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2013.02.03 01:33

walktall 조회 수:1092


계급의 발견 / 류근



술이 있을 때 견디지 못하고 

잽싸게 마시는 놈들은 평민이다

잽싸게 취해서 

기어코 속내를 들켜버리는 놈들은 천민이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술 한 잔을 다 비워내지 않는 놈들은

지극한 상전이거나 노예다

맘 놓고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놈들은

권력자다


한 놈은 반드시 사회를 보고

한두 놈은 반드시 연설을 하고

한두 놈은 반드시 무게를 잡고

한두 놈은 반드시 무게를 잰다


한두 놈은 어디에도 끼어들지 못한다

슬슬 곁눈질로 겉돌다가 마침내

하필이면 천민과 시비를 붙는 일로

권력자의 눈 밖에 나는 비극을 초래한다

어디에나 부적응자는 있는 법이다

한두 놈은 군림하려 한다

술이 그에게 맹견 같은 용기를 부여했으니

말할 때마다 컹컹, 짖는 소리가 난다


끝까지 앉아 있는 놈들은 평민이다

누워 있거나 멀찍이 서성거리는 놈들은 천민이다 

먼저 사라진 놈들은 지극한 상전이거나 노예다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고 가지도 않은 놈은

권력자다

그가 다 지켜보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99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03
» 시 한 편 [2] walktall 2013.02.03 1092
23 [MV] 15& - 'Sugar' [2] walktall 2014.05.31 1090
22 반전까지 가는 게 너무 길어서 패착이 된 컨져링2를 보고[스포유] [1] 라인하르트백작 2016.06.10 1070
21 (24 시즌 9 이야기. 초강력 스포일러 포함)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득도에 이르렸다고 했지만 아직도 풋내기군요. [3] chobo 2014.06.27 1069
20 안후보도 떠나고 "살인소설"이나 보고싶은데.. [2] 연금술사 2012.11.23 1061
19 요즘 좋아하는 CF [1] HardCore 2011.11.16 1058
18 {영상} Do As Infinity-遠くまで(멀리까지) [5] miho 2011.07.13 1017
17 [듀나인] 아이패드 2 유리가 깨졌습니다. ㅠ.ㅠ 가라 2013.04.08 1013
16 등업 인사 + 드라마 잡담 [5] 크리 2012.02.16 995
15 기사 하나 링크... [1] clancy 2011.05.24 965
14 동적평형 독서모임 2월 정모 후기 [3] 칼리토 2016.02.18 886
13 youtube에서 자주 듣는 노래 (7곡) [2] 축구공 2012.01.13 867
12 뒤늦게 보게된 '플랜맨'(살짝 스포있어요) [3] 왜냐하면 2017.03.01 860
11 Trine 2: Complete Story Steam Key 드립니다. [2] 나나당당 2013.09.12 855
10 이번주 일요일 하루종일 집에 계실 분들은 오후 1시부터 채널 CGV를! 다이하드 1~4편 연속 상영! [7] chobo 2013.02.01 850
9 오후 다섯시_ Dr. dog_the breeze yusil 2011.12.07 824
8 [언제나처럼 바낭]새해 언저리에 생각한 것, 한 것. [2] 밍고 2012.01.03 811
7 2달만이에요!!+_+!! [3] 샌드맨 2014.01.23 799
6 영화일기 5 : 침묵(잉마르 베리히만), 8과 1/2(페데리코 펠리니), 경멸(장 뤽 고다르), 뉘른베르크의 재판(스탠리 크레이머) [3] 비밀의 청춘 2015.06.22 785
5 오늘도 3호냥(구체관절인형바낭, 13금) [6] 샌드맨 2015.10.07 7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