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셉션>은 무척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그 재미에 비해 몰입은 어려웠다.

도대체 왜?  영화를 보고도 나 스스로 어리둥절했다. 그렇다고 꿈에 들어가서 내 무의식을 들추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잡생각'에 골몰해보았다.

 

<인셉션>은 꿈의 세가지 보편적인 느낌에 착안한다. 

중간 - 꿈은 시작은 없다. 중간이 시작이다. 반면에 잠에서 깨어나면 끝난다. 시작은 없되 끝은 있다.
림보 - 깊은 잠은 죽음과 같다.
-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 가장 현실적인 꿈의 감각.

 

이 세가지 보편적인 느낌을 베이스로  <인셉션>은 꿈의 세계를 재구성한다. 

약물의 힘을 빌려 꿈으로 꿈으로... 4단계의 깊은 곳까지.

 

1단계 도시 - 도로 한가운데를 뚫어버리는 기차와 잘 훈련된 저격수들.
 

 

2단계 호텔 - 꿈이라는 것을 폭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대.

 

3단계 눈덮인 산위의 성채 - 가장 굳건히 봉쇄된 무의식.
 

 

4단계 꿈의 해변 - 죽음과 환상이 만들어올린 세계.

 

'꿈'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비논리가 지배하는 모호한 공간이다.

하지만 <인셉션> 속에 나오는 꿈의 공간은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아주 구체적이고 견고하다.

 

하지만 꿈은 꿈이기에, '꿈'의 환상을 보여주는 몇가지 장치들을 보여준다.

도심 이곳저곳에 심긴 저격수들과 도로위의 기차, 호텔의 사람들과 경호원, 성채의 군인들과 그속의 아버지, 그리고 꿈의 해변의 맬.
이런 꿈의 장치들은 공통적으로 꿈의 깊숙한 곳에 도사린 무의식이다.
호텔은 무의식의 아이콘이 없기에 꿈의 단계에서도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이었으나,

추격전 끝에 도개교에서 떨어진 차량의 무중력으로 인해서 그 현실감을 제거했다. (나이스 타이밍!)

결과적으로 꿈의 질감을 가장 이질적인 것으로 파괴해버리는 것은 3단계 눈덮인 성채다.
설상의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게 삼엄한 경계와 전투를 수행한다. 그곳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영화적인 무대다.
구체적으로는 헐리웃의 첩보물의 무대다. 꿈의 질감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에 의해 파괴된 셈이다.

 

<인셉션>은 상식적인 꿈의 질감을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 하면, <인셉션> 속에서 꿈은 활극의 무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참고로 인터넷의 무수한 스포일러들을 무시하고 순전히 혼자만의 재미를 위해 제멋대로 골몰한 잡생각의 산물이므로

영화의 의도와 99% 불일치함을 덧붙여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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