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14511.html


한비야가 무슨 한겨레 청춘 앱이라는 것에서 한 인터뷰인데 그 중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김미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습니다. 평생 무엇이 가슴을 뛰게 하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해야 가슴 뛰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한비야 이 질문도 청춘들에게 참 많이 받습니다. 일단은 ‘가슴 뛰는 일’을 찾겠다는 고민을 시작한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직 못 찾았다면 더 열심히 생각해보세요. 내가 지금 꾸는 꿈이 부모의 꿈, 선생님의 꿈, 사회가 정해준 꿈은 아닌가. 그 사람들이 ‘애정남’도 아니고 왜 내 꿈을 정해줘요? 다른 사람 이야기는 참고만 하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봐요. 내가 뭘 할 때 즐겁고 밤을 새워도 좋은지, 자기가 하면서도 ‘미쳤어’ 그러면서 하는지 자기가 가장 잘 알잖아요. 중고등학교 때 그런 일을 찾아보면 좋지만 그땐 너무 시간이 없고…. 대학생 때까지 보류된 셈인데 대학에 가서도 스펙, 스펙 하는 것을 보면 너무 슬퍼요. 맨땅에 지반공사 없이 레고 블록을 쌓아두면 한방에 훅 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내 능력의 최대치가 나오고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나는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나의 재능을 어디에 쓸 것인가 고민하세요. 그 꿈을 좇다 보면 돈을 버는 거지, 돈 벌어서 어디에 쓰겠다, 그건 아니에요.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살 때 얼굴에서도 가장 예쁜 빛이 나요. 얼마 전에 만난 젊은이에게 꿈을 물었더니 ‘7급 공무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 차리라”고 한 대 때렸어요. 7급 공무원은 네가 뭔가를 하고 싶은 과정이 될 순 있어도 그 자체가 어떻게 꿈이 될 수 있느냐고요. 안정된 직장을 가지면 뭘 할 건데요?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참 철없다고 하는데 철없어도 돼요. 철든 사람들 얘기는 철이 들어서 그런지 너무 무거워요.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쓰는 일을 하면서 시원한 세상을 만드는 삶을 삽시다. 죽지 못해 살아남기 위해 스펙 쌓으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름답고 멋지잖아요?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어요. 보다가 짜증나서 그냥 꺼버렸습니다. 말이야 맞는 말이죠. 저도 스펙 스펙 하는거 싫어하고, 꿈을 찾고 가슴을 뛰게 하는 일 찾으려고 몇 년째 노력중이지만 잘 안되요.


하지만 왜 '7급 공무원'이 꿈이 못되는거죠? 그런 꿈도 있는 거잖아요. 공무원이 되서 그냥 안락하게 편안하게 사는것. 이건 꿈이 아니고 뭔가요?


사람마다 각자의 목표가 있고 설계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야망이 있을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는거죠. 각자의 인생. 각자의 목표대로 사는거죠.


한비야 말이야 맞긴 맞아요. 그렇게 인생 낭비하는게 아깝다. 삶이란 항상 정진해 나가는 거다.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게 꿈이라는 거다.


그래요, 그게 맞다고 쳐요. 근데 그걸 우리한테 강요하지 말라는 거죠. 한비야 본인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멋대로 그 사람의 인생이 낭비인지 쓸모있는지를 결정한다는 거에요? 스펙 쌓는 건 안 아름답다는 건가요? 내 친구중에 한명은 영어 공부를 너무 좋아해서 토익, 토플,같은 영어시험 점수 올리는 걸 목적으로 사는 애도 있어요. 한비야씨는 얘한테도 인생 낭비한다면서 한 대 때릴 건가요?


젊은 사람들한테. 위로며 공감이며 다 이해한다는 이 딴 소리 하면서 꿈을 넓게 가져라. 니가 가지고 있는 꿈은 꿈이 아니다. 이 딴 소리 하는 인간들 저는 진짜 싫어요 경멸합니다. 차라리 위로한다, 공감한다 이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해요. 지금 내딛는 길이 당신에게 있어서는 처녀지고, 처음 가보는 길인데.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어떻게 안다는 건지.. 꿈을 정의하는 사람들은 절대 위로나 공감이 안되요. 아니 그건 위로가 아니라 자기 감정 만족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한비야의 삶에 대해서는 굳이 따지고 싶지 않지만 저런 말을 볼때마다 정말 기가 찹니다. 


이게 연재기사인데, 비슷한 질문을 김창완씨가 나왔을때도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김창완씨는 이렇게 답했죠.  이 대답을 보면. 무슨 세계를 뛰돌아 다니면서 봉사활동 한다는 한비야 보다는 자기 먹고 살려고 음반내는 김창완이 훨씬 더 청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서희 별생각 없이 사범대에 진학했습니다. 선생님을 하려다가 안 돼서 음악기자 일도 해보고 축제 기획도 해보고 장사도 해보다가 지금은 사회적 기업인 ‘유유자적 살롱’에서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들에게 밴드 음악을 가르치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느라 머뭇거리며 시간만 흘려보내서 괴로운 청춘들이 많습니다.


김창완 내가 청춘에 했던 고민을 여러분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해요. 1970년대 말,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도 청년 실업이 문제였고 구직난도 심각했습니다. 다들 매우 불안했죠. 근데 지나고 보니까 그런 고민,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불안만을 생각하는 것은 인생을 아주 편협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성세대가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가치들로 세상을 채워놨잖아요.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하는 것들인데, 이런 쓸데없는 가치들이 청춘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기 내부에 갖고 있는 희망과 충돌하게 되고 분열증세가 나타나는 겁니다. 사회가 안 그래도 불안한 청춘을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어요. 알껍질을 깨고 나와야 할 청춘들에게 어른들은 그 껍질을 더 두껍게 칠하면서 사자가 제 새끼를 벼랑에서 민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꼴입니다.


김창완 젊은 시절, 단 하나 스스로 다짐했던 것은 “내 인생을 내 스스로 도구화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큰 꿈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어른들의 경구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많은 경구는 나를 좌절시키기만 했지 희망을 준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경구를 나는 혐오해요. 자존감이 생긴다는 것, 자기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꿈보다 위대하죠. 내가 뭘 원하나 생각해보니 어릴 때 막연히 음대나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거든요. 내 스스로의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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