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8 22:57
오늘 밤 11시 20분 씨네플러스 채널에서 미키 루크 주연의 영화 <더 레슬러>를 방송합니다.
이 영화 본 듯한데 제가 imdb에서 평점을 안 줬는지, 아니면 보려고 하다가 못 봤는지, 영화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
imdb 관객 평점도 7.9점으로 좋고 metacritic 평론가 평점도 80점으로 좋으니 한 번 더 봐도 괜찮을 것 같고...
2008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입니다.
혹시 이 영화 아직 못 보셨거나 궁금하신 분 계시면 같이 봐요.
씨네플러스 영화는 1부 끝나고 15분 광고한 후 2부 시작하더군요. 그 사이에는 광고 없고요.
광고할 때만 소리 줄여놓으면 될 것 같아요. (제 경험으로는 다 15분이었는데 혹시 모르니 시간은 알아서 챙기시고...)
오늘 KBS1 독립영화관 <트립 오브 더 블루스> 시간이 1시 20분으로 변경됐군요.
시간이 딱 맞아서 보기 시작했어요.
신촌블루스가 나오네요.
상영시간 79분
2022.02.18 23:53
2022.02.19 06:21
어떤 일이, 어떤 행동이 자신의 몸을 망가뜨린다는 걸 알면서도 그 일,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 어리석고 미친 짓 같을 수도 있겠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가치는 아니니까요.
스트리퍼 캐시디가 피 흘리는 장발의 레슬러 랜디에게 예수님 같다고 말하며 성경구절을 읊는 장면에서 저는 잠깐 웃었지만
만약 예수의 십자가 고통이 없었다면 기독교가 그토록 강렬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레슬링 선수들의 무자비하고 잔혹한 싸움, 그들의 고통을 보며 해소되는 어떤 것이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나 봐요.
랜디는 정육점 음식 포장도 손님의 요구대로 선선히 못 해주는 성격이고 오랜만에 딸과 저녁식사 약속한 것도 제대로 못 지키는
성격이지만 레슬링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는 있죠.
사회적 관계를 쉽게 맺지 못하고 가족과의 관계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그를 가치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폭력적인
레슬링을 즐기러 오는 관객들, 레슬러에게 더 강력한 폭력을 요구하고 그런 폭력을 즐기고 환호하는 관객들이라는 점이 재밌어요.
쉽게 변하지 못하는 랜디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에 가치를 부여해 주는 사람은 딸도 여자도 아니고 랜디가 자신의 모습을
뜯어고치지 않아도 되는, 오히려 그 모습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 주길 원하는 관객들이죠.
그래서 저는 딸에게 다시 용서를 구하거나 여자와 떠나지 않고 레슬링 경기장으로 돌아간 랜디의 선택이 잘못된 것 같지 않아요.
그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 자신의 성격과 삶의 방식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해 주는 일, 그 일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 같아요.
프로레슬링 별로 안좋아하거나 관심없는 관객들도 몰입하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로레슬링 나름 팬이라서 더 흥미롭게 봤지만요. 미키 루크가 이 작품으로 메이저 시상식 남우주연상 다 휩쓸다가 마지막 오스카에서만 밀크의 숀 펜에게 물먹었던게 아직도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