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1 02:18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트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을 읽으신 분들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 안 읽었는데 일단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픽션이 필요 없는 글을 쓴다니 호기심이 생기네요. 조금 건조하고 단단한 글이 필요한 즈음인 것 같아요. 아마도 당장은 읽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첫 책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데 꽤 유명한가 보더군요. 그런데 정작 저는 대체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분들의 엉뚱함에 곧잘 끌리는데... 이번에는 이 분의 다리미질 하다가 수상소식을 알게 됐다는 점이 재미있더군요. 여성수상자로서는 14번째라던가 그러던데. 남자들이 다리미질을 잘한다는 말은 곧잘 들었지만 한번도 그런 풍경을 가정 내에서 본 적은 없어서인지. 그냥 건강하고 자연스럽고, 그러면서도 유쾌했어요. 그리고 상금으로 쓰고 싶은 책을 쓸 자유를 얻었다는 말도. 자유는 돈이 있어야 가능하죠.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에게도 돈은 소중하죠. 로또 같을까요, 그거와는 다를까요. 내가 쓴 책으로 받은 상과 상금이니까 조금 다르겠죠. 저로선 모르겠지만 듀게에도 아시는 분은 없으시겠죠.......아마..;;
그리고 JTBC 뉴스에 나온 김훈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아마도 그 기억이 남아서겠지만, 오늘 저녁으로는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김훈 작가의 레시피대로는 아니고 제 맘대로 끓여먹었으나 잠깐 어떻게 끓인다더라, 생각을 하긴 했어요. 파를 송송 썰어 넣으면서. 관심 있던 한국작가분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현재 인터뷰하면 제일 재미있는 분은 이 분인데요. 그게 재미있는게 그 분의 소설을 그 정도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긍정할 수도 없고 그 분의 신간이 나오면 설레여서 사는 팬은 아니거든요. 그냥 가끔 김훈의 소설이 필요한 날들도 있고 김훈의 문장이 읽고 싶어지는 날들도 있고. 그렇지만 이 분의 인터뷰는 언제나 재미있어요. 이 사람은 흥미롭다, 랄까요. 나는, 이라는 특유의 한정적인 어조로 시작한 말의 처음과 동사로 끝나는 말들. 그리고 조금 찡했습니다... 많이들 보셨겠죠.
제가 생각하기에 가끔 라면을 먹어야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전 짜거나 단 음식을 싫어하고 매운 음식도 싫어하는, 심심하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취향인데요. 라면을 먹어야 '아 내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현실감을 조금 느끼는...그런 일상음식이라고 생각해요. 뭐 가끔은 맛있기도 하고요. 이 신간도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기억해뒀습니다. 저는 이제 읽지 않으면 책을 안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전에는 많이 사고 많이 읽거나, 많이 사고 보통 읽거나였지만 이제는 그런 욕심은 사라졌어요. 사고 싶은 책은 기억해뒀다가 읽고 싶을 때 주문하는 사람으로. 제 딴에는 가장 현실적이고 소박한 사람이 되었다는 징표 같습니다.
2015.10.11 05:51
2015.10.11 15:53
2015.10.11 06:33
알렉세예비치의 책과 그녀에 대한 얘기를 경향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전쟁에서 희생된(꼭 그게 죽음이 아니더라도) 여자와 아이들의 얘기라든가 전쟁 영웅(..)들이 영웅이 되기위해 자신과 그 주변이 희생한(혹은 희생당한) 얘기들에 촛점을 맞췄더군요.
제가 너무나 요즘 관심있는 주제들이라 꼭 사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의 표지그림은 별로 맘에 들지않지만 말이죠. 제가 무식해서겠죠.
요즘 내가 나서서 운동을 하지 못하면 돈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후원할데가 너무나 많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밟이 넓은 알렉세예비치는 더하겠죠.
라면 저도 좋아합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중의 입맛은 진리죠.
파를 세로로 손가락 길이만하게 길게 썰어서 넣어보세요. 파머리에 십자로 칼집을 내서 길게 썰어보는 겁니다. 더 가늘게 하셔도 좋구요.
파를 국수처럼 건져먹는데 좋더라구요.
2015.10.11 13:28
2015.10.12 01:16
2015.10.11 09:47
라면은 입맛일까 더 맛있는게 없으니 맛있는걸까,
아니고 라면 좋아할 때는 제일 맛있죠.
2015.10.11 13:39
평소 독소전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 책이 참전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니, 어서 읽어봐야겠네요.
사실 2차 대전 중 독일 - 소련간에 벌어진 4년간의 전쟁은, 그 규모나 희생자들만 봐도 '인류 최대의 전쟁'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독일군 500만 전사. 그리고 소련측 민간인 군인 전사자가 2천만……;; 죽은 사람만 도합 2천 5백만이 넘는, 진짜 생지옥이 뭔가 보여주는 전쟁이었죠;;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온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독일의 소련 침공이 '러시아인 말살을 통한 독일인의 생존공간 확보'라는 인종청소…;;에 기초한 침략전쟁이었다는 것과 그 내부적으로는 외세 침략을 막아내는것 이상으로 제정 러시아 이래로 거느려온 숱한 소수 민족들을 러시아- 소비에트의 지배하에 두려는 소련 공산당의 지배 전략 때문인 것이죠.
2015.10.11 13:48
로치/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책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채찬/ 전 사실 잘 몰랐는데 재작년, 작년 연 이어서 수상가능성이 점쳐지던 후보였나 봐요. 뭐 일단 받았으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일단 관심이 가는 주제더군요. 읽고 나서 감상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하지만 제가 언제 읽을런지ㅠ) 라면은 사실 귀찮기 때문에 먹고 맛은 언제부턴가 잘 못 느껴요. 맛있다고 느끼며 먹는 순간은 몇 번 안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몸에 좋고 순한 음식만 먹어서는 부족한, 라면을 먹어야 현실감이 느껴지는 그런 날들이 있는 것 같아요.. 파는 그렇게 썰어서 먹어볼게요. ^^
가끔영화/ 라면이 정말 그렇게 맛있나요.ㅠ 그냥 일상식입니다. 너무 귀찮기 때문에 먹는 일상식이에요. 맛있어서 드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Bigcat/ 아 읽으면 감상을 써주시겠죠. 기대하겠습니다. 이 분이 푸틴도 벨라루스 독재자도 싫다고 당당히 말하는 분이던데..좀 멋있더라고요.
2015.10.11 14:11
2015.10.11 14:21
헉 제가 다니는 도서관도 몇 년 사이에 조금씩 변하더니 가격이 살짝 오르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음식은 제공되는데... 까페식으로 바뀌면서 컵라면만 준다는 건 너무한 변화같네요. 도서관 앞에 분식집이라도 있음 좋은데 말이죠. 라면 생각나는 날씨 같아요 오늘. 배가 고플 땐 뭐라도 먹어야 합니다.
2015.10.11 13:58
덕분에 당시 독소전 관계 자료를 보면, 언제나 희생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인 소련- 러시아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 거기다 작가 선생이 러시아 소수 민족인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인이니…정말 독소전 당시 우크라이나 인들의 희생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였죠. 독일과 소련 둘 사이에서 전쟁 중 일어난 학살과 참상은 정말…)
이런 상황에서 독소전의 가장 특이한 점은, 이 전쟁이 근대전에서 여성들도 정규군이 되어 전장에서 총들고 싸운, 첫 번째 전쟁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의용군이라든가 빨치산이라든가 아니면 행정병으로 여성들은 계속 전쟁에 참여해 왔었지만, 정식 보병이 되어 실제 전쟁터를 광범위하게 누비고 다닌 전쟁은 이 전쟁이 처음인 것이죠.
제가 본 자료들에서 소련군 여성 병사들은 정말 남자 병사들과 다를게 없었습니다. 그들은 남자 전우들과 똑같이 저격수로 뛰고 탱크를 몰고 독일군 전차 부대와 싸우며 전투기를 몰면서 독일군 전투기와 공중전과 폭격전을 치뤘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그들에게 어떤 상흔을 남겼을까요. 제가 본 자료에서 그들의 고통은, 표면적으로는 남자 병사들과 거의 달라 보이진 않았습니다. ( 물론 그 자료들에서도 전장에서 전우들간에도 성차별은 여전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그래서 그때 저 개인적으로 생각이 든 건, 전쟁의 고통이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뭐 다를게 있을까…였습니다. 총탄이 남녀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하지만 제가 본 자료들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구원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전부였으니까요. 독일과 소련 그리고 소련 치하의 소수민족들의 이중 전선의 입장에 서 있었던 작가의 시각으로 이 전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의의일듯 합니다. 그것이 직접 '총들고 전장을 누빈 여성들의 목소리'라는 점에서요.
2015.10.12 01:38
2015.10.12 01:39
2015.10.12 01:40
2015.10.12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