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9 11:24
- 작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7분이고 장르는 드라마 & 스릴러 정도. 스포일러는 없게 할게요.
(아래 무성의하게 복붙 해놓은 배우들 사진이 정겹습니다. 옛날에 저런 포스터 많았는데...)
- 자기 방 책상에서 공부하던 청년이 갑자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전대물 히어로 포즈를 취하고 그걸 엄마에게 들킵니다. 그 순간 플래시백이 들어가며 '우리 아빠는 히어로였다' 운운하는 이야기를 한참 해요.
그러다 장면이 바뀌면 남고딩 하나가 헐레벌떡 논스톱으로 장거리를 달려 등교하구요. 지각해서 들어간 체육관 조회에서 이지메 당하는 여자애를 발견하고 구해줍니다만. 그 여자애는 오히려 그 고딩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네요. 근데 요 남자애는 좀 사상이 만화책 같은 앱니다. 그래서 파워 오지랖!으로 그 여자애 주위를 맴돌며 도와주고 구해주고, 그러다 서로 가까워지고 급기야는 드라마의 순리대로 사랑에 빠집니다만. 애초부터 평범한 여학생은 아니었던 그 이지메 피해자님은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위험한 비밀을 품고 있네요. 과연 이들은 그 비밀을 극복하고 해피 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요!!!
...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히-로다!!!"를 대략 열 번 이상은 외쳐줬던 듯한 우리 순박한 주인공님. 그 뒤에 왕따 소녀와 그 뒤에 왕따 소녀 돕던 소녀. 와따시가 마모루!!! ㅋㅋ)
- 제목에도 적었듯이 넷플릭스가 무려 '고품격 호러' 카테고리에 분류해두고 있는 영화입니다만. 뭐 '고품격'이야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치더라도 아무리 봐도 '호러'가 아니에요. 클라이막스에 피가 튀고 시체가 구르는 장면들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뭐 그냥 평범한 스릴러 정도구요. 그나마도 '드라마'가 메인인 가운데 클라이막스 부분에 강세를 주기 위해 막판에 무리수 전개가 들어가는구나... 라는 느낌입니다. 그냥 '드라마' 카테고리에 넣어둬도 놀라는 사람 아무도 없었을 듯.
(여주인공 얼굴 상태가 고품격 호러.)
- 장점을 얘기하자면... 이야기의 중심인 그 '드라마'와 캐릭터가 의외로 괜찮습니다.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좀 맹해도 착한 남자애가 인생 꼬인 여자애 도와주며 함께 고생하고,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흔한 미담 스토리입니다만. 일방적으로 퍼주는 역할의 주인공이 딱히 거북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대체로 자연스럽게 묘사가 되어서 거부감이 크게 안 들구요. 왕따 여학생의 고통도 선을 넘을 수준으로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 캐릭터도 은근 웃기고 귀엽게 잘 묘사가 됩니다. 그리고 너댓명쯤 되는 이들의 주변 인물들도 다 귀엽고 재밌고 괜찮아요.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악의 없고 동글동글하게 귀여운 이야기랄까. 뭐 그랬구요.
그래서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 중 한 시간 이십분 정도를 이렇게 동글동글 귀엽게 이어갑니다. '고품격 호러' 섹션에서 발견한 영화에게 기대할 전개가 아니라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전반부는 그냥저냥 볼만 했어요. 후반부에 이걸 좀 더 잘 살려 이어갔다면 되게 괜찮았을 수도 있었는데...
(그냥 이렇게 따뜻한 청춘 & 학원물 분위기로 갈 때가 가장 좋았습니다.)
- 이제 대략 40분 정도만 남겨 놓고나서부터 이 영화가 고품격 '호러' 섹션에 있었던 이유가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여주인공이 계속 아주 티나게 숨기고 있던 비밀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데... 흠. 뭐랄까요. 전개상 뭔가 포인트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 전까지 이어지던 소소하고 동글동글하던 이야기랑 톤이 안 맞습니다. 너무 과하기도 하구요. 여기까지 보면서 짐작했던 대로 흔한(?) 가정 폭력 정도로 전개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갑자기 피와 폭력이 난무하고 시체가 굴러다니니 그게 참...; 게다가 이 '호러' 부분은 앞부분의 동글동글 스토리에 비해 연출도 쳐지는 느낌이구요.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이... 뭐랄까. 일본 영화 보고서 이걸 불만이라고 꺼내는 것도 웃기지만, 격하게 일본식이에요. ㅋㅋ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리는 결단과 그에 따른 결과가 이 이야기의 핵심 같은 건데. 그게 참 1도 공감이 안 돼서 난감하더군요. 제가 볼 땐 걍 그동안 없었던 자뻑이 갑자기 우주 대폭발하며 정신승리식 혼자만의 해피엔딩을 맞는 기분이었는데. 영화는 그게 감동적인 거라는 식으로 보여주니 흠.
(이지메 소재 일본 영화가 참 많죠. 이 영화는 이지메 x 가정폭력 크로스!! 로 암담함이 두 배!)
- 마지막으로 한 가지...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구요. 그래서 '소설이었으면 먹혔겠다' 싶은 반전 트릭이 몇 가지 나오는데 그게 영화라는 장르랑 잘 안 맞습니다. 소설이었다면 작가 의도대로 속아넘어가기 쉬웠겠는데 영화로 보면 시작하자마자 음? 하고 당황하고, 몇 분 후면 '아 그런 구성이구나'라는 걸 눈치 채게 되버리는 게 있어요. 뭐 그래서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굳이 속이려고 하지 않고 걍 다 보여줘버린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그 구성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뭔가 뻘한 느낌이 좀 들더군요.
(그래도 이런 풍경 같은 건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긴 하겠죠. 주변 여건상 다니긴 힘들겠지만 사진은 참 예쁘게 받는 학교였습니다. ㅋㅋ)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원작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소설이라 그런지 일본 영화들 특유의 막 격하게 오버하고 비현실적이고 이런 느낌이 적습니다. 주인공이 눈물 콧물 흘리며 연설하는 장면도 없구요. ㅋㅋ 그 연설에 감동 받은 사람들이 갑자기 개심해서 우와아아~ 뭐 이러는 것도 없구요. 나름 장점이겠죠.
화면도 예쁘게 잘 잡고 배우들도 예쁘고 귀엽고 이야기는 좀 구닥다리 느낌의 남자 주인공의 일방적 구원 & 영웅담이지만 캐릭터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괜찮았구요.
하지만 필요 이상의 투 머치 클라이막스와 1도 공감 안 가는 일본풍 마무리가 좋게 본 부분들을 대부분 깎아 먹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그 좋았던 부분도 '괜찮네' 정도였지 '와 좋다'는 아니었기에... 추천은 하지 않는 걸로. ㅋㅋㅋ
솔직히 완전 괴작을 예상하며 봤는데, 의외로 멀쩡해서 괜찮았던 것과 동시에 그냥 멀쩡하기만 해서 별로였던. 그런 영화였습니다.
+ 언제나 느끼지만 일본 영화 속 세상에는, 특히 일본 학원물 속 세상에는 안 예쁜 여자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뭔가 다 유형화된 느낌으로 익숙한 미모들이라는 게 재밌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외국인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일본만큼 확고하진 않을거란 생각도 들구요. ㅋㅋ
2022.02.19 11:30
2022.02.19 11:55
수익이 나니 겸직이 되어서 안 되는 거 아닌가요.
2022.02.19 12:19
2022.02.19 12:16
2022.02.19 12:29
블로그 같은 곳을 볼 때도 그렇고 귀한 콘텐츠를 아낌없이 무료로 나누는 한국이 참 좋단 말이에요
2022.02.19 20:57
제 글이 귀한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좋다는 건 역시 공짜죠!! ㅋㅋㅋ
2022.02.19 16:51
2022.02.19 20:58
분명 카테고리는 만국 공통일 텐데 영어로는 뭐라고 해놨는지 궁금하더라구요. ㅋㅋ
얼빵하고 순한 인상이긴 한데 또 생긴 걸 가만히 보면 좀 강한 인상도 있어서 악역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보니깐 여기 출연진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잘 나가는 배우더라구요.
2022.02.20 03:43
2022.02.20 15:08
호기심에 영문으로 넷플릭스 카테고리 리스트를 찾아봤는데, 딱 맞는 건 모르겠고 가장 부합하는 게 'critically acclaimed' 호러 무비네요. 왠지 이게 맞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생각해보면 이건 '평론가 호평'이라고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아, 모르겠네요. ㅋㅋ
2022.02.19 22:37
2022.02.20 15:09
맞아요. 정말 '일본 영화는 정서 나랑 안 맞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학원물들은 종종 찾아보게 되는 게 그런 이유입니다.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러워도 암튼 그 예쁨은 대체재가 없는 느낌이랄까... ㅋㅋ
2022.02.20 13:41
일본 영화를 보고 일본어가 듣기 괜찮네? 특히 '지금 만나러갑니다'의 다케우치 유코같은. 우와앙 넘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게 들리네? 했다가
그런데 뉴스에서 머리카락 번들하게 발라붙인 아베같은 애들 인터뷰한것 보면 우웨엑 일본어가 싫어진단 말이죠
2022.02.20 15:10
비주얼 전성기 시절 다케우치 유코가 하는 언어라면 어느 나라 언어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 (쿨럭;)
제목 장난 아니네요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쯤되면 로이배티님은 그냥 유튜브를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 호기심을 무료로 풀고 있어서 가끔 송구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