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시계를 봤는데 1시 11분이었어요.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죠. 내가 시계를 봤을 때, 그 시각이 1시 11분이면 그건 누군가가 나를 보고 싶어하는 거라고. 그 누군가의 마음을 나도 느낄 수가 있어 딱 그 시간에 시계를 보게 되는 거래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네, 그건 저도 알아요. 근데 왜 저는 지금 그런 '사술'에 휘둘려 뒤척뒤척만 수십번, 하다못해 노트북까지 켜고 이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쓰고 있는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왠지 믿고 싶은 이야기 아닌가요? 몰라요. 두쪽 귀 다 틀어막고 전 그냥 믿을랩니다. 이런 거라도 없음 팍팍 갈라져 먼지 풀풀 날리며 부스럭댈 것 같아요.


이 시간에 잠이 안 오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죠. 전 자타공인 올빼미거든요. 그것도 성골 올빼미, 전생엔 올빼미 나라의 선덕여왕쯤이었을지도 몰라요. 신기한게요, 5시간을 자도 4시에 자서 9시에 일어나는 건 하나도 안 피곤하거든요? 근데 11시에 잠들면 8시간을 자고 7시에 눈을 떠도 피곤해요. 하루 컨디션이 하늘과 땅 차입니다. 경험상 하루 컨디션이 가장 상쾌한 취침-기상 시간은 2시-8시더군요. 똑같은 6시간을 자도 12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면 피곤해요. 정말 괴롭습니다. 이민이라도 가야 할까요? 시차적응도 필요 없던데. 뭐, 며칠 지나니 도로아미타불이었지만요. 평생 지구 이쪽 저쪽으로 왔다갔다 살아야 할까 봐요. 아님 어디가 됐든 출근 시간이 10시쯤은 되는 직장을 구하든지요. 웃긴 건 저희 부모님은 태생이 아침형이시라는 거죠. 두 분 다 알람도 없이 새벽 5시, 6시면 눈을 번쩍번쩍 뜨세요. 물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덕분에 저의 아침은 정말 매일이 지옥이었죠. 더 자고 싶어서 엉엉, 혼나서 또 엉엉, 그러다 부은 눈으로 등교를 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녔어요. 지금이야 뭐, 알아서 일어나긴 합니다. 아침마다 괴로운 거야 변함없지만 그래도 눈이 떠진다는 게 어딥니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를 살다보면 좀 바뀔 법도 한데. 아주 옹골차요. 괴롭게.


뭐 이런 이야기를 쓰려던 건 아니었는데. 오후에 잠이 너무 쏟아져 마셨던 핫*스 한 캔이 문제였던 걸까요? 잠이 점점 더 깹니다. 이러다 뜬눈으로 아침을 맞겠어요. 


사실은, 누군가가 저를 보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제가 누군가를 보고 싶어했던 게죠. 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간사하기 이를 데 없어요. 그 사람도 지금 이 순간 제가 보고 싶길 바라는 마음들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낸 거죠. 신빙성이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믿고 싶으니까 믿는 거죠. 근데 왜 하필 1시 11분이었을까, 뭐 그런 생각은 합니다. 13시 11분 안 돼요. 순정 1시 11분이어야 됩니다. 그래야 아까참에 제가 본 1시 11분이 더 의미있게 느껴지잖겠어요? 괜히 또 진짜 같고.


아까 보니 살포시 배부른 상현달이 휘영청하던데, 밤만 깊으면 달이 떠 그런가요? 왜 이렇게 잡생각이 많은지. 달 밝은 날이면 더한 것 같아요. 이래서 다들 밤이 깊기 전에 일찍일찍 잠들었다 날 밝으면 일찍일찍 일어났나봐요. 그 섭리를 거스르려니 그 벌로 이렇게 잡념만 쌓이는 건지도 모르죠. 벌써 2시네요. 2시 22분은 뭐 없으려나. 하나 지을까요? 맥주가 애타게 나를 부르는 시간으로? 맥주가 절 부르기 전에 이만 자야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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