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2 15:29
[고양이: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시]와 [밀양]을 제작한 파인하우스의 작품이고,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이후 그의 두 번째 영화로 이 작품을 선택한 감독 변승욱은 [박하사탕]의 조감독 출신이죠. 장윤미의 초고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동안 이창동의 개입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 정도면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있죠. 하나, 영화가 다른 여름 호러 영화와는 다른 진지한 접근법을 택했을 수도 있다는 것, 둘, 이런 부류의 '주류 예술가들'이 종종 그러듯,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장르물의 익숙한 관습에 안주할 수 있다는 것. 영화를 보니까 둘 다 맞았어요.
[고양이]의 이야기는 한 동안 유행했던 아시아 호러 영화의 정석을 따릅니다. 팻샵에서 일하는 소연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어요. 영화가 시작되면 이 사람 주변의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는데, 이들에게는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주변에 고양이가 한 마리씩 있었다는 것, 죽음이 모두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것 그리고 오로지 소연의 눈에만 보이는 여자아이 유령이 돌아다닌다는 것.
데자뷔가 느껴지죠? 실제로 이 영화의 각본은 이 전에 나온 '원귀' 영화들을 조각조각 잘라서 엮은 것 같습니다. 모든 장면이 익숙하죠. 특히 결말 부분에 가면 모 일본영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어떤 대단한 반전이나 신선한 접근법을 기대하면 곤란해요.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고 익숙해요. 아마 장르에 보다 익숙한 사람들이 만들었다면 이 익숙함에서 어느 정도 피하려고 노력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깔끔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페이스 조절이 잘 되어 있고 지루하지 않아요. 쇼크 장면들은 엄청 무섭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자기 역할을 하고요. 단지 여기엔 장르 특유의 분위기가 빠져 있습니다. 깔끔하고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는데, 팬들이 이 장르의 영화에 기대하는 어떤 맛, 어떤 분위기, 어떤 일그러진 느낌이 없어요. 주연배우 박민영에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별 무리는 없는데, 그래도 뭔가 10퍼센트 정도 더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애묘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조금씩 예민해져 있는 상태죠. 우선 결론만 말하자면 아주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죽는 장면도 있고, 고양이 시체들도 잔뜩 나옵니다. 이런 것들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죠. 그래도 이 영화의 고양이들은 단순한 공포영화 괴물은 아닙니다.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희생자이기도 하고 복수자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죠.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의 진짜 악역은 사람들에게 돌아갑니다. 영화의 아이디어부터가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니까요.
영화는 이 주제를 별다른 장식이나 센세이셔널리즘 없이 단도직입적이고 심각하게 다루는데, 이 접근법은 옳습니다. 이런 우직하고 진지한 태도 때문에 영화의 무게가 잡혀요. 단지 그들이 다루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익숙한 것이라 진지함보다는 관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게 문제죠. 장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어요. (11/07/02)
★★☆
기타등등
1. 언제나 되어야 호러영화 간담회에서 "나는 호러영화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배우를 만나게 될까요. 분명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은 정작 호러영화에 안 나오는 것 같단 말이죠.
2. 언론시사회에서 상영된 버전은 CG가 조금 덜 된 상태였습니다. 몇몇 고양이 CG가 어색하긴 한데, 아마 개선되겠죠.
2011.07.02 18:55
2011.07.02 22:22
2011.07.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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