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있었던 조금 섬짓한 일.

2010.07.10 13:18

라이터 조회 수:3295

토요일이라 방에서 인터넷 서핑중이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평소 바깥에서 담배 피우고 들어올때 문단속 잘 하라고 하십니다.

(저희 집이 3층짜리 오래된 빌라 3층이고 가끔 담배 생각이 나면 옥상에 올라가 피우고 내려오곤 합니다)

뜬금없이 무슨 말씀이신가 하고 계속 들어보니

 

한 두 시간 전 쯤에 누가 문을 두드리길래 누구세요? 하니

 

웬 남자가

'눈이 .. 보이지.. 않아도.. 천국에'.. 갈 .. 수.. 있나요..'

하더랍니다.

그러더니

'문 좀 열어서 말씀 좀 해 주세요..

라고 재촉했다더군요.

 

어머니는 평소 잡상인이나 혹은 교회 믿으라는 분들 대할 때 처럼

'죄송한데 지금 사정이 있어 문을 열어드릴 수가 없어요'

하고 대답하셨답니다.

그러니

'네.. 알겠습니다..'

하고 사라졌다는 군요.

 

그러면서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저희가 천주교 신자라서 문 앞에 십자가 모양 스티커를 붙여 놓고 있거든요.

천주교xx성당 이라고 씌여있는.

그걸 그 남자가 보고 천국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하시며

대낮인데 무서워서 슈퍼에 못 가겠다며 울상이십니다..

 

 

 

 

어머니 말씀을 듣고 생각이 난 건데,

저희 집이 아주 오래된 빌라라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건물이거든요.

그래서 복도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다 들을 수 있지요.

가끔 쉬는 날 혼자 집에 있을 때 아래층서부터 누군가 처음엔 문을 두드리고 그 다음에는 문 손잡이를 철컥 철컥 돌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1층, 2층, 그리고 3층의 저희 집까지 올라오서는 쾅쾅 문을 두드리더니 문 손잡이를 철컥 철컥 거리더군요.

누가 이렇게 남의 집 문을 무례하게 두드리나 짜증이 나서 확 쏘아붙일 요량으로 나가 볼랬더니 이내 옆집 문에서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황급히 계단으로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처음엔 그냥 택배기사인가 했는데 생각할 수록 기분이 나빠지네요.

 

벨을 누르는 것도 아니고 문을 두드리고 심지어 문 손잡이 까지 돌려보는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요?

어찌됐든 요즘 같은 세상에 문단속 잘 해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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