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해를품은 달을 보다가 저를 포기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건 다름 아닌

'엿듣기'

 한국드라마의 소(小)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볼 수 있는 이 장치는 이제 한국 드라마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듯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가능한한 상황에서 몰래 엿듣기가 나왔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리얼리티마저 포기한듯 보입니다.

방금 드라마에도 두사람이 방에서 얘기를 하는데, 어찌하여 방문 가까이 귀를 대고 듣는것도 아닌데

아예 밖에서 임금과 신하가 함께 같이 듣고 있네요? 이거 무협지입니까? 

과거 조선시대 왕족의 건축물은 방음장치가 형편없었던가요? 아니면 천리전음을 했던건가요?

이런 장면이 나오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짜게 식어 버립니다. 그리고 대게 극본이 후집니다.

한때 3류 막장 일일 드라마에서 악역하나가 내 귀에 도청 장치 달린것도 아닌데 모든 주요한 사건이 엿듣기로 일어나더군요.



어찌해서 갑자기 서류가 떨어져서 회사로 다시 돌아가면 자기에 대한 중요한 비밀을 얘기하고 있는건지 모르겠고,

김선아가 나왔던 <여인의 향기>는 거의 매번 주인공의 비밀스러운 심리상태를 남녀 주인공이 번갈아 가면서 엿듣는데 왕창 짜증이나더군요.

제일 웃겼던게 갈등이 나면 '엿듣기'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속마음을 듣고서 풀린다는거죠. (이거에 대해서 주인공끼리 말도 안함ㅋㅋ)

상황도 너무 웃깁니다. 싸우고 내려왔더니 여자는 저 멀리서 잘도 자기의 속마음을 호텔로비에서 지껄이고 주인공은 그걸 듣고 이해를 하는식입니다.

요즘은 최소한의 물리적인 거리랑 속내를 털어놓는 최소한의 심리적인 이유조차도 무시합니다.

주인공이 듣기 좋게 멀리서 크게 지껄이고, 조용히 신중하게 털어놓아야 하는 고백도 대놓고 공개된 장소에서 터뜨립니다.


이제는 한국드라마들은 엿듣기가 없으면 아예 진행이 안됩니다.

아마도 드라마들이 대부분 엿듣기를 멋대로 쓰면서도 시청률이 지장이 없기 때문이겠죠.

영광의 재인이나 제빵왕 김탁구 같은 흥행작가들이 제멋대로 쓰니 다른 작가들도 별 생각이 따라 하는거겠죠.


드라마가 영화보다 못한게 이런 자정(비평)작용이 거의 없어서죠.

제대로 된 비평이 있고 그걸 받아들여서 고쳐 나가면서 발전해야 하는데 시청률만 되면 물불 안가리고 좋던 나쁘던 베끼기 바쁘니

한국 드라마는 발전이 없는것 같습니다. 미드처럼 미장센은 바라지도 않는데 최소한의 말이 되는 내용 좀 썼으면 좋겠어요.


PS - 그러고 보니 어제 초반에 나온 CG나비가 대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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