezhin이란 유명 블로거분이 "미인대회에서 뽑힌 미인이 우리 눈에 미인같아보이지 않는 것은 심사위원들이 지 눈에 이쁜 여자를 뽑는게 아니고 남 눈에 이뻐보일법한 여자를 뽑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딱 듣는 순간 아 소리가 나더군요.

 

 

음악 오디션 프로에서 심사위원의 최적의 포지션은 "보통 청중보단 제법 많이 알고 있는 청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매력 혹은 한계를 짚어낼 전문가적 안목이 있으면서,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권을 행사하는 그런 청중이요.

 

심사위원 몇몇이 머리를 모으고 쟤는 이건 좋은데 이건 너무 약해 그럼 남들이 싫어할듯? 쟤보단 얘가 무난하고 저런것도 잘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몇단계 오르다보면 결국 우리가 만나게 될 최고는 전과목 90점의 애매한 우등생이 될 지도 모릅니다.

 

난 얘가 이건 빵점인데 저게 백점이라 너무 좋다 난 얘로 갈래! 이런 식으로 심사위원 각자의 선호가 부딪히고 깨지고 단계가 올라가면서, 도전자들이 창끝처럼 벼려진 자신의 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그런 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판에선 둥글둥글 전과목 90점은 또 그만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겠죠.

 

이렇게 되려면 심사위원은 고집을 부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 고집은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의 개인적인 고집이기도 하고,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미지의 청중을 위한 의견의 대리 피력이기도 합니다. 심사위원은 그러라고 뽑아놓은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김에 제가 오늘 들려드리고 싶은 곡은 네메시스와 퍼플레인에 낑겨 제대로 언급도 안나오고 묻힌ㅠ 전기뱀장어의 송곳니

 

 

 

공연 영상을 직접 따오고 싶었는데 다음에서 공유를 막아놨는지 안되더군요. 되는대로 유튜브에서 스튜디오판으로.

 

 

 

 

 

 

사실 최근의 국내 롹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는데요. 속칭 "가오 쩌는 노래", 예를 들면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같은, 그런 곡이 나오지 않는 게 아쉽더군요.

 

어쩌다 듣게 되는 곡중 반은 풩키풩키 신난다 놀자, 나머지 반은 뿔테 낀 멸치가 체크남방 입고 청승맞게 부르는 노래

 

ㅋㅋ당시 편협한 시각으로는 그렇게만 들렸습니다. 그때는 롸큰롤이 왜 이렇게 힘아리가 없냐고 외치고 싶었죠.

 

 

모든 것이 곱씹을 수록 맛이 새로워지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듯 합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느낌의 곡이 네메시스와 퍼플레인이라는, 향미가 강한 두 팀의 음악 사이에 끼어있으니 오히려 진솔하고 담백하게 와닿더군요.

 

화려한 화풍의 유채화 두 점 사이의 수묵화 같았달까요. ㅋㅋ표현이 슬데없이 장황합니다. 전문성은 없는 그냥 청중의 취향 피력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전기뱀장어는 제가 앞서 말한 탈락이 아쉬운 밴드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이름을 알게 됐으니 언젠가 또 듣게 되겠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곡을 듣다보니 예전에 즐겨 듣던 델리스파이스가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덤으로 한 곡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침에 하루를 시작할 때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곡입니다.

 

 

음악은 몸에 좋습니다. 많이 들으시고 건강하세요.

 

(유튜브는 정말 시대의 발명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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