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략 '국민학교' 3학년 때 쯤의 일입니다.

당시의 저는 뭐든지 척척 잘 하고 예의바른 모범 누나 때문에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던 어린이였지요.

'임마'라는 말을 듣고 그게 뭔 뜻인가 궁금해하다가 '엄마'를 보고 우왕~ 비슷하구나ㅋ 하고 신나서 '다녀왔습니다 임마!' 라고 외치다가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고 뭐 그러긴했습니다만(...)

뭐 암튼 그랬습니다.


근데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데 집 대문 앞이 동네 꼬맹이들로 북적거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네 살 터울의 동생(당시 미취학 아동)이 대문 앞 계단에 걸터 앉아 코코아 파이를 한 통을 들고 먹으며 동네 애들에게 배급을 하고 있더라구요. 

코코아 파이를 모르는 젊으신 분들(...)은 그냥 초코 파이 짝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회사 이미지를 생각하면 롯데 제품이었을 것 같은데 일단 그건 넘어가구요;


암튼 당시로선 꽤 비쌌던 코코아 파이를 통으로 들고 먹으면서, 그것도 동네 꼬맹이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하고 있으니 뭔가 좀 이상하다 싶긴 했습니다만,

온 얼굴에 초코칠을 하고 해맑게 웃으며 '오빠도 하나 먹어'하고 주는 동생의 모습에 그냥 하나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제 저금통이!!!!!!!!!!!!!! ;ㅁ;

몇 달을 열심히 모아서 이제 몇 백원만 더 모으면 3단 합체 완전 변형 더블제트 칸담을 살 수 있었던 제 저금통의 뚜껑이 열려 있고 돈이 왕창 비어 있는 겁니다. orz


바로 동생을 다그쳤으나 동생의 대답은 '길에서 주웠어'.

너무나도 태연한 얼굴로 잡아 떼는 동생의 모습에 저는 잠시 이성을 상실하고 더블제트 칸담을 잃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히 전달될까를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학교에서 친구들이 쓰던 표현들 중 가장 격한 감정으로들 사용하던 표현 하나를 떠올리게 되죠. 그리고 외칩니다


"야! 이 개xx야!!!!"


그러고선 난생 처음 써 보는 격한 표현의 쾌감에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는데...

뭐 뒤야 길게 안 적어도 되겠죠.


눈이 휘둥그래진 동생이 울음을 터뜨리며 쪼로록 달려가 이 사실을 어머니께 고해바쳤고.

저금통의 진실은 안드로메다 저 편으로 묻힌 채 전 어머니께 먼지나도록 맞았습니다.

그러고 방에 들어와 억울함과 분노를 침대에 엎드려 오열하며 배개를 쥐어 뜯는 것으로 해소하다가 마침 또 일찍 집에 오신 아버지에게 2차로 탈탈탈 두들겨 맞구요.


제 입장에선 참으로 억울하고도 애잔한 사연입니다만.

이러한 부모님의 땀과 정성이 어린 조기 교육-_-덕에 저는 다 자라고 좀 늙을 때까지 다시는 그 단어와 비슷한 류의 단어들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깁니다.

대신 어법에 맞는 아름답고 고운 우리 말로 남의 속을 후벼파는 스킬을 획득하여 오히려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는 덤이 따라 붙습니다만 그런 건 신경쓰지 마시고 <-



2.

암튼 뭐 전효성이 잘못했죠.

가뜩이나 코어 팬덤도 약하고 곡빨과 이미지로 먹고 살던 여자 아이돌이니만큼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까일 건 까여야하고, 또 그렇게 좀 까이고 넘어가는 게 본인들에게도 낫습니다. 일단 신나게 까이고 나야 동정 여론이든 뭐든 조성이 될 거구요.

이미 충분히 까이고 있기에 특별히 한 숟갈 거들고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만(...) 뭐 그렇다구요.


적어도 앞으로는 정말 말 조심하며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겠죠.

애초에 고생 많이 해서 힘들게 성공한 애잔한 이미지가 강한 팀이니만큼 반성하는 모습 적당히 보여주면 많이 가라앉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획사는 분위기 파악 잘 해서 다시 좀 제대로 수습해 주시구요;


덤으로,

비슷한 실수를 한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지나치게 까이지 않나... 라는 의견들이 좀 보이던데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비슷한 케이스라면 배슬기 정도가 떠오르는데 전효성과 배슬기는 인지도와 인기의 급이 다르죠. 게다가 마침 또 요즘 시크릿에서 전효성이 한창 뜨던 중이라 더 까일 수밖에 없기도 하구요.

완전 꿈도 희망도 없는 인간 쓰레기 취급까진 저도 과하다 싶습니다만. (다른 사이트들이나 기사 댓글들을 보면 이런 식의 갈굼도 아주 많습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잘못은 잘못이니까. 비판은 받아들여서 고칠 건 고치길 바라봅니다.


덤의 덤(...)으로.

오늘 당장이든 조만간이든 이런저런 기획사에서 소속 아이돌들 불러 모아 놓고 일베 용어 주의 교육을 시키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그리고 지난 주의 무한도전 역사 특집과 관련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줬으니 한국의 10대들이 조금 더 현명해지지 않을까... 하는 건 더한 망상이겠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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