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1 00:51
호불호가 꽤 극명하게 갈린 편이었던 전작 <날씨의 아이>에 비해서 이번엔 대체적으로 반응이 무난히 다 좋은 편인 것 같은데 저는 신카이 마코토의 '열도 재난 삼부작' 중에서 가장 별로였어요.
사실 제가 <날씨의 아이>를 좋게 본 편에 속해서 그런 거겠지만 제 눈에는 <너의 이름은.>이나 이거나 완성도가 오십보 백보 같은데 왜 하나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하나는 그렇게 평이 갈리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였거든요.
어쨌든 전작 두 작품은 무리수 설정이나 스토리 진행과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개연성을 버린 억지스러운 전개가 모두 존재하는데 (+ 처음에도 짜증났는데 계속 써먹는 바뀐 여자몸 가슴 만지기 & 여자 가슴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 남주의 귀여운 매력으로 어필하기) 이런 문제점들이 볼 때마다 눈에 팍팍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에 흐르는 특유의 감수성이나 클라이막스에서 빵!하고 질러주는 감동이 저한테 굉장히 잘 먹히는 편이라 블루레이 두 편 전부 소장하고 있고 RADWIMPS가 열일한 사운드트랙도 쿨타임 차면 또 듣곤 합니다.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도 같이 삼부작으로 묶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동어반복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익숙한 그 재미와 감동을 즐기러 갔는데 어라? 이번엔 생각보다 (이 감독 기준)그렇게 크게 무리수다 싶은 부분은 별로 없었고 심지어 이 아저씨도 조금은 철이 드는지 특유의 여캐 성적 대상화도 없네요? 어떻게 보면 필모에서 가장 성숙한 작품이기도 한데 제가 차라리 단점들을 버티면서까지 즐기는 특유의 감수성과 감동이 많이 약했습니다. 특히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이번이 가장 와닿지 않았구요.
이미 예전에 장인 수준으로 올라선 작화와 비쥬얼은 이번에도 상당한 수준입니다만 이것도 이제 내성(?)이 생겨버렸는지 아니면 또 반복되는 대재앙을 막는 주인공들이라는 소재의 반복 때문인지 좀 무감각해지더군요. 전작에서 비 내리는 날씨 표현과 순간적으로 밝아질 때 감탄이 나오던 그런 킬링 모먼트는 없었습니다. RADWIMPS의 음악도 이번엔 첫감상에 바로 귀에 꽂히는 스코어가 하나도 없었구요. 조연 캐릭터들도 이번에 유독 기능적으로 쓰여서인지 전작들에 비해서 정감이 가는 애들이 없네요.
다소 허구 속 판타지적인 설정에 가까웠던 너의 이름은의 혜성과 날씨의 아이의 계속 내리는 비와 달리 이번에는 일본이랑 빼놓을 수 없는 지진이 소재인데요. 특히 아마도 2010년대 일본인들의 삶을 전과 후로 나눠지게 만들었을 그 대형 사건이 대놓고 쓰입니다. 이 부분을 굉장히 리얼하게 잘 묘사하는 바람에 현지 관객들은 보다가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는 호소를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네요. 호평 반응들을 찾아보면 이런 재난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방식과 태도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감동을 주는 부분이라고 하던데 저는 그냥 무덤덤했습니다. 이건 심지어 국내 관객들도 그래서 좋았다는 분들이 계셔서 개인차가 있는 것 같아요. 하여간 첫인상으로는 전작들에 비해 여러번 재감상을 하고싶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너무 제가 느끼는 단점만 적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눈이 호강하는 비쥬얼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구요. 본인이랑 맞기만 하면 꽤 감동도 느낄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감독이 처음으로 스코프 비율로 찍은 작품이라 기왕이면 화면비 맞거나 마스킹을 해주는 상영관으로 잘 알아보고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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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님 평가와는 반대네요. 듀나님은 대지진 3부작(?) 중에서 가장 나으셨다고.
근데 저는 '날씨의 아이'도 안 봤고... 이것도 그냥 안 보고 싶은데 또 이런 글을 보면 그거라도 볼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ㅋㅋ
온갖 OTT에 다 있더라구요. 인기쟁이 마코토 양반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