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정도 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야마다 난페이(오덕오덕하게도 이런 류의 고유명사에 무지 강한 저;;;)의 홍차왕자란 만화가 있었죠.

꽤 히트했으니 순정만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들어보셨거나 보셨거나 했을거예요. 보름달 뜬 밤에 홍찻잔에 보름달이 들어오게끔 해

놓고 달이 일그러지게 저어주면 홍차왕자가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는 설정인데요. 그 세 가지 소원이라는 게 되게 소박해서

'뜀틀 9단 정도 넘게 해 주세요' 같은, 뭔가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재능이나 운이 없으면 이루기 힘들 듯한 류였어요.

그 만화를 재미있게 보진 않았어도, 살면서 종종 '아 이런 거라면 홍차왕자한테 부탁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더군요.

이를테면 미용실에 갔다왔는데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 때, '원할 때 머리가 마음대로 자라면 좋겠다'라거나 '아무리 지지고 볶고 탈색을

해도 머릿결이 절대 안 상하게 됐으면 좋겠다' 라든가-_;; '먹어도 안 찌는 체질' 이라거나 '숙취 절대 없는 체질' 등등등 한도 끝도 없...

 

그런데 오늘, 사소한 소원 끝판왕을 떠올렸습니다. 기억하실진 모르겠으나 화요일에 첫출근했단 글을 올렸었잖아요, 저희집은

쌍문인데 회사는 청담. 노원에서 7호선 지옥철을 타고 출근합니다. 우와,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태 학교가 늘 걸어가는 거리에 있거나 한산한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해서 쾌적한 통학시간을 즐겼던 제게 상당한

피로를 주더군요. 오늘도 어김없이 학생과 직장인들로 콩나물시루가 된 7호선에 낑겨 생각했습니다.

'내가 들어갈 때마다 앉을 자리가 났으면 좋겠다'

아니, 이것까진 안 바라고 그냥

'지하철에 들어섰을 때 사신의 눈(데스노트 참조-_;;)처럼 수명 말고 이 사람이 내릴 역이 어딘지 보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죠. 이 정도면 홍차왕자도 들어줄거야.....싶어서.

......개소리죠, 넵. 신발이나 편한 거 신고 다녀야겠습니다. 으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은 누가 이루어줬으면 하는 사소한 소원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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