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던 회사는 B2B 제조업 회사였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잘나갔었구요.

경기를 많이 타는 일이었어요.

전 여자였지만 개발 엔지니어였고 하늘같은 유일무이한 고객을 모시며 나름 재밌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시장상황이 급변하면서 개발팀의 개발업무를 다 중국 현지법인으로 아예 옮겨버린다더군요.

중국 못갈꺼면 나가라... 있어도 무조건 중국 가야하고 중국 현지법인 채용이고 그렇다고 중국이 다 받아주진 않아

이런 얘길 듣고 누가 있고 싶겠어요. 다들 짐 쌌죠.

저도 중국 파견근무를 생각하긴 했지만 못갈 사정도 있고 해서 그냥 나가야겠구나.. 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이직한 회사 사수를 통해 대기업 이직을 노렸죠. 이력서도 보냈어요.

근데 그러는거에요.

실무자 - 과장급? 제 바로 윗분 될 사람, 바로 같이 일할 사람은 아 콜콜 오라고 그러는데 그 위에 팀장이

"여자? 안돼 여잔 오면 결혼하고 애놓으면 그때 휴직하면 TO도 못받어 안돼안돼"

......

어이가 없어서. 애인이라도 있음 말을 안해ㅠㅠ 아니 왜 제 인생에 아직 그림자도 없는 결혼과 출산이 발목을 잡나요...

그 회사 원래 그러냐고 물으니 개발팀 전체 인력이 500명인데 결혼하고 애놓고 다니는 여자 엔지니어는 한명 있다네요....

결혼하면 좀 그만두고 출산하면 다 관두고 얼마 있지도 않은 과장 이상 여성인력은 대부분 골드미스시랍니다.

장렬히 좌절.

사수한텐 농담으로 "퇴직금으로 성전환수술할까봐요ㅋㅋ" 이랬지만... 성별로 좌절 겪어본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참 당황스러웠어요.

다음에 정말로 나 받아줄 수 있을때 다시 연락 달라고 했죠.

이 회사에 사수한테 연락 안하고 한번 면접본 적 있었는데 그때 떨어진것도 단지 제가 여자여서 였겠구나 싶어서

참 치사하고 아니꼽구나.

그러니 너넨 맨날 2등하지 흥흥.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그러고나서 며칠 있다가, 퇴사한지 한달쯤 될 무렵에 전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너 다시 안올래? 우리 완전 새로운 일을 시작할 꺼 같은데 사람이 필요해.

들어보니 정말 새로운 일입니다.

공부도 해야하고 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꺼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제가 원래 있었으면 받았을 몇몇 혜택들 - 정기상여와 근속보너스 등등 보장해 주세요^^  퇴직금 손해보는거도 보전해줬음 좋겠는데 이것까진 무린가요?

그리고 전 5년에 대리인줄 알아서 그 얘길 했더니 6년에 대리라네요. 으으 월급이...ㅠㅠ 이 회산 호봉제인데 호봉이 하나 오르면 기본급이 만원 오릅니다.... 워 월급이... 그대로겠구나...-_ㅠ 물가인상 감안하면 마이너스구나...

게다가 보전해주는 보너스도 못박고 들어가는게 아니라 해주긴 할꺼긴 한데 일단 그걸 입사때 계약걸고 가는건 아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 밖으로 새면 안된다고 이직 못하는 각서라도 쓰게 할 셈인거 같더라구요. 음...고민이 됩니다-"-

어쨌든 다시 들어간다고 말은 했지만 묘하게 찝찝해요.

이제와서 다른데 다시 더 찾아보고 이력서쓰고 면접보고 이 많은 짐 싸안고 타향으로 이사가긴 귀찮다... 에 졌어요.



한달간의 타의에의한, 무계획적인 빈둥빈둥이 이제 끝나려고 하네요.

왜 다시 들어가겠다고 결정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전화가 올까요... 이제 더 고민하기는 지쳤는데 말이에요.

이럴줄 알았음 배낭여행이나 갈것을...

싸구려 설탕시럽같은 실업급여도 이제 끝이구요.



뭔가 마라톤 달리기 출발신호 어겨서 다시 출발하는 기분입니다.

이번엔 45.195km 제대로 다 달리고 결승선 끊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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