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0 23:49
[커피메이트]라는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네슬레사에서 같은 이름의 식물성 크리머 제품을 팔고 있지만 이 영화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같은 카페의 단골인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인영은 돈 많은 의사의 아내이고 전업주부입니다. 희수는 독신인
목수고요. 둘은 한 동안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는데, 희수가 먼저 수작을 겁니다. 단지 그가 제안한
건 연애가 아니라 우정입니다. 카페 안에서만 만나서 남들에겐 못할 이야기나 실컷 하자는 거죠. 카페 밖에서는
만나지 않고요. 물론 섹스도 안 되고.
한국식 멈블코어 영화를 기대하시면 곤란. 멈블코어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런 영화에서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 두 개 있지 않습니까? 재미있는 캐릭터와 재미있는 대사요. 물론 이 둘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재미있는 흐름을 만들어내야 하죠. 다른 것들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들은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재료입니다.
하지만 [커피메이트]에는 둘 다 없습니다.
도입부부터 의심이 갑니다. 영화는 대사를 만들어내는 대신 지극히 인위적인 '커피메이트' 게임이 얼마나
특별한지 설명하는 데에 집착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다른 것으로 재빨리 극복하고 넘겨야 할
인위적인 설정으로, 이렇게 대놓고 전시해서는 안 됩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거죠.
대사와 캐릭터 역시 이런 이야기를 지탱할만한 힘이 없습니다. 인영은 '부유한 남자와의 불행한 결혼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유부녀'의 스테레오타이프 안에 갇혀 죽어가고 있습니다. 희수는 그 정도의 사연도 없고요.
한 마디로 할 말이 없고 그 없는 재료를 제대로 풀지도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는 자꾸
끊기고 불행한 결혼을 마음 맞는 다른 남자와의 관계로 뚫으려는 여자의 흔한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그 흔한 이야기도 그렇게 좋지 않은 거죠. 전 옛날 성현아 나왔던 [애인]인가 하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딱 그 정도예요.
윤진서와 오지호는 대사 많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맨 처음 떠올릴 배우들은 아닙니다. 이들의 이런 핸디캡과
개성을 오히려 역이용하는 방법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매력없는
대사와 캐릭터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합니다.
(17/02/20)
★★
기타등등
오래간만에 건대 롯데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여기 5관이 심지어 비스타 화면 영화도 풀스크린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곳이란 걸 깜빡했어요.
감독: 이현하, 배우: 윤진서, 오지호, 유희정, 강성욱, 이현하, 김학배, 지안, 다른 제목: Coffee Mate
IMDb http://www.imdb.com/title/tt597524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6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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