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8 21:39
형사인 장즈리는 토막살인 용의자를 추적하다가 동료를 잃고 자신도 부상을 당해 경찰을 그만둡니다.
그 뒤로 공장의 경비원으로 일하며 거의 폐인처럼 살아가던 그는 5년 뒤에 저번과 비슷한 토막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이 두 사건을 연결하는 유일한 인물은 세탁소 직원인
우쯔쩐. 장즈리는 다시 옛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고 우쯔쩐에게
접근합니다.
익숙한 필름 느와르의 향기가 납니다. 데이나 앤드루스 같은 40년대 배우들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올 법한 영화의 줄거리 같은데 중국 영화인 거죠. 감추어 둔 결말도 크게 거기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틀만 따진다면 요범이 연기하는 형사나 계륜미가 연기하는 여자주인공의 역할도
특별히 파격적이지는 않습니다.
단지 영화는 이 이야기를 현대 중국이라는 배경과 중국 아트 하우스 영화의 틀 안에서 다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들이죠. 하지만 필름 느와르의 장르와 현대 중국 영화의
접근법이 결합하자 그 중간지점에서 묘하게 낯선 무언가가 나옵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스케이트 장 같은 표면적인 무대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여전히 어색하게
공존하는 현대 중국의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여성의 위치와 같은 주제가 장르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죠.
장르 틀 밖으로 나가지는 않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한계도 여기에 있죠. 주어진 게임만 하고 있을 뿐
큰 야심은 없다는 것.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중국 아트하우스 영화의 미니멀한 톤 때문에 대중적인
어필에도 한계가 있고요. 그리고 전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장즈리를 좋아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하얼빈의 겨울과 같은 싸늘한 분위기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15/11/28)
★★★
기타등등
계륜미가 겨울 배경으로 나오는 건 이 영화에서 처음 봅니다. 그 배우의 코가 추위로 빨개진 것도 처음 보는 거 같고.
감독: Yi'nan Diao, 배우: Fan Liao, Lun Mei Gwei, Xuebing Wang, Jingchun Wang, Ailei Yu, 다른 제목: Black Coal, Thin Ice
IMDb http://www.imdb.com/title/tt346991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1366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8 | 대역전 Trading Places (1983) | DJUNA | 2016.04.18 | 4196 |
587 | 포비아 See prang (2008) [3] | DJUNA | 2014.09.23 | 4187 |
586 | 부치지 못한 편지 Neotpravlennoye pismo (1959) | DJUNA | 2019.03.12 | 4174 |
585 | 선샤인 온 리스 Sunshine on Leith (2013) | DJUNA | 2014.09.07 | 4170 |
584 | 더 팩트 The Pact (2012) | DJUNA | 2017.12.24 | 4169 |
» | 백일염화 Bai ri yan huo (2014) | DJUNA | 2015.11.28 | 4167 |
582 | 애니멀즈 드림 Når dyrene drømmer (2014) [1] | DJUNA | 2014.08.09 | 4166 |
581 | 허리케인 하이스트 The Hurricane Heist (2018) | DJUNA | 2018.03.16 | 4147 |
580 | 스테이션 7 Salyut-7 (2017) | DJUNA | 2017.12.11 | 4142 |
579 | 아리아 Incompresa (2014) [1] | DJUNA | 2015.04.27 | 4141 |
578 | 베로니카 Verónica (2017) | DJUNA | 2018.03.02 | 4131 |
577 | 네버레이크 Neverlake (2013) | DJUNA | 2017.12.28 | 4122 |
576 | 샤크 스톰 Sharknado (2013) [3] | DJUNA | 2014.12.29 | 4116 |
575 | 아무르 포 Amour fou (2014) | DJUNA | 2015.05.11 | 4084 |
574 | 디바 (2020) | DJUNA | 2020.09.30 | 4073 |
573 | 베로니카 Verónica (2017) | DJUNA | 2018.03.02 | 4063 |
572 | 더 웨일 The Whale (2022) [3] | DJUNA | 2023.03.06 | 40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