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7 22:46
롤란드 에머리히가 새 영화를 들고 왔습니다. [문폴]이라고요. 이 영화에도 거의 작가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을 들고 와서 진짜라고 우기는 거요. 이 사람이 진짜로 그런 걸 믿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런 걸 믿지
않아서 이런 이야기를 더 편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영화가 가져온 음모론은 달이 거대한 인공구조물이라는 것입니다. 지진파 관측에 따르면 달은 속이 비어 있어. 지구에서 본 달과
태양의 크기가 정확히 같다는 게 말이 돼? 누군가가 금속으로 달을 만들어 저 궤도에 가져다 놓은 거야… 이런 식으로 흐르는
가설인데 여러분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공을 들여 뒤지면 반론도 찾을 수 있고요.
영화에서는 갑자기 달이 궤도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이 사실이 밝혀집니다. 궤도가 바뀐 이유는 정체불명의 외계 벌레 때처럼
보이는 존재가 개입했기 때문이고요. 이러다가는 달이 추락해 인류가 종말을 맞는 건 시간문제. 두 전직 우주비행사와 달의
인공구조물 이론을 믿고 있는 음모론자가 우주선을 타고 달로 날아가 이를 막아야 합니다.
상식적인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영화입니다. 당연히 과학도 엉망. 영화는 음모론을 그럴까하게 장식하기 위해 꽤 재미있는
하드 SF 아이디어를 가져왔는데,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숫자가 안 맞습니다. 그러나 에머리히 영화를 보면서 논리와
과학의 정확성을 따지는 사람은 없겠지요.
할리 베리와 패트릭 윌슨이 주연이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존 브래들리가 연기한 KC 하우스먼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음모론자예요. 뚱뚱하고 사교성도 없는 정신나간 음모론자인데, 알고 봤더니 이 사람이 다 맞았고, 나중엔 달로 날아가
세상을 구합니다. 인셀 음모론자 판타지의 끝판왕이랄까요. 좀 어이가 없을 정도인데, 그래도 하우스먼이 달 지하로 내려가면서
자기가 인공물 안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장면은 찡한 구석이 있습니다.
어느 기준으로 봐도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에머리히가 노린 경이감은 당연히 이루지 못하고요. 하지만 그 어처구니없는 설정
안에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고 음모론과 구식 SF가 만나는 부분에서는 나름 괜찮은 장르적 재미가 있습니다.
(22/03/27)
★★☆
기타등등
중국자본이 참여했기 때문에 켈리 유라는 중국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교환학생이라고 설정이 잡혀 있는데, 튀지 않고
잘 어울립니다.
감독: Roland Emmerich,
배우:
Halle Berry, Patrick Wilson, John Bradley, Michael Peña, Charlie Plummer, Kelly Yu, Donald Sutherland
IMDb https://www.imdb.com/title/tt583442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1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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