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세계국립극장전에 초청된 터키국립극장의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와 크레온 )

 

지지난 토요일 네번째 희곡모임이 열렸습니다. 러시아발 한파에도, 미끄러운 빙판길에도, 대선 후 멘붕에도 쉬지 않는 모임입니다. 그리스비극보다는 우리의 뼈와 관절이 더 소중하므로 궂은 날엔 쉴까 싶다가도 만나면 즐거운지라 미루질 못하네요. 이렇게 같이 책 읽고 웃고 떠들다보면 몇년 또 금방이겠죠.

 

이날 읽은 것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입니다. 1944년 독일점령하의 파리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당시로는 경이로운 500회 상연기록을 세웠다고 해요. 원작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저항하다가 좌절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인데, 당대 현실에 비추어 점령군 대 시민군 또는 비시정부 대 레지스탕스의 알레고리로도 읽혀 관객 반응이 뜨거웠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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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자어른 VS 여자아이 

 

-작가가 영리하네요. 안티고네를 레지스탕스처럼 그려서 흥행한 것도 있겠지만, 그녀의 대척점에 있는 크레온을 통해 독일에 저항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도 제대로 시켜주는데요. 

-코러스가 등장해서 비극에서는 죽이는 자와 죽는 자의 유무죄를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건 배역의 문제일 뿐이라고 대놓고 면죄부도 발부하고요. 음.. 이게 작가의 세계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만 보면 보수반동인데요. 5.16이나 인혁당 사건 등은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던 얘기 떠오르네요.

-안티고네를 전면에 내세우긴 했으나 읽어보면 크레온이 더 설득력 있죠. 안티고네는 원작에서보다는 적극적이긴 한테 치기어린 소녀의 모습이고요.

-반면 크레온은 원숙한 중년남성이죠.     

-크레온을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왕으로 설정했죠. '나는 작업을 거부하지 않는 노동자일 뿐'이라든가, '명분 따위 허황한 거고 세상이 좀 덜 모순적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전부'란 얘기 그럴듯했어요. 안티고네는 그냥 한 마리 반항적인 십대 짐승. '이해하고 싶지 않아, 싫어, 이건 아니야' 라는 얘기가 전부에요.

-크레온 입장이 충실히 설명된 것에 비해 안티고네 얘기가 부실하긴 한데, 생각해보면 안티고네는 합리화가 필요없는 입장이더라구요. 크레온이 너는 왜 오빠를 매장하려 했냐고 물을 때 안티고네가 별 말 없이 그냥 그래야 했다고만 하잖아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이미 윤리적으로 우위에 있는데 그냥 행동하면 되는 거죠.

 

 

2. 독재정권의 공주 또는 민주투사

 

-지난번에 안티고네라는 인물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한 거 같아 미안했어요. 어쩄거나 독재자한테 목숨걸고 저항한 사람인데 그런 면은 제껴놓고, 비극적인 가족사에 빠져죽은 여자로만 봐가지고. 

-장 아누이 버전에서도 그런 인상은 여전한데요.

-오히려 더한 거 같아요. 소포클레스 원작에서는 인간의 법에 맞서 신의 법을 지키기라도 했지, 여기서는 아예 그런 면도 제거되고 반항아 모습만 남았어요.

-어린애 같은 면이 두드러지긴 하죠. 그래도 크레온과의 대립은 원작보다 선명하잖아요. 

-안티고네가 독재에 맞서 싸웠다고 볼 수 있나요? 이 사람이 뭘 했나요. 

-독재자한테 고문당하다 죽는 것 외에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걸 한 거죠. 누군가한테는 개죽음이었겠으나 어떤 이들한테는 숭고한 죽음이었을 거에요. 3.1 운동은 별 볼일 없이 진압당한 실패한 시위였지만, 그 사건을 목격한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죠. 후에 경찰서에 붙잡혀 온 독립군들 취조해보면 열에 아홉은 3.1운동에 감화받아서 그 길로 들어섰다고 진술했대요. 유관순도 5.18 광주시민군도 철탑에 올랐던 김진숙도 현대의 안티고네들 아닌가요. 현실에서는 패배하지만 상징체계에서 승리하는.

-잠깐만요. 지금 얘기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저는 안티고네가 박근혜로밖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유관순이나 김진숙으로 볼 수가 있죠?

-지난번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읽을 때 제가 딱 그랬는데.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도 그렇게 보시는 거에요?

-네. 너무나 박근혠데요.

-아버지의 유훈을 받드는 공주라든가, 제왕적 최고권력자의 공주였다가 수년간 아내 역할을 대신했다든가, 부모의 비극적 죽음과 자신을 분리해 사고하지 못한다든가...

-하지만 국가권력이 간첩으로 낙인찍고 배제한 이를 묻어주러 나섰다는 점이 박근혜와 다르죠. 

-크레온이 오빠들의 파렴치한 행위들을 폭로하는데도 그걸 보려하지 않는 안티고네는 유신의 실체를 인정 않는 박근혜같지 않아요? 소름끼쳐요.

 

 

3. "나는 모든 것을 당장 원해요. 그리고 그것이 전체이기를 원해요. 그렇지 않다면 거절할래요! 나는 겸손하고 싶지 않고, 온순했다면 얻을 수 있는 작은 조각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오늘 모든 것에 대해 확신하고 싶고, 그것이 내가 어렸을 때만큼 아름답기를 원해요. 아니면 죽기를 바랍니다." 

 

-안티고네가 독재에 맞섰다기보다는 현실을 못 받아들여 자살했다는 느낌도 강해요.

-완벽한 것, 순수한 것, 이상적인 것을 되게 갈구하잖아요. 그런 건 어디서도, 누구한테서도 구할 수 없을텐데.

-좀더 살았더라면, 이런저런 경험하면서 나이들어갔더라면 그렇게 절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어려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크레온이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어른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죠.

-자기 이상과 다르다고 다 거부해버리는 거, 크레온 말마따다 너무 쉬운 거 아닌가, 비겁한 거 아닌가 싶죠.   

-크레온이 땅에 발딛고 서서 땀흘려 일하라고, 좋은 책, 발치에서 노는 어린애, 하루 일과 후 휴식 등의 소소한 행복 찾으며 살라고 하잖아요. 말 잘 하네 싶었는데 안티고네가 어찌나 경멸하던지! 뼈다귀 핥아먹는 개냐고! 그건 몸에 주름살과 지방덩어리만 추가하는 거지 사는 게 아니라고! 어휴, 말 못되게 하는 거 좀 봐요. 

-어려, 어려서 그래.

-'어리다'는 말을 미숙함이나 무지함과 동급으로 써도 되나요?

-물리적인 나이보다는 안티고네의 오만함, 성급함, 치기, 이상주의, 용기, 정의감 등을 뭉뚱그려 한마디로 어리다 한 거죠.  

-예전에 누가 저한테 '어리다'든가 '나이 보인다'하면 지랄했거든요. 이러이러하다고 하면 되지 왜 어리다 하냐고 열라 따지고.

-논쟁 중에 나이 얘기하면 불쾌하지. 근데 나이 더 들면 어리단 얘기가 기분 별로 안 나쁘다? 

-네, 벌써 그래요. 안티고네한테 동의하기 어렵더라구요. 십대청소년 같이 군단 말 많이 들었는데 저도 어느새. 

-잘 나이든 거지, 뭐.

 

 

4. 허무

 

-죽으러 가기 전에 안티고네가 내가 왜 죽는지 모르겠다고, 두렵다고 하잖아요. 이제까지 크레온과 맹렬하게 대립하다가 갑자기 긴장을 탁 풀어버리는데요.

-소포클레스 원작에서는 결혼도 못해보고 이제 하데스의 신부가 되러 가는구나 신세한탄하던 장면인데, 여기서는 허무함을 잘 살린 것 같아요.

-인생의 허무와 부조리. 갓 스무살 된 아이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기엔 좀.. 작가 장 아누이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이 장면 때문에 작품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안티고네가 계속 자기확신을 강하게 가진 채 죽었다면 저는 별 감흥을 못 느꼈을 거에요. 회의하고 흔들렸기 때문에 안티고네가 훨씬 입체적인 인간으로 다가와요. 마더 테레사 사후에 발견된 그녀의 편지에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현실에 절망하는 얘기가 담겼더라는 기사를 봤을 때 느껴진 안도감과 비슷해요. 그런 편지가 있다고 하니까 테레사 수녀가 성녀 같지 않고 진짜 사람 같더라구요. 

 

  

5. 고독

 

-사형선고 받은 안티고네 옆에 무심한 경비병들을 배치시켜 포커치고 수다떨게 했죠. 그녀는 몹시 고독하다는 백마디 말 없이도 그녀가 얼마나 고독한지 잘 드러내주네요.

-그런데 경비병을 대하는 안티고네 보면 정말 재수없는 인간이에요. 경비병들도 안티고네가 죽든말든 일말의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기들의 안위만 신경쓰긴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죠, 뭐. 그렇다고 그렇게 벌레 대하듯, 더럽다고, 자기한테 손도 못대게 하나요. 거기다 반말까지. 완전 공주님 덩어리! 그 사람들과 손끝 하나 닿는 것도 치를 떨면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안티고네가 고독한 건 당연하고, 솔직히 그래도 싸요. 유모나 이스메네, 하이몬과 나누는 대화도 살펴보면, 안티고네는 자기 얘기만 늘어놓지 남들 얘기는 전혀 듣고 있지 않아요. '이스메네 언니는 예쁜 머리카락 덕에 안락하게 살 수 있어 좋겠다'니, 얼마나 상대를 얕잡아 보는 거에요. 심지어 하이몬이 무슨 대꾸라도 할라치면 아무 말도 말라고, 한마디만 더 하면 난 창문에서 뛰어내려버리겠다고 하면서 자기 말만 하고 내쫓죠. 정말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근데 본인은 그걸 몰라. 그냥 자기 감정에만 빠져 있죠.

-진짜 고독한 사람은 크레온 아닌가 싶어요. 주변에 다 비장미 넘치는 사람들 뿐이고 현실적인 사람은 자기 하나야!

-하이몬은 그 고독이 무섭다고 어린애처럼 소리지르다 자살하고, 안티고네도 어른되기 싫다고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고. 

 

 

6. 자살 VS 타살

 

-안티고네, 자살인가요, 타살인가요? 

-스스로 목을 매긴 했으나 국가에 의해 사형된 거라 볼 수 있죠.

-크레온은 안티고네 살리려고 엄청 애썼는데요. 네가 왜 죽냐고, 그깟 정치적 슬로건에 희생되지 말고 삶을 소중히 여기라고 얼마나 설득해요.

-"나는 네가 정치적인 이야기 속에서 죽게끔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 너는 그보다 더 가치가 있다." 건전하지만 매우 보수적인 얘기죠.

-이스메네가 '이념을 갖고 죽는 것은 남자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여자는 집에서 애나 키우고 설거지나 하라는 게 아니라, 여자들한텐 시민권조차 주지 않던 시절이었잖아요, 존재를 인정조차 안 해주는 공동체에 존재증명하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보이콧해버리라는 뜻으로 읽었어요. 남자들의 전쟁에, 그들만의 권력투쟁장에 자신을 소모하지 말고 더 가치있는 일을 생각해보라는 얘기로요.

-오빠 시신을 매장하는 것은 안티고네에게 있어 죽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오빠랑 별 관계랄 것도 없었고, 오빠 묻어주는 일이 그녀에게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었을 것 같아요. 존재증명을 위한 소재 정도?

-나라 팔아 한몫 챙기려는 매국노들, 혼란한 정국 속에 권력을 잡아보려는 평민지도자들, 부패한 기득권에 매달리는 사제들이 안티고네를 이용하는 거라는 크레온의 냉소도 일리가 있어요. 순진한 어린애의 죽음보다 더 효과적인 선동이 어딨겠어요

-자발적 순교인지 사회적 타살인지 잘 모르겠어요.

-자기의 이상이나 가치가 알고보니 그렇게 완벽하지도 가치있지도 않더라는 걸 못 받아들이고 자살한 거 같아요.

-전태일이 스스로 자기 몸에 불을 붙이긴 했지만 그건 타살이나 마찬가지죠. 실제 그 사람이 죽기 직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는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누구보다 더 살고 싶었을 거라 생각해요. 박종철도, 이한열도, 그 분들은 자살한 게 아니지만, 하여간 우리가 열사라고 부르는 분들도 남영동에 끌려가거나 시위에 나가면서 자, 이제 순교해야지 하는 자의식 갖고 간 게 아니라 살려고 갔겠죠. 그런 죽음들은 명백히 타살이죠. 그런데 안티고네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추구했던 가치가 저한테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서 그럴까요. 그렇다고 '그게 죽을 일이야?'라고 할 수도 없고... 어려워요.

-순교나 타살이라기보다는, 절망으로 죽어간 거 아닐까요. 암 같은 병에 걸려 죽듯이요. 

 

 

7. 이스메네 VS 안티고네

 

-인형처럼 예쁜 언니와 그렇지 않은 동생이라는 설정.

-힘들었겠다, 안티고네.

-프랑스 영화 [팻걸] 떠오르네요.

-자기가 예쁘지 않다는 걸 되게 의식하잖아요. 왜 그러는 걸까요.

-그런 열등감이 안티고네가 행동하는 에너지기도 한 거 같아요.

-그 모든 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언니에 맞서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행동들인가요.

-갑자기 안티고네의 인정투쟁 얘기가 되버리는데요.

-박근혜에 이어...지못미, 안티고네. 

 

 

8.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VS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버전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나오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삭제되면서,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인간의 몫으로 가져왔죠. 신의 뜻과 인간 의지의 대립 대신 현실의 독재적인 권력과 그에 저항하는 소수자라는 대립구도가 강조됐어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대사도 적고 존재감도 희미하고 그 캐릭터가 잠재되어 있는데 반해,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극의 전면에 등장해서 크레온과 팽팽하게 대립했죠. 캐릭터구축이 훨씬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수동적이고 자학형인데 반해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훨씬 자기주장이 강하고 욕망도 강해요. 물론 좀더 영리하고 노련한 캐릭터면 더 좋았겠지만.

-원작에는 없던 유모가 추가되고, 원작에서는 이스메네의 언니로 나왔던 안티고네가 여기서는 동생으로 나오면서 안티고네의 어린애 같은 면이 강조되었구요.

-하이몬과 크레온. 원작에서는 크레온이 자신이 곧 국가라는 제왕적 입장이었고 하이몬이 그건 사막에서나 통하는 거라고, 국정운영을 통치자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반해 여기서는 하이몬이 아버지의 최고권력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안티고네를 살리라고 요구하죠. 외려 크레온이 자기 위에 있는 법을 무시하고 그럴 수는 없노라 대답하구요.

-고대그리그극은 주석 찾아보지 않으면 절반도 이해를 못 하겠는데 이건 직독직해돼서 편했어요.

-현대극이라 감수성도 낯설지 않고. 이번 작품은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근데 대사가 입에 잘 붙진 않더라구요. 장광설도 많고.

-장 아누이 것은 희곡이 아니라 소설 같죠.

 

 

9. 안티고네를 직접 읽어 보니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요.

-이름만 알고 있을 때는 막연히 저항의 상징으로 여겼는데, 읽어보니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안티고네가 기호가 아닌 인물로 다가오니까.  

-신비감은 더 이상 없지만 그 인물을 좀 덜 오해하게 된 점은 좋아요.

-피상적인 이미지 소비에서 실체에 다가간 기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서 좋았어요.

  

 

10.  뒷풀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하는 모임 있으세요들?

-없어요.

-티비가 내 친구.

-예전엔 활발하게 사람들 만났는데 안 그런지 꽤 됐어요.

-아무래도 결혼, 취업 등으로 사는 모습들이 달라지니까요. 나눌 수 있는 얘기들이 점점 적어져요. 

-오래된 친구하고 술 마시며 옛날 얘기 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지루하더라구요.

-친목모임은 한계가 느껴지고, 뭔가 같이 할 게 있어야 그나마 오래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텃밭이나 염색일처럼 몸쓰는 일 같이 해도 참 좋은데 서울은 땅값이 비싸서 어디 할 데도 마땅찮고. 그거 하자고 기름 태워가며 교외로 나가기도 그렇고, 다들 멀리 살기도 하고. 그저 만만한 게 책이죠. 전공자나 훌륭한 분이 계셔서 이끌어주는 모임이면 더 좋겠지만, 뭐 이 정도도 나쁘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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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장소였던 까페 소소의 회의실에서 그림전이 열리는 바람에 이번에는 실내에서 했습니다. 따뜻했고 10인용 나무테이블도 준비되어 있어 괜찮았는데, 음악소리와 전시회관람객들로 어수선하긴 했어요.그 와중에도 감정살려 읽었습니다. 첫회 때보다 오고가는 감정들이 더 다양해졌고 쑥스러움도 덜 탔습니다. 이날 어떤 분은 굉장히 실감나게 연기하셔서 다른 참가자들의 환호와 박수도 받았어요. 모임이 점점 떠들썩해져 갑니다.

  

다섯번째 모임은 1월 5일 까페 소소에서 12시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

다음에는 정신이 좀 없더라도 뒤쪽에 있는 주석을 찾아가며 읽는 게 어떨까요. 이름 하나도 간단히 '아가멤논아~' '오딧세우스야~'라고 부르질 않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아~' '라에스테르의 아들아~'하는 식이라, 그냥 본문만 봐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신들은 별명도 왜 그렇게 많은지. '포이보스'는 이제 좀 익숙해졌죠? 네, 아폴론 맞아요. '에뉘알리오스'가 전쟁의 신 아레스고, '타우로폴로스'는 아르테미스래요. 그리스인도 '아르고스인' '다나오스인' '아카이오이족' 등 다양하게 불리네요. 내용은 선거에서 오딧세우스한테 패배한 아이아스란 인물의 심리묘사가 대부분으로 별로 어렵지 않은데, 그리스 신들과 영웅들의 계보 파악과 지명, 인명, 숨은 고사 등이 좀 진상입니다. 미리 읽어오셔도 좋구요. 저는 처음 읽을 땐 너무 지루했는데, 두번째는 좀 재밌게 봤어요. 대선 다음날 마음 가라앉히려고 펼쳤는데 마침 내용이 맞아떨어져서 그랬는지.

그럼 다음에 봬요. 벌써 새해네요. 내년에도 우리 주욱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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