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3 14:00
제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처음 본 장편영화는 로버트 제메키스의 [로맨싱 스톤]입니다. 1984년작이니 이 영화가 나왔을 때
태어난 사람들이 벌써 30대 중후반이에요. 전 이 영화가 극장상영되었던 때를 기억하는데, 그 때 극장에서 직접 본 건
아니고, 나중에 비디오테이프와 텔레비전을 통해 봤어요. 그렇게 기억합니다. [인디아나 존스]에 실망한 고 정영일 선생이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가 더 낫지 않나?"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레이더스] 짝퉁 영화입니다. 이 시기엔 이런 영화들이 많았어요. 대부분 잊혔지만, [로맨싱 스톤]은 그 중 가장 잘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짝퉁이면서도 캐릭터와 스타일에 나름 차별성을 부여했고, 무엇보다 주연배우의 스타 파워가
강했기 때문이겠지요.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차별성은 '여전사'가 아닌 평범한 여자 주인공이 이국적인 환경에서
벌이는 모험담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평범하다고는 했지만, 주인공 조운 와일더는 모험과 액션이 가득 한 로맨스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단지 실생활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도 멀미를 하고, 소설 속 남자주인공의 판타지에 취해 연애하는 것도 귀찮아
하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막 신작소설을 끝내놓고 홀가분해하는 조운에게 살해당한 형부가 보낸 보물지도가 도착하고
그와 거의 동시에 언니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듭니다. 조운은 언니를 구출하기 위해 콜롬비아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무래도 수상쩍어 보이는 남자 잭 콜튼을 만나지요.
영화의 기본 설정은 (자기가 직접 만든) 로맨스 판타지에 빠진 여자가 현실 세계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현실 세계'는 조운 와일더가 쓴 로맨스 소설과 크게 다를 게 없고, 잭 콜튼 역시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영화는 당시 유행했던 여성독자 대상의 로맨스 소설이 가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 이상의 야심은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대부분 관습적입니다. 콜롬비아(멕시코에서 찍었습니다)는 백인
주인공들이 즐거운 액션을 벌이는 환상 세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악당들은 모두 도식적이고 깊이 따위는
없습니다. 액션 묘사도 가벼워서 [레이더스] 시리즈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시네마!'의 감흥은 없습니다. 그냥
당시 유행했던 [레밍턴 스틸] 같은 텔레비전 시리즈를 와이드스크린으로 튼 것 같아요.
단지 영화는 이 관습의 가벼움과 얄팍함을 즐겁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이야기를 설명하느라 발목잡히지도
않고 맥거핀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영화는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개성 강한 주인공들이 어울리면서
날뛸 수 있는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합니다.
캐슬린 터너, 마이클 더글러스, 대니 드 비토는 아주 좋은
팀이에요. 제가 마이클 더글러스를 그렇게 좋아한 적은 없어서 로맨틱한 분위기는 못 느끼지만 그래도 이들의
연기합이 좋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캐슬린 터너는 이 영화에서 정말로 귀여워요. 귀여움과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는 건 아닌데, 이 영화에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가녀리고 약한 이미지는
당연히 아니고요. 영화는 리얼리티를 크게 깨트리지 않으면서 터너의 캐릭터가 자기 앞가림을 하는 주인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도 썩 좋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다이앤 토머스의 첫 작품입니다.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토머스가 손님으로 온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각본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팔았다는 전설이 전해옵니다. 영화가 히트하자 제작자이기도 했던 더글러스는
토머스에게 포르셰를 한 대 선물로 주었는데, 몇 주 뒤 토머스는 그 차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즉사했습니다.
차는 술에 취한 남자친구가 운전하고 있었다고 해요.
(21/11/23)
★★★
기타등등
1. 홀랜드 테일러가 와일더의 에이전트로 나옵니다.
2. 웨이브에도 있으니까 거기서 보셔도 됩니다.
3. 로버트 제메키스의 첫 히트작입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그 전부터 굴리고 있었던 [백 투 더 퓨처]의 제작이
가능해졌지요. 제메키스와 앨런 실베스트리가 협업한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감독:
Robert Zemeckis,
배우:
Michael Douglas,
Kathleen Turner,
Danny DeVito,
Alfonso Arau,
Manuel Ojeda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88011/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0287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6 | 멜랑꼴리아 (2021) [TV] | DJUNA | 2021.12.31 | 2079 |
365 | 만인의 연인 (2021) | DJUNA | 2021.12.30 | 1335 |
364 | 어사와 조이 (2021) [TV] | DJUNA | 2021.12.29 | 1354 |
363 | 해피 뉴 이어 (2021) [1] | DJUNA | 2021.12.29 | 1358 |
» | 로맨싱 스톤 Romancing the Stone (1984) [1] | DJUNA | 2021.11.23 | 2068 |
361 | 파비안 Fabian oder Der Gang vor die Hunde (2021) | DJUNA | 2021.10.14 | 2068 |
360 | 아임 유어 맨 Ich bin dein Mensch (2021) | DJUNA | 2021.10.14 | 2021 |
359 | 기적 (2021) [2] | DJUNA | 2021.09.17 | 3060 |
358 | 시바 베이비 Shiva Baby (2020) | DJUNA | 2021.09.03 | 2646 |
357 | 프리 가이 Free Guy (2021) [1] | DJUNA | 2021.08.15 | 3884 |
356 | 마 벨, 마이 뷰티 Ma Belle, My Beauty (2021) | DJUNA | 2021.08.15 | 1944 |
355 |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Droste no hate de bokura (2021) | DJUNA | 2021.07.25 | 1575 |
354 | 피어 스트리트 파트 3: 1666 Fear Street Part Three: 1666 (2021) | DJUNA | 2021.07.25 | 1919 |
353 | 피어 스트리트 파트 1: 1994 Fear Street Part One: 1994 (2021) | DJUNA | 2021.07.06 | 3545 |
352 | 비와 당신의 이야기 (2021) | DJUNA | 2021.05.08 | 4770 |
351 | 점보 Jumbo (2020) | DJUNA | 2021.05.08 | 2845 |
350 | 배드 시스터 Bad Sister (1931) | DJUNA | 2021.04.14 | 53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