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2012.03.20 22:12

AT Field 조회 수:777

 

일인칭 시점으로 썼기에 본문은 반말투입니다. (양해를...) 게다가 바낭이 가득한 찌질한 글이므로 머리가 아프신 분들은 패스하세요.

 

대체 결혼이란 걸 뭣 때문에 했냐고 물어보는 나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왜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자신의 본성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못 하는 상대가 있었고, 적당한 곳에 취직해서 적당하게 돈이 모인 시기에 결혼 얘기가 나와서 그냥 했다고 했다. "원래 결혼이란 건 그런 거야"라며 자신은 결혼이란 걸 했으니 나보다 한참은 어른이라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도무지 내 머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녀석을 쳐다보며 어디에 초점을 맞춰 놀라야 하는 건지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고민했었다. 얼마 전에 자신의 아이를 낳은 부인이 있으면서도, 자기는 그 한 사람에게만 충실할 수 없으며 또 결혼은 어쩌다 보니 떠밀려서 하게 되었지만 그런 자신에게 모순은 없다는 듯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엔 참 이런 미친x도 다 있네라고 생각했다. 그 자식은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자신도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자식이 아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게 띠꺼웠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시내에 나가 군중 속에 섞여 있는 게 점점 싫어졌다. 그런 돌+I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게 멀쩡한 얼굴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미 내 눈에는 미친x으로 보이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 자식이 아기를 사랑하는 평범하고도 좋은 남편으로 비춰질 것이란 게 역겨워 견디기 힘들었다. 내 인격이 대단히 고매하여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올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평생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살겠다는 놈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녀석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같았다. 그리고 내 주위에도 이런 x이 있는 게 아닌지 겁이 났다. 그런 건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은 알 수가 없잖아... 운 나쁘게 내가 걸릴 수도 있고...


그런 사실도 모르고 그 xx를 믿고 살고 있는 부인은 과연 행복한 걸까?  솔직히 자긴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혼 전엔 알아주는 바람둥이 어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했을 때 다들 믿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놈이 결혼이란 걸 하다니... 그 xx한테 물어봤었는데 와이프와 자기가 반대의 입장이라면 넌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물어봤던 것 같다. 안 된다고 했었던가... 혹시 와이프가 모든 걸 알 게 된다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엔 그렇게 되면 와이프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고 그랬다. 그래서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거라고, 그럴 자신이 있다고 했다. 모순덩어리인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화가 났지만 참견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기 싫었다기 보다는 그 이전에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듣고서 머리가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이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때문이다.  더이상 만날 일이 없는 인간이지만 간간히 잊을만하면 내 머리 속을 맴돌며 내 영혼을 좀 먹고 있는 이 더러운 기억을 이제는 잊고 싶어서 글로 끄적거리고 있다. 끄적끄적 거리고 나면 기억이 어느 정도 휘발되어 날아가버리기에...
어쨌든 그 놈의 자식때문에 결혼이란 참 별 것 아닐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으며 이 일 이후엔 사람을 잘 믿지 못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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