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때 전학을 갔고, IMF여파로 집이 어려워졌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무리하게 큰 건물을 사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집안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렸기 때문이라고 해둘게요. 고등학생이 되니까 체감이 됐습니다. 외식도 자주 하고, 비싼 고기를 먹던 우리 집은 외식도 뜸해지고 좋은 운동화를 살 수가 없게 됐습니다.

모든 익숙한 일들이 더 이상 익숙치 않게 되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지요. 학교에선 늘 장난치고 선생님께 매도 많이 맞는 학생이었죠. 여름이 되어서 하복을 사야 하는데, 상의는 얻었는데 하의를 얻을 수가 없었어요. 전 아무생각이 없었지요. 그럼 동복바지를 입지 뭐. 하면서 입고 다녔습니다. 


어차피 조금 짙은 회색이고, 그 나이 때에는 겨울이라도 땀 흘리며 놀 나이니깐요.

하지만 급식비가 문제였습니다. 학비는 운이 좋게도 어떤 대회에서 뭘 타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다만, 급식비가 문제였습니다. 야간자율학습까지 해서, 저녁 급식비까지 내야 했습니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은 그 쪽에 관해선 크게 관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게 감사합니다. 


어찌보면, 그럴 필요도 없었지요. 행정실에서 알아서 해주시니까요.

아침 조회시간이 끝나는 쉬는 시간이면 전교 방송으로 2학년 몇반 해삼이와 다른 이들은 급식비 체납이 됐으니 행정실로 지금 오세요. 점심시간에도 잊지 않게 늘 방송으로 나왔습니다. 행정실로 가면 실장님이 5대씩 엉덩이를 때려주면서 잊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급식비든, 어떤 기분이든.


아버지는 어느 날, 목욕하고 나오는 아들의 엉덩이를 보시곤 엄청나게 화를 냈습니다. 또 뭘 잘못했냐고. 

한창 반항기였던 나이와, 원체 그런 애였던 저는 아니라고 우기며 싸우다가 결국 학교에서 겪은 일을 입밖으로 뱉었고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큰 아버지에게 돈을 꾸셨더군요. 명절 때, 얼굴도 안 쳐다보는 사이인데.


이틀 후에, 또 다시 방송이 나오고 저는 돈을 들고 행정실로 갔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돈을 냈습니다. 옆에서 맞은 애들도 죄송합니다. 하고 같이 행정실을 나왔구요. 

-아,xx 겁나 부럽네. 해삼이 넌 빨리 냈네?ㅋㅋㅋ

-우리 집 좀 살잖냐.ㅋㅋ

-우리집은 10억밖에 없어서 못 냈네.ㅋㅋㅋ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듯 했던 그 당시의 학교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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