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2 17:34
1.
연민이란, 상대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생성되어야 할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정한 언어와 스킨쉽으로 기운빠진 상대방을 격려해주고
때로 따뜻하게 쉴 수 있는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연민의 감정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겠지요.
그러나 자기연민으로 가득찬 사람 앞에서는 타인이 연민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키워갈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이미 스스로가 스스로를, 넘치도록 안쓰러이 여기고 있고
남들이 건네주려 했던 위로의 말들도 혼자서 다 해버린다면
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는 아니야'라는 반발심을 갖게 되는게 아닐까요.
남들이 나를 연민해 주지 않기 때문에 나라도 나를 연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깊이 연민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이 미처 연민해 줄 틈이,
나보다 나를 모르는 남들의 '알량한' 연민은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고 할까.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깨닫게 됩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고, 내게 맞는 합리화를 가장 잘 할수 있는 사람이 나이니
자기연민의 유혹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종류의 유혹을 통틀어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것 같아요.
차가운 현실에 자기부정을 하다가, 내안의 내가 슬몃 고개를 들며 자기부정을 부정하려는 그 단계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자기연민을 외면하기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겠지요.
타인에 대한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이 위험하듯이(한 종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자신에 대한 연민을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나를 연민했던 것만큼 남들을 안쓰러이 생각했더라면
좀 더 나은 관계들이 많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연민의 정도 나눌 때 더욱 깊어지는 것이니
2012년에는 나 자신보다 주위를 사는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을 연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올해도 신년 책 선물을 합니다.
전에도 한 번 썼던 거 같은데, 책 선물이라는 게 은근히 까다로워서
상대의 취향을 모르고 무작정 내가 좋았던 책들을 선물하면 부담스러운 종이뭉치가 될 확률이 높지요.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취향이 확고할 가능성이 높고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책을 선물할 필요가 없으니 늘 고민스러운 아이템입니다.
듀게에서 이렇게 책 선물을 하면
그래도 그 책에 관심있는 분들께 드릴 수 있어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책을 선물할까 고민할 때에도, 완전히 제가 좋았던(!) 것으로 고를 수 있고요.
첫번째. 태평양의 방파제_마르그리트 뒤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솔직히 '연인'보다 이 책이 더 좋았습니다.
사랑과 욕망, 분노와 상실감, 무기력함, 공허함 같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덩어리로 응축돼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워요. 그래서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줄거리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할게요.
관심있는 분들은 정보를 찾아보시고 신청해 주셔도 되겠지요.
두번째. 게으름에 대한 찬양_버트런트 러셀
'인간과 그 밖의 것들' 에 쏙 반해 두 번째로 읽었던 러셀의 책 입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아, 이사람은 참 친절한 철학자로구나...'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철학의 문제들' 덕분에 처참히 깨지는 중입니다.
이것은 친절하고 친절하지 못함이 문제가 아니라 제 뇌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해야겠지만요.
저번에 보니 듀게에도 러셀 좋아하는 분 많으신 것 같던데
관심있는 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철학도 예술도 아름다운 것은 모두 게으른자들 a.k.a 잉여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조금 더' 게으르면 우리 삶이 '조금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말해줍니다.
따져보면 우리는 그동안 쓸데없이 쓸데없는 곳에 부지런했던 면이 있다고도.
_게으르고 싶은 독자를 위해 게으름을 찬양해준 러셀은 정작 하루에 3000단어를 쓰는 워커홀릭이었다네요.
세번째.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_정진국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알아보면서 각 지에 있는 작은 도서관들을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참고삼아 읽게 된 책입니다.
내용은 제목그대로입니다.
저자가 유럽 여러 나라의 책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쓴 에세이인데
책에 실린 풍경도 그 풍경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책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 아름답습니다.
책마을 들에 대한 정보도 풍부한 편이고요.
한동안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펴봤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 편안해지고 사랑스러운 책이라고 생각해요.
3.
위 세 권을 한 분께 한 권씩, 세 분께 선물하려고 합니다.
선물은 모두 새 책이고 배송료도 제가 부담합니다.
위 책들 중 읽고싶으신 책을 골라서 쪽지를 보내주시면 되는데
읽으시고 좋았던 책을 제게도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창하게 소개해달라는 말은 아니예요.
그냥 책제목만 주셔도 좋고, 한줄로 느낌만 말씀해주셔도 좋고 서평이나 그런 것 링크를 걸어주셔도 좋아요.
선착순은 아닙니다. 추천해 주신 책들로 신년 독서계획을 세울 예정인데
가장 보고 싶은 책;을 추천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드리고 싶어요.
지금 댓글이 안되다가 다시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쪽지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수요일(1월 4일) 오전 11:00 까지 쪽지 보내주시면, 답장 드리겠습니다.
우체국은 금요일 또는 다음주 화요일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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