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니 얼마 안 됐군요. 런닝타임은 원작보다 훨 짧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원작 스포일러와 함께 다 있습니다. 거의 똑같은 이야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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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원제는 심플하게 '리빙'이고 부제는 수입사에서 붙인 듯 한데... 이해는 갑니다. 원제 그대로 썼다면 검색이. ㅋㅋㅋ)



 - 영국 영화지만 시대는 비슷합니다. 2차대전 종전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른 런던이 배경이구요. 다만 시작이 살짝 다릅니다. 런던 근교에 사는 젊은 공무원 피터 웨이클링씨가 부서를 옮겨 첫 출근을 하고 있어요. 기차 플랫폼에서 직장 동료들을 줄줄이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부서의 보스 윌리엄스씨를 만나죠. 그러고는... 

 거의 같습니다. ㅋㅋ 집앞 물웅덩이 때문에 민원을 넣으러 온 여인들이 등장하고, 이 부서 저 부서로 뺑뺑이를 당하다가 분통을 터뜨리며 물러가고, 마지막 부서가 바로 윌리엄스의 시민 뭐뭐 부서였구요. 윌리엄스씨는 속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함께 사는 아들래미 부부는 아버지 속도 모르고 아버지 돈 타내서 독립할 생각 뿐이고, 부서의 유일한 젊은 여성은 다른 일을 하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등등등. 더 말할 필요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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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주인공인 척하는 웨이클링씨. 굳이 이런 캐릭터를 집어 넣은 이유... 는 보다 보면 이해가 됩니다.)



 - 그러니까 원작을 매우 많이 격하게 존중하는 리메이크입니다. 거의 같은 이야기라고 보면 돼요. 다만 그걸 영국으로 옮기면서 발생할 문화적, 사회적 차이로 인한 어색함들을 열심히 번안했구요. 또 원작에서 좀 덜컹거린다 싶은 부분들을 열심히 닦고 조이고 기름 쳐 놓구요. 21세기 관객들이 보기에 좀 애매할 듯한 부분들을 업데이트 해 주고요. 결정적으로... 딱히 이 영화의 원작 같은, 70년 묵은 일본 영화 같은 작품에 관심 없을 관객들이 그냥 봐도 재미나게 볼 수 있도록 대중적인 센스를 많이 첨가해 뒀습니다. 영화가 아주 매끈매끈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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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자리에 쌓여 있는 서류의 양도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으로 바뀐 게 괜히 웃겼습니다만. 블랙 코미디를 거의 쳐내고 휴먼 드라마로 만들었으니 합리적인 선택인 걸로.)



 - 말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전반부에 소설가와의 만남 후 길게 이어지던 환락의 밤은 시간 상으로 많이 축소 되었습니다. 젊은 여직원에 대한 집착도 원작처럼 이거 좀 위태롭다 싶을 정도까지 안 가고 적정선에서 선을 긋고 이유를 설명해 줘요. 원작에서 후반에 갑자기 튀어 나왔던 주인공 편을 드는 직원은 도입부에서 잠깐 서술자인 척하는 피터 웨이클링으로 대체 되어서 이 젊은이가 주인공 편을 드는 전개를 자연스럽게 해주고요. 이 영화의 의사는 암 환자에게 병명을 비밀로 하고 돌려 보내는 무시무시한 짓 따윈 저지르지 않고 "이런 말씀 드리기 저도 괴롭지만..." 이라며 상식적으로 행동해요. ㅋㅋㅋ 중반에 이야기가 갑자기 점프하며 주인공을 퇴장 시킨 후 공무원들의 대화로 전개되는 건 같지만 내내 장례식장 한 곳에서 연극처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장소, 저 장소를 옮기며 좀 더 영화적으로 풀어내구요... 결정적으로 주인공의 장례식장에 그 젊은 여직원이 찾아와 눈물을 흘려 줍니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원작을 21세기 관객들 보기 편하게 다듬어서 친절하게 떠먹여주자! 는 취지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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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여직원은 무슨 죄인데' 라는 생각이 안 들게 톤 조절을 했습니다. ㅋㅋ 심지어 저 직원, 엔딩 부근에서 다시 나오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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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들 수다 장면도 장소 바꿔가며 자연스럽게, 좀 더 '영화적'으로 연출했... 지만 결국 담긴 내용은 놀랍도록 원작 그대로라는 게 재밌습니다.)



 - 그래서 장단점이 분명하겠죠. 딱 예상되는 그대로입니다.

 원작처럼 오래 된 고전 명작 영화를 보는 느낌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전 명작 영화를 보면서 느낄만한 불편함도 없죠.

 알아 듣기 쉽고 이야기 전개나 캐릭터의 행동들도 다 납득이 가고 화면 연출도 현대적으로 보기 좋고 매끈합니다. 간혹 좀 과도한 친절 같은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 영화의 후반부엔 윌리엄스의 공을 가로채려는 높은 분들은 안 나옵니다. 아주 살짝 암시 정도는 나오지만 별 거 없구요. 덕택에 풍자는 좀 약해지지만 동시에 보는 입장에서 짜증도 줄었죠. 엔딩도 그래요. 원작의 엔딩은 거의 배드 엔딩처럼 가다가 정말 살짝 희망을 내비치는 정도... 인데 반해 리메이크의 엔딩은, 내용상으론 거의 같지만 '희망' 장면에 좀 더 디테일을 많이 넣어서 힘을 실어줍니다. 덕택에 다 보고 나면 세상이 참 아름답고 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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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 뭘 되게 많이 고친 것 같은데, 사실은 영화 전체가 오마주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작으로 그대로 재연한 게 대부분입니다. 저 보탬 안 되는 아들래미 부부도 그렇구요.)



 - 덧붙여서 좀 뜻밖이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커다란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빌 나이 말이죠. 에... 이게 좀 위험한 얘기지만 이 분은 비주얼부터 그냥 폼이 나잖아요. 190에 가까운 기럭지에 영화 내내 정장을 입고 돌아다니니 아무리 궁상 맞은 연기를 해도 원작과 뭔가 느낌이 다릅니다? ㅋㅋㅋ 심지어 그 노래를 하는 장면도 그래요. 목소리가 폼이 나는 데다가 노래 실력도 꽤 좋아서 원작의 그 궁상스런 느낌이 안 납니다. ㅠㅜ 그래서 그런지 이 분 노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바꿨더라구요. 원작에선 "에그 저 분위기 깨는 할배는 뭐람?" 이라면서 피하는 느낌이었다면 여기선 "아 뭔가 되게 슬픈 분이구나." 라는 느낌으로 엄숙해져요. 하하...


 그래서 살짝 원작 파괴의 느낌이 있긴 합니다만. 그냥 이야기를 그 느낌에 맞춰서 살짝 고쳐 썼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원작 주인공보다 처음부터 훨씬 더 호감이 가고, 각성해서 착한 일을 할 때는 그냥 폼나는 카리스마 미노년이고 그래요. 덕택에 이입도 잘 되고 하니 그냥 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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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노래 장면만 해도 분위기가 이래요. 어쩔 수 없이 폼이 나 버립니다. ㅋㅋㅋ)



 - 뭐 더 얘기할 건 없겠구요.

 처음에 내내 말했듯이 원작을 21세기식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대중적으로 좀 더 쉽게, 편하게 이입하며 즐길 수 있도록 고친 리메이크입니다.

 '이래서야 원작의 느낌이 안 나잖아!' 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뭐, 굳이 원작 그대로 따라갈 거면 다시 만들 이유도 없겠죠. 애초에 원작도 그 시절 기준으론 그냥 감동적으로 잘 만든 대중 영화였던 거잖아요? ㅋㅋ 그러니 이런 식의 방향이 문제도 아닌 듯 하고. 또 그쪽 방향으로는 기대보다 잘 만들었어요. 원작이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본 사람들이 많이들 감동 받고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원작 이야기의 힘이 있는 데다가 완성도 측면에선 매끈하게 잘 만들었고, 또 빌 나이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니까요.

 그래서 원작을 격하게 사랑하는 열성 팬들을 제외하면 아마도 대다수가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을만한 잘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끄읕.




 + 노래는 당연히 다른 곡으로 교체되었습니다. 궁금하시면 한 번 들어보시구요. 이 곡도 좋아요.



배우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하여 그네를 '타는' 게 아니라 그냥 앉아서 발을 바닥에 대고 앞뒤로 까딱까딱하는 게 괜히 웃겼습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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