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사태가 어제 뉴스에 톱으로 나오더군요. 그동안 주요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던 문제인데 꼭 막판에 와서야 이러니 원... 그나마 야당 정치인들이 여럿 내려가서 연대하고 있으니 뉴스라도 나오지 그냥 활동가들끼리 있었다면 톱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쇼네, 진정성이 없네 의심을 하면서도 정치인들이 특정 문제에 끼어들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게 참 마음이 아프네요.

 

이 문제는 자세히 알아보지 못해서 코멘트는 못하겠고, 다만 아마도 마을 사람들이 이기기 어려울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은 듭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필승카드가 두 개 있습니다.

국방 "나라를 (주로 빨갱이로부터) 지키기 위한 일이다. 그런 일에 이견은 있을 수 없다. 반대하는 넘들은 다 빨갱이거나 정치적인 이유에서 정략적으로 반대하는 거야. 그럼 안돼."

개발이익 "이거 만들면 지역경제 흥함. 개발을 하면서 자연환경 파괴는 불가피한 것. 솔직히 바위 몇 개 없어지고 동식물 수십개 종 멸종한다고 당신 삶에 뭐 영향 있음? 개발 끝나면 '돈'이 들어옴."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만 등장해도 이성적인 설득이 어려운데, 강정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두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끌어안고 있습니다. 거주민들에게는 개발이익을, 타 지역 국민들에게는 국방논리를 들이대면 먹혀요. 지금 반대 여론이 드세지만, 솔직히 전국민 국민투표에 붙인다고 생각하면... 반대가 다수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그런 바위 하나 없어지는 게 뭐 대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아요. 무작정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요.

 

그나마 국방 카드는 세대 교체가 되면 많이 힘을 잃을 겁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고, 빨갱이라는 단어에서 '미움' 보다는 '촌스러움'이라는 느낌이 먼저 드는 세대에게는 색깔론은 별로 안먹힙니다. 하지만 개발이익 카드는 어째 갈수록 더 힘을 얻어가는 것 같군요. 이건 정말 "이런 개발이 '직접적으로' 후쿠시마 쓰나미를 일으켰다. 구럼비바위를 폭파하면 제주에 후쿠시마급의 쓰나미가 온다" 정도의 반대이유를 대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전히 인간은 지구의 수많은 종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인간끼리 생각하더라도 후손들에게 잠시 지구를 빌려쓰고 있을 뿐이니 아껴서 잘 쓰고 돌려줘야 한다는 인식은 정말 '너무 착한'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취급당하고 있으니까요.

 

뭐 하나 할 때마다 이렇게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고 폭력으로 마무리 될 수밖에 없는 건지...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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