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피우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바람이라고는 했지만 그냥
밝고 조그마한 그녀의 방에 덩그러니 앉아
우호적이지 않은 형광등 조명아래의 서로의 얼굴을 몇시간씩 바라보며 가끔 노인들 같은 대화를 할 뿐인 사이였다.
흰 니트를 입고 데이트를 마친 그녀가 방에 들어온다. 겨울이라 청바지가 아직 차가울것 같다. 가까이 가기 싫다.
데이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 그래서 한달에 데이트 식비가 50만원 , 옷값이 50만원, 향수값이 100만원."
형광등 아래 얼굴이 보인다. 시간떄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얼굴의 몽글몽글한 화장 입자가 지저분해 보인다.
지쳐보였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고 비밀기지에 들어와 몸여기저기 링겔같은 선을 꼽고 있던 로보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얘기를 해주니까 웃는다. 얼굴위의 화장 입자가 또 몽글몽글 움직인다. 부자연 스럽게 엉금엉금 기어가 키스를 한다.
흰 니트를 입은 채로 나를 안아준다. 담배냄새가 조금 나긴 했지만 향수에 백만원을 써서 그런지 니트에 코를 박으니 기분이 편해진다.
"나 로봇이랑은 같이 안자" " 왜?" "다치지 않을까 날개 같은데 찔릴것 같아서 겁도나고 " "병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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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꾼 꿈인데 써놓으니까 영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