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3 02:55
어제 밤에 몇시간동안 유튜브를 뒤적거리며 옛날노래들을 찾고 있었는데 3-40분 정도
휘트니 휴스턴 노래를 찾아들었어요, 오늘 일어나서 처음 사망기사 보고 마음이 웬지.......
혹시 어젯밤 그녀가 죽기 직전 자신의 옛날모습이 생각나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면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저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와 함께 있었던 몇 사람중 하나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에 살짝........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뷰트에서 열심히 찾아 듣는 건 전설적인 레젼드 가수들의 전성기적 모습들입니다.
아쉽게도 한국 가수들은 찾기가 힘들어요, LP나 CD로 듣는 건 싫어요, 젊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새삼 느끼는 건데 확실히 모든 사람에겐 생물학적이던 아니면 다른면에서건 전성기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가수들은 좀 더 확실하게 그런 모습이 드러나겠죠
예를 들어 79년부터 84년까지의 조용필이 만든 노래들과 그 노래들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 때에 머물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82년부터 86년까지의 마이클 잭슨도 그렇구요
저도 이렇게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생에 다시 올 수 없을테니까요 그 순간은
범죄와의 전쟁을 봤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저는 한국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정말 영화들이 거지같았거든요, 저에게 영화란 외국영화였죠, 어떤 깨질 수 없는 수직구조 거였습니다.
맨 바닥에 한국영화가 있고 그 위에 헐리우드의 그저그런 영화들, 그 위에 말이 되는 이야기에 인상적인 장면이 몇개 있는 영화들
그 위에 완벽한 영화들 대충 이런식으로 구분이 될까요
스콜세지의 영화들은 보통 맨 위에 있는 완벽한 영화들에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카지노, 순수의 시대.......
저에게 그런 완벽한 영화들은 금기의 대상이었습니다. 따라 할 수 없는 그런 영화였죠
이 범죄와의 전쟁이란 영화는 좋은 친구들을 따라 한 영화입니다. 저는 그게 이 영화를 보고 제일 신기했어요
따라 한다는 건 무슨 오마쥬를 바친다거나 그 영화속의 장면을 베낀다거나 하는 그럼 범주가 아닙니다.
영화속의 인물과 갈등, 서사,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그런쪽에 가까울 겁니다.
물론 좋은 친구들과 범죄와의 전쟁을 일대일로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가 많이 못 하죠
어떻게 그런걸 비교할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이 영화들에서는 비교할수 있습니다. 서사구조가 기본적으로 유사한 패턴이니까요
예를 들면 좋은 친구들에서 레이 리요타가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느끼면서 마피아를 배신하는 시퀀스와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자신에게 닥쳐온 위험 때문에 하정우등을 배신하는 시퀀스는 두 영화가 공히 같은 서사를 이룹니다.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이 못하다는 건 이런겁니다.
이른바 영상미학적인 측면에서 좋은 친구들 최고의 장면이라고 불리는 레이리요타가 거의 강박증에 걸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그 위를 끊임없이 배회하는 헬기장면같은 내용과 스타일의 합이 절정을 이루는 장면들이 없다는 그런거죠
하지만 범죄와의 전쟁도 노력합니다.
최민식이 하정우를 마지막에 배신하는 장면의 연출은 굉장히 공들여서 만들어 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최민식이 어디 하정우를 유인해서 형사들이 잡아가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영화에서 몇번이고 보여줬던 그 좁은 시골길의
앞뒤를 차로 박아넣고 도망칠수 없는 차 안에서 총알없는 총을 가진 최민식과 칼을 든 하정우가 단 둘이서 자웅을 겨눕니다.
형사와 검사는 구경만 하고 있고, 칼에 찔려 피가 나는데도 하정우가 잡히는 걸 보고 최민식은 내가 이겼다고 좋아합니다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고 스타일도 충분히 좋은 그런 훌륭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이 영화는 은근히 많습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 보면 약간 노골적이고 투박하긴 하지만 최민식이 술집에서 자기 예전 상사를 만나고 옆에서 자기를 깍듯학게 모시는
건달동생이 상사를 두들겨패면서 건달세계로 들어가는 것의 희열을 처음 느끼는 장면같은 경우도 그렇죠
게다가 슬로우모션이 걸리면서 화려한 음악과 함께 몽따쥬로 건달의 삶에 젖어드는 최민식의 모습이 몽따쥬로 그려집니다.
이 장면도 역시 내용과 스타일을 결합하려 한 감독의 야심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아무튼 그냥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이 묘했습니다. 오만가지 감상이 다 들었지만 그래도 제일 남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였습니다.
아 노력하면 그래도 되는구나!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이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한국영화 화이팅!!
결국 한국이란 나라는 이제까지는 똑같은 패턴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이나 현대차같은 대기업, 한국영화, k-pop 등 모두 다 이런 패턴인거겠죠
열심히 베끼고, 열심히 사주고 봐주고 들어주고, 어느순간 야심을 품고, 시행착오를 좀 겪다가,
역시 어느 순간 놀라운(상대적인 의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한국의 미래가 정말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