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바낭) 멍합니다...

2012.10.22 01:12

menaceT 조회 수:6213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알게 된 동생이 있습니다. 대화 코드가 맞아서 급속도로 친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제게 호감을 표하며 제 마음을 떠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저번 연애가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또 그 연애에서 고생을 심하게 한 터라, 그닥 연애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귀엽기도 하고 또 애가 착하기도 하고, 과거에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울 땐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제게 호감을 표하다 보니 제 맘도 동하기 시작했어요.

지난 저녁 그 아이를 만났어요.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저는 그 친구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키스가 오갔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가 한참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사실 할 말이 있다며 자기가 그 동안 학벌과 이름을 속여 왔다가 하더군요. 사실 다른 학교 학생이었는데 친구 학번으로 커뮤니티에 구경 왔다가 눌러 앉게 됐고, 저를 알게 됐고 호감을 느꼈는데 연이 끊길까봐 학벌을 속여왔단 겁니다. 이름 같은 경우는, 학교 사이버학습 관련 페이지에서 이름을 검색해 보는 기능이 있음을 커뮤니티에서 알게 돼서, 혹여나 제가 검색할까봐 흔한 이름을 대충 생각해내서 알려준 거였답니다.

순간 멍했습니다. 그 뒤에는 화가 났고, 다시 또 멍해졌습니다. 그 친구가 어느 학교를 다니든 상관없어요. 다만, 전 그 친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이름조차 몰랐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고, 지금껏 그 아이가 절 속여왔다는 데 크게 배신감을 느꼈어요. 나와 그 시간들을 보내온 사람, 제가 감정이 동했고 사귀기로 결정한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절 좋아한다던 그 말, 저만큼 제 속을 털어놓은 사람도 없다는 그 말은 진심이었을까요? 그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결국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화도 냈다가, 어이없어서 웃어제끼기도 했다가, 또 화냈다가, 얼굴을 감싸쥐고 주저앉아 아무 말도 않다가, 연락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단 말을 했습니다. 계속 잘못했다고, 얘기 좀 하자고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뒤에서 따라오는 아이를 한참을 달려 따돌린 뒤, 또 한참 동안을 혼자 멍하니 이 길 저 길 걸어다니다 집에 왔습니다. 연락처는 다 차단했고요.

집에 와서 바로 씻고, 부러 여동생이랑 한참 웃고 떠들고, 속이 헛헛해서 야식도 마구잡이로 쑤셔넣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전혀 오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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