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8 14:33
1.
오늘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고 있었습니다. 평소엔 앉자마자 잠을 자는데 오늘은 왠지 사람들을 관찰 -_-하고 싶더라구요.
처음에는 남자 여자가 입고 신은 옷이나 구두 같은 걸 보면서 흐음 요새는 저게 유행인갑네 이러고 있었는데
보다보니 아니......... 사람들이 다 너무 마른거에요. 통통한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송혜교는 통통하지~ 이런 얼토당토 않는 기준의 통통함이 아니라요.
가령 160cm 50kg을 정상체중으로 보고 그보다 좀 더 초과하는 것을 통통함이라고 봤을 때, 정상체중으로 보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보였어요.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요. 허벅지가 거의 종아리 사이즈와 비슷한 사람들이 널려 있는 겁니다.
아니 저 다리로 어떻게 걸어다녀 그래-_- 소리가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다 너무 마른 것 같아요. 필요 이상으로...
인터넷 쇼핑몰 모델, 연예인들은 그 '마름'의 극한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겠죠.
패션모델들을 얼마나 더 할지 상상도 안 가네요.
근데 제게 과연 저런 말을 쯧쯧 거리며 할 자격이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자조에요.
저부터가 그 말랐다는 기준이 어딘가 폭력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압도당하고 있어요.
이제껏 실제로 '말랐다'는 모델이나 연예인들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한 적은 거의 없는데도, (볼륨있는 분들 제외;;)
통통하게 살이 오른 사람을 보면서 귀엽다 저렇게 부티나 보이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살을 찌울 생각은 못하고 있어요.
살 조금 쪘을 때 예쁘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으면서, 살 찌는 게 좀 두려워요.
전 이제껏 체질상 상체 살이 잘 안 쪄서 외관상으로는 말랐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사는 쪽이에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다른 사람에 비해 말랐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게 약간 스트레스이기도 했구요. (맞는 자켓이나 코트가 엄서요ㅠㅠ)
근데 언제부터인가 전 스스로가 말랐다는 생각을 거의 전혀 안 하게 됐습니다. 주변에 나보다 마른 사람이 널려가는걸요...
심지어 다이어트? 도 했어요. 계기는 어느 인터넷 카페 다이어트 방?
나 정도면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거기 들어가보니 제 사이즈 정도 되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려고 난리가 났더라구요.
그러다가 어느 날 길 가다가 쇼윈도에 비춰진 내 다리를 문득 본 순간 경악했죠. 저 알은 뭐야 이러면서...
사실 33cm 정도면 보통 마른 다리 정도 되지요. 근데 인터넷에서 31,32cm 다리를 보고 나니깐 내 다리가 두껍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25사이즈가 딱 맞는다는 후기글을 보면서 26사이즈가 딱 맞는 내 허벅지에 화가 나는거에요 ㅠㅠ
암튼 그 날부터 매일 혹은 격일로 걷기 운동을 하고 4kg 정도 빠졌어요.
중간에 엄마와 남자친구의 (분노를 동반한) 말림이 없었다면, 전 지금도 고구마나 먹으면서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끔 문득문득 욕구가 솟구칩니다. 더 살을 빼고 싶다라는...
근데 그게 제 건강을 반드시 해칠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참고 있어요....
2.
오늘 인터넷을 보니 아이유 33반 사이즈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이게 뭔 개소리-0-인가 해서 글들을 보는데...
시상식인지 팬클럽인지 아무튼 빨간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은 흑발의 아이유가 나왔는데
으아 너무 작고 깜찍합니다만 너무 마른거에요 너무 ㅠㅠ 안 그래도 마른 아이유였는데 더 말라졌어요.
구하라랑 니콜 가운데 선 사진은 좀 유명한 것 같던데 그건 정말 뙇;;; 소리가 육성으로.
구하라는 너무 말라서 머리가 커 보인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마른 녀성이고 니콜도 요새 살 빼서 만만찮은데
그보다 아이유가 훨 가녀려 보이는거에요. 진짜 바람 불면 날라갈 정도로요 oTL 얘가 어려서 그런가 더 작아보여요 oTL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사진이나 영상이라는거죠. 부어 나온다는 걸 감안했을 때 실물의 아이유는 진짜 너무너무 말랐을 것 같아요....
암튼 그런 글들을 보다보니 문득 불안한 마음이 스치더군요... 44사이즈가 유행했듯 33반 사이즈가 유행하는 건 아닐까...;;;
근데 그렇게 되면.. 왠지 저 다이어트 하고 있을 것 같아요....아이유만큼 마르고 싶어 뭐 이러면서요 ㅠㅠ
마른 아이유가 예전의 아이유보다 더 예쁘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요...
3.
이 마르고 마른 몸매의 유행이 어서 지나가야 할 텐데.. 생각이 들면서도 저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으니... 우습고도 아이러니하네요.
2011.12.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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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18:47
그래서 이 트렌드가 금방 변할 것 같지 않아요.
사람들이 갈망하고 추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흔한 게 아니고 성취하기 어려운 거여야 하기 때문에.
혹시 또 모르죠 후세에 전지구적인 엄청난 식량난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면 다시금 비만이 부의 상징이 되고 다들 앞다퉈 살찌는 비법 같은 걸 공유하게 될지도. 그렇지 않는 한은 어쩔 수 없는 듯해요.
단지 그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 낙오자라는 둥 비난하는 분위기만 없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다양한 취향이 존중되는 것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