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분노하는 이유

2012.11.19 09:03

bankertrust 조회 수:6410

1.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절대"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언제나 옳거나, 언제나 선하거나, 언제나 아름다운 존재, 존재자체가 선인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 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게 언제나 틀리거나, 언제나 악하거나, 언제나 추한, 존재 자체가 악한 존재 역시도 저는 존재하는 않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따라서 절대선, 절대악을 믿는 사람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며, 이것은 저만의 개성이나 취향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선 절대악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재가 아닌 행위로 재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한 인간이 나쁜 선택,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나쁜 선택,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냥 나쁜 사람입니다. 여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습니다.   또하나, 절대선, 절대악이 없다면 상대선, 상대악이 있을 뿐 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취하는 모든 선택은 상대선일 뿐 절대선은 있을 수도 없고 절대선이란 것 자체를 인간이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2. 내가 출마한 것도 아닌데 단일화에 대해 이렇게 간절하고 애타게 느끼는 건, 지난 MB의 학정이 고통스럽고, 그 다음 권력일 박근혜 역시도 별다를 게 없을 것 같다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입니다.  제발 한나라(새누리든)의 집권은 막자는 생각.  그것은 박근혜 보다는 다른 정파가 분명히 나을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가 없다면(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당연히 이런 기대가 없겠죠) 단일화는 정치적 야합이라는 한나라의 공격 역시 유효할 것입니다.

 

3. 문재인과 박근혜라면 당연히 문재인에게 내 한표를 줄것이고,  지난 주 금요일까지 안철수와 박근혜라 해도 흔쾌히 안철수에게 표를 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정희와 박근혜라면, 만일 지지율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전 1번의 기준으로 박근혜에게 투표했을 겁니다.) 금요일까지는 박근혜가 안철수보다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민주당과 문재인의 지지자이고 친노이기도 합니다. 그간 안철수의 행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점(송호창 철새건, 국회의원 정원 축소)도 몇 가지 있었고, 이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뭐 아름다운 합의까지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고, 뭘로 정하든 이렇게 합의한 마당에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합의한 기준에 따라 우위가 정해지면 정해지는 대로 지지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4. 지난 3일간의 안철수의 행보는 조금씩 갸우뚱했던 저의 안철수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확신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하필 단일화 중단선언이 문재인의 지지율이 안철수의 지지율은 추월하던 그날(안캠은 먼저 알고 있었겠죠)이었고, 안캠이 제기한 문캠에 대한 불만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자기측 선대본부장이 상대후보의 역선택은 실명으로 몇 번씩 거론하는 건 문제가 없고, 민주당 측의 확인도 안된 인사의 양보는 중대한 신뢰 상실 이유다?   문재인이 언급했던대로 친노는 배석도 않되고 친이경력에 한나라당 공천 신청(실패)자는 협상실무팀에 있어도 문제가 없다?  이후의 행보는 말할 수 없이 아행행합니다.   이해찬은 충치니 뽑아내야 한다?  불과 2달전까지 같은 당에서 같이 정권을 운영해왔던 여자가 그 정권에서 총리를 지내고 현재 100만이 참여한 국민 경선으로 당선된 당대표가 충치니까 경질해야 한다?  그런 충치같은 사람과 왜 십수년간 같은 당에 있었는지, 같은 정권에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철새질로 날아간 송호창은 협상대표단에도 없고 1인 시위나 하고 자빠졌습니다.  안철수는 1인 시위할 사람이 없어서 철새질을 시켰는지... 

 

5. 저는 현재의 안철수에 대해 안철수의 집권이 박근혜의 집권보다 보통의 한국국민들의 삶에 별로 나을 것이 없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통진당 사태후 통진당에 대해 한나라당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다는 판단의 기준과 동일합니다.   아무리 컨텐츠가 좋아 지고선을 얘기하고 사회문제를 일소할 원모심려를 가진 정치세력이라도 자기가 주장하는 기준에 자기들은 예외 또는 자기들은 절대선이란 사고방식을 함장하고 있는 정치집단에게서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신뢰가 없는 정파가 추진하는 정책은 추진력도 진정성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자파의 정치적 이익이 공익을 앞서면서도 자기들은 그렇다는 인식자체도 못하기가 쉽습니다.

 

6. 상식적으로 한국정치의 구태란 민의와 정치인들의 괴리, 원칙없는 이합집산, 지역 감정의 고착화를 통한 정치 이익 추구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는 민의에 따라  "선출"된 남의 당대표를 물러나라 마라 요구하고, 철새질을 통한 남의 당 빼오기, 경선룰의 철저한 왜곡을 통한 정치적 이익의 추구.  남들은 몇 년 몇십년에 걸쳐 보여주는 구태를 몇 달만에 속성으로 다 보여주시고 계십니다.   정말 "구태"를 "쇄신"해서 블럭버스트급 구태로 업그래드하여 현란하게 보내주십니다.  이런 분을 뭘보고 박근혜보다 낫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반한나라니까?  근데 집권후 한나라보다 더 한심하게 못하면 어떻하죠?  저의 기준으로 그럴 개연성이 많아 보이는데... 

 

7. dos님 같은 분은 안철수의 이명박 트로이목마설 같은 음모론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고 개탄하십니다.  물론 음모론은 저열합니다. 저 역시도 진지하게 믿어본 적도 없고. 그러나 안철수의 이명박 지원설은 요즘 처음 나온 얘기도 아니고 아주 오래전 부터 나돌던 이야기입니다.  지금 갑자기 여기저기서 이 얘기가 언급되고 있는 것은, 최근 안철수의 가치관이 이명박의 가치관과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만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으나, 요즘의 안철수의 행태에서는 "정말 혹시~"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안철수가 단일화 협상에서 과거 정몽준 정도만이라도 됐으면 이런 연상은 결코 떠오르지 않았을 겁니다.

 

8. 레토릭이 화려하다고 좋은 정파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통진당의 과거 레토릭이 흠잡을 수 없는 좋은 말로 가득하나, 통진당의 정치적 미래는 지금 현재 없어 보입니다.  이정희의 지지율은 6공의 정치검사 이건개와 비슷한 수준이고, 앞으로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통진당이나 안철수나 기본적 절차적 정당성조차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는 정파를 한나라당보다 나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9.  지금의 정치지형이 야당이 가능성이 보이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은 지난 2011년 지방선거가 시작이었고, 당시 당선 또는 당선 직전까지 간 야당광역단체장 후보는 송영길과 이원종을  제외하고 모두 선명한 친노인사들이었습니다. (한명숙, 유시민, 안희정,김두관).  지난 총선에서도 후보들은 너도 나도 참여정부와의 인연을 내세우곤 했습니다.   몇달도 안돼 친노인사는 박근혜를 이기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전 이번 선거는 단일화만 무난히 된다면 야권후보가 쉽게 이길 선거라고 보여집니다.   FTA가 싫고  노동자 탄압이 싫으시면 진보후보들을 뽑으시면 됩니다.  민주당은 보수정당이고, 노무현 문재인 모두 보수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안철수는 생각을 잘 얘기 않해주니 모르겠지만, 대체로 민주당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참여정부의 보수정책이 싫어서 안철수를 뽑겠다는 얘기는 많이 코메디입니다.  과장하면 루즈벨트가 보수적이라 마음에 않드니 레이건을 뽑겠다는...

 

10.암튼 저는 확률이 낮아 보이지만 안철수로 단일화되면 박근혜를 찍을 생각입니다.  박근혜가 상당히 고약한 Risk라면 안철수는 형량불가능한 chaos로 보입니다.   몇달 전 통진당의 다크포텐샬이 한나라당을 능가해 보인다는 글을 쓰니 상당한 비난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저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동일한 기준으로 안철수의 다크포텐셜은 박근혜를 분명 능가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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