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에도 법과 제도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모씨의 강력한 권력과 권력구조가 멀쩡히 기능하고 있는 사회에서, 동시에 그런 권력으로도 어찌하지 못하고 이런 영화가 개봉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합니다. 다양한 힘들이 여기저기서 충돌하는 시기인거 같아요.


2. 원작이 연재물이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그부분 그대로 다 살렸으면 엄청 웃겼을거 같아요. 적당히 잘 정리한거 같더라구요. 원작보다는 직선적이고 단순화 된 구성이었습니다.


3. 전체적으로 감정과잉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애니메이션으로 진행되는 부분까지는 그러려니 했어요. 이후로 이어지는 구구절절한 사연들도 볼만 했습니다. 거기서 분노를 충분히 쌓아둬야만 뒷부분의 초법적인 사적제제 행위들이 설득력을 얻으니까요.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제일 좋은 부분인 중반 액션까지는 감정을 잘 끌고 갔다고 생각합니다.(한혜진이 속으로 숫자를 셀때 저도 울컥 하더라구요.) 문제는 그 이후로 자꾸만 쌓여가는 분노와 답답함이 통제를 잃고 날뛰는 것만 같았어요. 이래서 사적인 보복은 잘못된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자들은 물론이고 제작진들도 만들면서 진짜로 분노에 빠졌던듯 싶어요.


4. 감정의 과잉때문에 이야기가 원작과 많이 틀어지게 되는데. 강풀의 원작 후반부는 케이퍼 무비를 떠올릴만큼 각각의 인물들이 냉철하고 짜임새 있게 역할을 수행했었습니다. 반면 영화쪽은 덧붙여진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좀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느낌이죠. 딱히 그들이 연계해서 싸운다는 느낌도 없구요. 그들 중 한 명만이라도 감상에 휩쓸리지 않고 침착했다면 그 난리를 치지 않아도 되었을 듯.


5. 광주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요. 후반부에 버스에서 광주의 아들 운운할 땐 시대의 과제인 '그사람'의 처벌이 광주의 사적인 복수로 왜곡되어질 수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5.18은 광주사람들의 이야기고, 그들의 것이지만, 그 사람에 대한 처벌은 광주사람만의 것이 아니죠.


6. 원작을 볼 땐 몰랐는데, 저택 앞 골목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조폭의 충돌은 그 자체로 5.18의 은유로 읽힐 수 있겠더군요. 영화에선 좀 더 그런 의미가 강화되고 있고.


7. 한혜진이 이렇게 예쁜 배우인줄 처음 알았습니다. 영화 내내 진짜 빛이 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75
275 [갑작스런 듀나인] 시공사 판 <나사의 회전> 번역이 어떤지 궁금해요! [9] 낭랑 2010.11.16 2899
274 옛날에 비싸고 귀했고 엄청 맛있었는데 현재는 흔한 음식 [38] 자두맛사탕 2010.11.16 5097
273 배우 얘기 (서영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전혀 연계 없는 두 사람을 묶어서) [6] 비밀의 청춘 2010.11.19 2205
272 금요일에 집에 들어갔다가 오늘 아침에 나오니 세상에. [5] chobo 2010.11.29 2223
271 아이돌 애들이 "선배님", "선배님" 하는거 거슬리지 않나요? [25] 슈크림 2010.12.04 4366
270 제가 연예인이 못된 이유. [5] 고인돌 2010.12.04 2772
269 남자들은 술취하면 전화를 합니다. [21] 푸른새벽 2010.12.05 12022
268 저는 아이유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6] 사과씨 2010.12.08 2879
267 연평도 사격 훈련 재개와 관련하여 조갑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3] chobo 2010.12.19 2309
266 잡담 [4]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0.12.23 1774
265 후쿠오카 쿠로가와 온천 추천해주신 분들 고마워요. [8] 앵두 2010.12.30 3247
264 안경 쓴 여자를 보기가 힘듭니다(저만 그런가요?) [41] chobo 2011.01.10 8772
263 겨울 움짤 [1] 가끔영화 2011.01.10 1752
262 런데빌런 할때의 소녀시대는 정말 예뻤어요. [13] 아리마 2011.01.25 3771
261 [마감:)] 아가씨들, 마카롱과 순대국 독서모임 같은거 어때요. [18] Paul. 2011.01.25 3109
260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는 존재에 대한 수치심 [9] Koudelka 2011.01.27 3168
259 [지름신과의 전투] .......그거슨 처절한 패배;; [11] Mk-2 2011.01.28 2600
258 [듀나인] 신용카드 뭐쓰세요? 혜택이 좋은 카드 추천해주세요. [18] exci 2011.01.30 3519
257 제로에 가까운 가사노동력 [17] Koudelka 2011.02.05 3282
256 트랜스포머 3 새로 나온 예고편입니다. [13] 부기우기 2011.02.07 18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