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새로운 습관_중권의 글

2010.08.06 10:33

run 조회 수:2670

전통 좌파는 촛불대중이 오른쪽에 있다고 느끼고, 촛불대중은 외려 전통 좌파가 오른쪽에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는 동일한 현상에 대한 주관적 느낌의 차이에 불과한 게 아니다. 촛불대중이 전통 좌파의 오른쪽에 있는 상황, 그리고 전통 좌파가 촛불대중의 오른쪽이 있는 상황은 주관적 평가라기보다는 사태에 대한 객관적 기술에 가깝다. 촛불대중은 ‘실제로’ 전통 좌파의 오른쪽에 있고, 동시에 전통 좌파의 왼쪽에 있다. A가 B의 왼쪽에 있으면서 동시에 오른쪽에 있다는 것은 일종의 이율배반이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시차적 상황이다.


여기서 “A도 옳고, B도 옳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에서 이 두 입장이 때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이 동시에 파동이자 입자다. 하나의 규정이 다른 규정을 부정하나, 그러면서도 둘 다 빛에 대한 올바른 기술이다. 시차적 관점이란 이렇게 서로 충돌하는 두 입장을- 마치 힘껏 당겨 묶은 활줄처럼- 그 팽팽한 긴장 속에서 함께 유지하는 사유의 새로운 습관이다. 그것이 얼마나 실천적으로 효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A만이 옳다’, 혹은 ‘B만이 옳다’는 독단보다 우리를 현실에 더 가깝게 데려가줄 것이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29&article_id=61783


http://www.chrisorwig.com/flipside/wp-content/uploads/2010/04/sea.jpg

http://www.chrisorwig.com/flipside/2010/04/05/the-sea-2/



+


이 분 철학하시러 갔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82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8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111
122296 갱스 오브 뉴욕 (2002) catgotmy 2023.02.06 143
122295 '건희사랑' 강신업, 컷오프에 분노 "X같은 국민의힘 탈당" [1] 왜냐하면 2023.02.06 433
122294 천하의 잭 니콜슨도 제니퍼 로렌스를 지나칠수없는… 무비스타 2023.02.06 586
122293 단톡방과 오프모임 예상수 2023.02.06 212
122292 쉽게 지치는 사람 특징 [2] 무비스타 2023.02.06 553
122291 [티빙바낭] 2003년까지 왔습니다. 본격 K-블레이드 런너 '내츄럴 시티' 잡담 [23] 로이배티 2023.02.06 530
122290 이번주 일타스캔들 + 대행사 [2] 라인하르트012 2023.02.06 463
122289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필요없을 때까지(세상 최악의 사람) [4] 예상수 2023.02.05 321
122288 정월 대보름의 달님 [3] underground 2023.02.05 246
122287 #헬독스 를 보고 <스포유> 라인하르트012 2023.02.05 254
122286 프레임드 #331 [4] Lunagazer 2023.02.05 91
122285 더 라스트 오브 어스 3편 노스포 짤막 잡담 [3] theforce 2023.02.05 378
122284 [티빙바낭] 이제 14년 전입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잡담 [10] 로이배티 2023.02.05 524
122283 오징어 게임 리얼리티 쇼가 말이 많군요. [1] 무비스타 2023.02.04 536
122282 이런건 어떻게 표현을 한걸까요? [6] 무비스타 2023.02.04 550
122281 애드립 잡담 [2] 돌도끼 2023.02.04 246
122280 [EBS1 영화] 12 몽키즈 [5] underground 2023.02.04 318
122279 DCEU의 끝 [11] Mothman 2023.02.04 430
122278 Melinda Dillon 1939-2023 R.I.P. 조성용 2023.02.04 154
122277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 catgotmy 2023.02.04 2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