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음이 욱씬, 했어요.

 

'이런 글은 나한테 상처가 되니까 자제해 주세요' 따위의 말을 할 생각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이 게시판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죠.

그리고 이건 제 순간적인 감정이니까, 그 분들의 이야기에 멋대로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도 그냥 스쳐지나갈 기분일 뿐,

그 분들에게까지 양해를 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알아요.

누군가를 상처입히기 위해 쓴 글이 아니라 정보공유 차원의 이야기라는 걸.

'이런 말을 하면 상대가 기뻐한답니다. 이런 말은 의외로 프로포즈에 효과가 있어요!' 같은 이야기잖아요.

알아요. 그 말 누군가에게는 효과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처럼, 갑자기 새벽에 멍하니 상념에 잠기는 사람도 이 게시판 어딘가에는 있겠죠.

 

저는 아무것도 아닌 말들에 툭 상처를 받아서,

괜히 예전에 옮겨 적어 두었던

좋아하는 만화의 좋아하는 구절을 꺼내 읽어보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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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
어떤 사람이 코끼리를 갖고 싶었던 거야.

 

「코끼리?」

 

그는 코끼리가 너무 좋아서 코끼리를 가지는 것이 꿈이었지.
자나깨나 코끼리 생각뿐일 정도로 그는 코끼리를 간절히 원했어.

그런데 그는 점차 알게 되었지.

자신은 당장 코끼리를 얻게 되더라도 그걸 유지할 능력이 없단 걸 말야.

그는 평범한 넓이의 마당에, 좁은 집에서 살고 있었고 도저히 농담으로라도 부자라고는 말할 수 없는 형편이었어.

 

「가난뱅이란 소리야?」

 

글쎄…. 아주 가난하진 않을지도 몰라.

어쨌거나 코끼리를 놔 둘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고 코끼리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만큼의 사료를 댈 돈도 갖고 있지 않았지.

그는 자신에게 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코끼리가 과연 손에 들어올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만에 하나 ― 갑자기 덜렁 주어진다고 해도 유지조차 시킬 수 없는 상황이 괴로웠던 거지.

하지만 코끼리를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에게 있어서 부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거든.

그러니 잘 모아지지 않았어.

그것은 일차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관심도 없고 애초에 마음이 가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곧잘 돈을 모을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어.

하지만 코끼리는 너무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는 싫지만 돈을 모아야 했어.

 

「왜 하필 코끼리지? 개나 고양이 같은거면 쉽게 키울 수 있었을텐데.」

 

물론 그도 자주 그런 생각을 했지.

어째서 하필이면 분수에도 맞지 않는 코끼리인가 하고 말야.

하지만 할 수 없었어.

이미 그의 마음은 온통 코끼리한테 사로잡혀 있어서 어쩔수가 없었던거야.

 

「그 사람은 부자가 됐어?」

 

아니…아직 아닐 걸.

 

「돈은 좀 모았을까?」

 

설마. 그리 쉽진 않을 거야.

 

「그거 당신 얘긴거야?」

 

그런거지.

 

「…지금도 코끼리를 원해?」

 

 

「지금 제일 원하는 게 뭐야?」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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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교정의 <매지션>에 나오는 글입니다.
 
 
저는 아직도 이상주의자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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