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4 22:54
딱 절반 읽고 듀게 들어와 딴짓합니다. 아껴 읽으려고요.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는 소개를 보니 원래 감독 지망으로 영화연출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제노사이드'에 생물학, 약학 등 이과 지식이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책을 쓰기 위해 자료 찾고 공부했겠지만 애초에 어느정도의 바탕이 되는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이야기와 그 지식이 불가분으로 엮여 있는 소설이니까요.
때로 내 현실과 멀리 떨어진 큰 이야기들, 웅장한 기분이 드는 소설들이 생활의 소소한 갈등이나 고민을 서슴없이 지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오래 전에 게시판에서도 화제가 된 소설이라 아마 이 책은 다 읽으셨을 것 같은데 혹시 지금까지 못 들은 척하고 계셨다면 얼른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제 슬슬 도망자 상황으로 들어가네요. 원래 도망자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로그 메일, 심야플러스 1, 바늘구멍, 그레이브 디거' 이런 작품들 참 재미있게 읽었지요.
더 있을까요. 도망하고 추격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소설들요?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추천 바랍니다.
2023.03.04 23:03
2023.03.05 10:26
아 시드니 폴락의 영화로 봤는데 그 원작 말씀이네요.
심야 플러스1은 도주 액션 스릴이 다 있으면서 거기에 더해 고전적인 분위기가 특히 좋았던 거 같습니다.
2023.03.05 13:28
2023.03.05 16:38
영화들은 못 봤습니다만 책은 넘 재밌게 읽었어요. 도입부에는 이게 무슨 일일까 했었는데 읽으며 상황파악이 된 다음에는 도주의 진행 과정 세부가 생생하고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납니다. 말씀하신대로 작품 뒤로 가며 인물의 형편이... 그 낙차에서 오는 재미도 있었나봐요.
[이것이 완전범죄다]는 읽어 보고 싶습니다. 단편은 읽은 게 드물어서요. 인용해 주신 듀나 님 글을 보니 굉장히 잘 짜인 구성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작품인 모양이네요. 인용까지 해 주시고, 추천 감사드립니다.
2023.03.05 16:45
흥미롭습니다 아주 어릴 때 TV에서 보고 요즘 유튜브로 보고 또보고 하는데 전 피터 오툴이 땅굴 속에서 자유로워보였거든요. 그건 아마 어릴 때도...저게 무슨 캠핑 이런거로 생각의 연결이 잘 못된거 같아서 그런것 같네요.
2023.03.05 13:35
시간과 싸움을 벌이는 서스펜스에 능한 밤의 시인 윌리엄 아이리시/코넬 울리치(같은 작가의 다른 필명)의 작품도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환상의 여인]이 제일 유명하고 [상복의 랑데부], [새벽의 데드라인]도 훌륭해요. 출판사 엘릭시르에서 출간한 번역본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절판되기는 했는데 2005년에 시공사에서 출간한 단편집 [밤 그리고 두려움], 거기 실린 단편들이 또 진국이에요. 과연 알프레드 히치콕이 좋아할 만했다 싶죠.
엘릭시르에서 출간한 코넬 울리치 소설 얘기를 하려니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시리즈로 출간한 조너선 래티머의 [처형 6일 전]도 떠오르네요. 제목에서 내용을 이미 짐작하실 수 있겠죠?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사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고전이기는 한데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자칼의 날]은 늘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최고의 암살자 자칼이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 암살에 나서는 이야기. 저는 프레더릭 포사이스를 참 좋아하는데, 하나의 큰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작은 단계들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해요. 때로는 그게 과해서 빨리 액션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독자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예를 들어 한 용병 집단이 영국 기업가의 의뢰로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를 전복하는 쿠데타를 획책한다는 내용의 [심판자]는 한국어판이 450쪽인데 본격적인 군사 행동은 410쪽에 가서야 시작됩니다. 제가 읽은 최고의 물류 소설!), [자칼의 날]만큼은 세세함과 서스펜스 액션의 균형이 시종일관 유지되어서 누구나 재미있게, 손에 땀을 쥐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2023.03.05 16:51
언급해 주신 소설 중에 [13계단]은 본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상복의 랑데부], [자칼의 날]은 오래 전에 동서 걸로 봤는데 새로 번역된 책이 있으면 다시 보고 싶네요.
특히 [자칼의 날]은 좋게 읽었어요. 재감상하면 어떻게 다가올지. [심판자]는 검색해 보니 책이 안 나오는 거 같아요. 최고의 물류 소설이었다고 하시니 궁금합니다.
[환상의 여인], [새벽의 데드라인](요 소설도 소개를 찾아보니 아주 땡깁니다 ㅎㅎ) [처형 6일 전] 리스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요즘 책이 잘 안 읽혀서 흥미로운 책 위주로 시작해서 다시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중이었는데, 상세한 추천 감사합니다.
2023.03.06 02:05
뒤늦게 끼어들어 한 숟갈 얹어 보자면 '환상의 여인'은 저도 아주 좋아해요. ㅋㅋ 재밌게 읽으시면 좋겠네요.
2023.03.06 11:46
네, 더 기대되네요. 저는 이 책하고 [흰 옷을 입은 여인]하고 혼동을 잘 합니다 ㅎ
2023.03.06 10:10
[심판자]의 원제는 [전쟁의 개들 The dogs of war]이고 원제로도 출판이 되었습니다. (예. 세익스피어에서 따 온 제목이죠) 두 권 모두 일본 중역입니다만, 포사이드 문체가 원래 그래서인지 읽기 아주 편안합니다. 둘 다 절판된지 이십년은 된 것 같습니다만 ㅠㅠ.
2023.03.06 11:45
[심판자] 절판된지 오래네요. 이런 거 보면 동서문화사가 은근 한 역할하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욕도 좀 했는데, 중역에다가 이상한 번역도 많고 책 자체가 좀 이상한 것도 있어서요. 어쨌거나 예전에 장르문학에 목말랐던 이들에겐 고마운 출판사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제가 모르는 문제가 더 있을지 모르지만요. 요즘 전자책을 싸게 제공해 주는 걸 보면 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2023.03.05 16:46
<39계단>은 영화가 워낙 대단해서 그런가 책을 나중에 읽으니 감흥이 그저 그렇더군요
2023.03.05 16:59
영화도 책도 못 봤어요. 찾아보니 왓챠에 있는데 봐야겠습니다.
책으로 한정하니까 언뜻 <콘돌의 6일>밖에는 안떠오르네요. 야...<심야 플러스1> 재미있게 읽었죠. 옛날 소설을 보면 환율-인플레 차이가 금방 연결이 안되니까 저돈 벌려고 별 고생을 다하네...그러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