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라스 앤 리얼 걸이죠. 처음부터 제목이 바뀔 운명의 원제였어요. 이런 제목은 번역으로도 살리기 힘드니까요.

그렇다고 헷갈리기만 하는 국내식 번안 제목이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원제도 너무 뻔하고 재미없는 제목이라 차라리 국내식

제목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개봉한지 거의 4년 만에 본 영화라 대충 이런식으로 흐를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만약 개봉 당시에 봤다면

영화의 전개에 살짝 당황했을 것 같아요. 그때는 마냥 코미디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시사회 표가 생겼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는 사람한테 양도했는데 그 사람이 보고 와서 볼만하다, 라고만 말했지 구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지 않았고 별로 관심있는 영화가 아니었기에 저 역시 별도로 찾아보지 않았고요.

 

괜찮았어요. 좋은 영화네요. 정신질환 치료법에 대한 훌륭한 체험수기 혹은 보고서를 접한 느낌입니다.

각본을 맡은 낸시 올리버는 우연히 접속한 리얼 걸 사이트를 보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과연 저런 섹스인형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적 갈등과 고민이 있어서 접촉하는것일까.

여기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병원에 방치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주위에서 따뜻하게 감싸안으려  

노력한다면 영화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치료될 수 있을거란 메시지를 집어넣은거죠. 그래서 섹스인형과

영화 속의 라스처럼 머릿속에 자기만의 방을 갖고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합시켜 이런 이야기를 만든겁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시골의 작은 마을을 놓고 커다란 심리치료를 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현실상에선 불가능한 협조와

인내와 사랑이 이 마을에선 일어나고 있죠. 어쩜 이렇게 가족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 모두가 헌신적이고 착한지

몰라요. 그런데 그것이 하나도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으로 보이지가 않아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라스와 같이 폐쇄적이고 강박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우습게 방관하지만 말고 애정과 성의를 가지고 보살피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가족과 마을 사람들 덕에 라스는 자기만의 방을 깨부수고 여러번 고비를 넘기면서 정신질환을 이겨내죠. 그리고 인형이 아닌

진짜 사람과의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것이 이 작품 최대의 장점이에요.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구성인데 영리하게 피해갔죠.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도 효과적이었고요. 정신이 살짝 돈 남자의 연기를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해서

웃음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소재만 해도 섹스인형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을 가지고 패럴리 형제 작품 식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라스와 리얼 걸이 하는 최대의 신체접촉은 키스가 다입니다. 이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데

유혹에 넘어가지 않더군요. 만약 패럴리 형제 식으로 만들었다면 어느 정도 관객이 들었을것 같습니다.

섹스인형 소재로 인한 기대치가 있는데 그런것과 무관하게 흘러가다 보니 싱겁게 느껴지기에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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