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5 23:51
[9인의 번역가]를 보았습니다. 프랑스 영화예요. 단 한 번도 정체를 공개한 적 없는 작가 오스카르 브라크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디덜러스] 3부작의 마지막권을 번역하기 위해 9명의 번역가들이 프랑스로 모입니다. 이들은 모두 외딴 저택의 지하 벙커에 감금돼요. 그런데
출판사에 소설 첫 10페이지를 올렸고, 돈을 주지 않으면 원고 나머지도 공개하겠다는 협박이 들어옵니다. 협박메일에는 오로지
지하실의 번역가들만 알고 있는 대화 내용이 들어있어요. 그러니까 범인은 9명 중 하나라는 거죠.
'누가 저질렀나 Whodunit' 영화죠. 여기서 범죄는 살인이 아니라 원고 유출인 거고요. 이 영화에서 탐정 위치에
있는 사람은 번역가들을 감금한 인물인 출판업자 에릭 옹스트룀입니다. 단지 설정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옹스트룀은
탐정이라기보다는 희생자 겸 악당이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합니다.
영화는 많은 프랑스 추리물이 그렇듯, 서술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요. 단지 영화는 이게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쾌감이 별로 없는데, 대부분 범인의 설명으로 처리되거든요.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를 잘게 쪼개는 방식만으로 미로가 만들어진 걸 알게 되는데, 이건 좀 싱겁죠. 무엇보다
범인의 진상이 중반에 밝혀지고 이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앙상블 영화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건 아쉽습니다.
영화는 출판업계에 대한 비판입니다. 번역가에 대한 대우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요. 하지만 묘사의 극단성은 오히려
비판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옹스트룀은 뭘 믿고 그렇게 행동하나요? 출판업자로서 번역가들을
지하 벙커에 가두는 일까지는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뒤에 저지르는 일은 아무래도 상식 이하입니다. 처음부터
상식 이하의 인간이라 그렇게 바닥을 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게 말이 되나,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죠. 주제보다 그 이상함에 더 신경이 쓰인다면 비판으로서 아주 성공적인 아닌 것이고요.
(24/01/15)
★★☆
기타등등
이 설정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가 번역될 때 전세계 동시 출간을 하기 위해 11개국의 번역가를
밀라노 지하벙커에 감금했대요. [9인의 번역가]만큼은 완전한 감금 상태는 아니었다고 하지만요.
감독: Régis Roinsard,
배우:
Lambert Wilson,
Alex Lawther,
Olga Kurylenko,
Riccardo Scamarcio,
Sidse Babett Knudsen,
Eduardo Noriega,
Anna Maria Sturm,
Frédéric Chau,
Maria Leite,
Manolis Mavromatakis,
Sara Giraudeau,
Patrick Bauchau
다른 제목: The Translators
IMDb https://www.imdb.com/title/tt627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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