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7 19:43
올해 피판에서 제가 가장 먼저 본 영화는 인도네시아 호러 영화 [퍼펙트 하우스]입니다. 시놉시스만 보고 당장 예약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대체 얼마만에 보는 '비밀이 감추어진 시골 저택으로 내려간 아리따운 가정교사 이야기'인가요. 전 이런 건 조건 따지지 않고 그냥 봅니다.
줄거리를 다시 자세히 설명한다면, 주인공 줄리는 장애 아동 전문인 가정교사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파견한 교사 룰루가 갑자기 실종되자 줄리는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골 저택으로 내려가요. 그 곳에는 마담 리타라는 할머니와, 부모를 잃은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손자 야누아르가 살고 있지요. 줄리의 도움을 받아 야누아르는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 같지만 저택은 여전히 비밀에 싸여있고 마담 리타는 뭔가 숨기고 있어요. 그리고 룰루는 죽어서 저택 근방의 숲에 매장되어 있지요. 스포일러 아니에요. 그 장면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나온답니다.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일단 줄리를 연기한 캐시 샤론은 예쁩니다. 그리고 전 동남아시아 숲속에 숨어 있는 식민지 시대 저택의 낡고 축축한 고딕 느낌을 좋아해요. 촬영이나 음악도 안정적이라, 러닝타임 상당부분 동안 이 영화는 소위 웰메이드 멜로드라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빛을 발해야 할 부분에서 영화는 맥을 못추거나 주저앉습니다. 일단 나오는 호러 효과들은 대부분 따분하거나 평범해요. 그 중 어느 것도 무섭지 않고요. 숨겨놓은 반전도 너무 손쉬워서 도대체 왜 처음부터 감추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종류의 트릭을 감춘 작품들이 종종 그렇듯 뻔한 물리적 핸디캡을 무시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다 알고 있는 진상이 나와도 설득이 안 됩니다. 진상 폭로 방법도 그냥 건성이고요. 그리고 전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야누아르 역 아역 배우에게서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냥 평범하기만 하더라고요.
인상적이고 종종 아름답기까지 한 재료를 갖고 있지만, 퍼펙트 하우스는 스토리와 아이디어의 평범함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면에선 [장화,홍련]이 정말 잘 했단 말이에요. (11/07/17)
★★
기타등등
금요일 아침 상영 때 봤는데, 프레이밍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어 자막이 너무 밑에서 나와 살짝 올라간 뒤로는 자꾸 머리가 잘리더군요. 다음 상영 때는 보완되었으면 좋겠어요.
감독: Affandi Abdul Rachman, 출연: Cathy Sharon, Bella Esperance, Mike Lucock, Wanda Nizar, Endy Arfian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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