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인상적이었던 대사

2010.10.25 01:15

august 조회 수:2991

오과국의 등갑군은 여기서 한 명도 남지 못하고 전부 다 타죽었다. 그 수는 삼만을 넘어서, 불이 꺼진 후에 그 광경을

반사곡 위에서 보니 마치 불로 전멸시킨 해충떼의 시체와 같았다.

공명은 다음날 그 반사국에 서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촉제국의 사직을 위해서는 다소간 공은 있을지라도 나는 반드시 수명을 재촉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큰 살륙을 했으니]

하고, 깊이 탄식했다.

그 공명의 탄식을 듣는 자는 모두 울었다. 다만 조운 혼자만은 그렇지 않다고 도리어 공명의 소승관이라고 비난했다.

[생생유상生生流相 명명전상命命轉相. 형상을 이루었다가 멸망하고, 멸망했다가는 다시 형상을 맺는 법. 모두가 수만 년

변하지 않는 대생명의 진상이 아닙니까. 황하수 한 번 범람하면 몇 만명의 인명은 사라지지만 창락하게 백곡의 이삭은

여물어서 인종은 또 다시 증식하는 법. 승상의 대업에는 왕화王化의 사명이 있지 않습니까. 만민백만을 멸망시켜도 이 만토蠻土에

천재의 덕을 심어 남겨 둔다면 이 정도의 살업은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오오... 좋은 말을 해 주었다]

공명은 조운의 손을 잡아서 자기 이마에 대고 또다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공명이 남만을 정벌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공명은 남만의 왕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줘서

맹획은 공명에게 감복하여 촉에 충성을 다하게 되었다고 하죠.

오과국의 등갑군이 등장한 이 전투는 그 일곱 번의 전투 중에 한번으로, 등갑군은 말린 등나무로 만든 갑옷을 입어 

살도 칼도 듣지 않고 등갑군은 전투를 끝내고 퇴근할 때에는 등갑을 배삼아 강을 건너갔다고 합니다.

공명은 등갑이 무엇인지 알아본 후에 화공으로 삼만 군사를 살육하죠.


그리고는 탄식하는 말이 내 수명이 짧아지겠구나.

탄식하는 공명을 위로하는 조운의 말은 왕화가 잘 되어 있다면 인종은 또다시 증식하는 법, 고로 왕화의 사명을 위해서는

삼만명을 살육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조운과 공명은 제가 삼국지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물 둘이기 때문에 더 인상적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라서 명쾌한 깨달음은 아니었지만 사실 지배자라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중국 영화를 보고 있으면 중국 지배자들은 이런 성향이 더 강한 것은 아닐까 하는 편견이 듭니다.

마오가 지지를 받은 것은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인식을 민중들에게 심어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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